野 '돈봉투' 수사의뢰 머뭇 "각 세우는 檢에 어떻게…"

민주통합당이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에 대해 수습 국면에 들어갔다. 당 차원의 진상조사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지만, 검찰 수사 의뢰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워하는 모양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 대한 재판과 BBK 관련 수사 등으로 각을 세우고 있는 검찰에게 당의 금전거래 정보를 통째로 넘겨줄 수도 있다는 우려가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돈 봉투 제공 대상으로 지목된 영남지역 당원의 사기가 극도로 저하된 것도 지도부의 결단을 주저하게 하는 요인이다.

당내 돈봉투 의혹 진상조사단장인 홍재형 국회부의장은 11일 당 차원의 조사가 한계가 있음을 토로했다. 그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부산, 경남, 대구, 경북, 울산 등 5개 지구당을 다 방문해 지역위원장 59명을 직접 만나거나 전화로 면담 했는데, '금품수수를 받은 적도 없고, 그런 얘기도 들은 적도 없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관련 보도에 실명이 나오지 않고) A, B, C, '그렇더라'는 얘기로 나왔기 때문에 결국 조사가 기대하는 것처럼 잘 안 나온다"며 익명 보도를 한 언론사에 책임을 떠넘겼다.

원혜영 대표는 해당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에 구체적인 증거자료를 제시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당 차원의 진상 규명 작업을 계속할 것임을 밝혔다. 하지만 검찰 수사 의뢰에 대해서는 "조사과정에서 구체적인 실명이 확인되면"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특히 당내에서는 검찰 수사의 부작용을 얘기하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한 중앙당 당직자는 "결국 수사가 이뤄지면 후보들의 자금 장부를 검찰이 다 들여다볼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될 경우 엄청난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이 한명숙 전 총리를 못 잡아넣어 안달인 것을 알지 않느냐"며 "결국 이번 사건을 핑계로 자료를 확보한 뒤 5000원짜리 하나까지 꼬투리를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사회 출신 인사들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터져 나오고 있다. 시민사회 출신 인사들이 민주당 출신 당권주자들을 견제하기 위해 이번 사태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시민사회 출신 당대표 후보들은 발언 수위를 낮추는 모습이 역력하다. 한 후보 측 관계자는 "당이 자체적으로 책임을 지고 해결하는 모습을 보겠다고 한 만큼 일단 조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며 "검찰 수사를 얘기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아울러 돈봉투 제공 대상으로 지목된 영남지역 당원들은 사기 저하를 토로하고 있다. 이영철 부산 사상지역위원장은 지난 10일 머니투데이 기자와 만나 "영남지역 위원장들이 지금까지 힘든 가운데 버텨 왔는데, 언론에서 영남은 '50만원짜리다', '100만원짜리다'라고 떠드는 것은 영남 지역 위원장들 전부를 죽이고 '쪽팔리게' 만드는 것"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 위원장은 "지금은 선거 구조가 다른데, 돈으로 표를 매수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