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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 이 시대의 슬픈 이름이여!

[김재동의 틱,택,톡] 국민이 목숨을 빚진 공무원들이건만 '402억 예산 전액 삭감'이라니

김재동의 틱, 택, 톡 머니투데이 김재동 기자 |입력 : 2012.01.16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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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땐 젊었다.
20대 후반의 어느 날. 장소는 술집이었고 무엇 때문인가 격앙된 감정들이 부딪혔다.
거친 말은 거친 액션으로 이어졌고 끝내 피를 봤다.
낭자한 피에 놀란 주인이 119를 불렀다.

돌이켜보면 언제나 낯이 후끈 달아오르는 기억이다.
알콜과 500cc 맥주잔에 찢긴 얼굴, 거기서 솟구친 피로 인해 충분히 거칠었고 충분히 무례했다.
당시를 표현하자면 '술 취한 개'가 정답이다. 그리고...

구급대원들은 과묵했고 점잖았으며 일사분란했다.
술에 취해, 피에 취해 안하무인인 젊은 놈을 진정시키고 주저앉혀 상처를 소독하고 응급처치를 마쳐 병원에 인계했다.

그날 이후 구급대원들은 내게 '세금이 전혀 아깝지 않은 공무원'으로 각인됐다.
뜻밖인건 119의 도움을 받은 이들이 주변에 제법 많다는 사실이다. 내 주변을 표본 집단 삼으면 전 국민의 30%이상은 도움을 받았으리라. 역시 같은 수치의 국민들이 119공무원들에게 감사하고 있으리라.

김문수 경기지사의 '119전화'를 풍자한 개그프로를 봤다. 정확한 대사는 기억나지 않지만 당시 개그맨 최효종은 '칭찬받는 구급대원'이 되려면 "불난 집에서 혼자 나오면 안돼요. 누군가를 업고 나와야 돼요"라는 멘트를 날렸다. 자기 생명이 위협을 받더라도 남을 구해내야 하는 직업의 특성을 강조한 것이다.

그런 소방관들인데...

지난 13일 한 소방관이 트위터에 자신의 방화복 사진을 공개했다.
화염에 눌어붙어 쪼그라든 헬멧, 누렇게 타버린 방화복.
몇 번인가는 그의 목숨을 살렸을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단 한번인들 그를 살려낼 수 있을까 싶은 그런 처참함을 담고 있었다.
그는 그런 차림으로 어딘가에서 넘실댈 화염 속으로 뛰어들어야 한단다.

그가 그 처참한 장비를 공개한 이유는 소방방재청이 요청한 노후장비교체 예산 402억 원을 국회가 전액 삭감한 사실에 항의하기 위해서였다.

국회는/ 소방관과 국민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장비교체 예산을/ 전액 / 삭감했다.

지난해 12월 5일은 이 땅의 소방관들에게 참 슬픈 날이었다.
그 날. 송탄소방서 119구조대 고 이재만(당시 40) 소방장과 고 한상균(당시 32) 소방교의 장례가 치러졌다.
두 사람은 이틀 전인 3일 오전 평택시 서정동 소재 화재현장에 출동했다가 끝내 귀소하지 못했다.

한동안 시끄러웠다.
"화재 현장 출동 생명수당이 4,300원이라는 게 말이 되나?"
"3교대는 고사하고 24시간 맞교대라니 이렇게 열악해도 되는가?"
"소방관의 평균수명은 58세라더라."
사건 당시의 기사 여기저기에 국회의원들이 남긴 멘트들이다.

이런 여론을 타고 한나라당은 소방재정 특별 법안을 제출하기도 했더란다. 그리고 의례 그렇듯 '특별회계 설치 및 재정 교부금 등에 대한 정부 간 이견'이라는 모호하고 아리송한 이유로 행정안전위원회에 상정조차 못하고 말았다고 전해진다.

소방관들에게 이런 해프닝은 새삼스럽지 않다.
20년을 근무한 한 소방관은 말한다. "동료 누군가가 죽을 때마다 잠깐씩 나아져요. 죽은 사람 '관'장사하기죠."

그리고 이번엔 두 사람이 순직한 그 달에 국회는 예산 전액삭감을 결정했다.
20년 소방관이 말한 그 가슴 아픈 '관 장사'는 개시도 못했다.

지난해 광주에선 교체시기가 4년 지난 고가사다리차의 와이어가 절단돼 소방관 한 명이 죽고 한 명이 부상했다.
2010년엔 대전에서 역시 노후 고가사다리차가 전복돼 주택가 정전사태가 벌어졌고
2007년 서울 원묵 초등학교에선 노후 굴절차 바스켓이 파손돼 소방교육 받던 학부형 2명이 숨지고 한 명이 부상하는 사건도 있었다.

이렇게 소방장비의 하자는 소방관의 목숨뿐 아니라 일반인의 목숨도 앗아간다.
그런데도 '예산이 없어서' 소방장비 교체는 부득이 미뤄야 된단다.

의문이다.
사람 목숨, 국민 목숨이다. 더 급한 일이 무언가?
도대체 이 나라는 어떻게 생겨먹어서 국민 목숨보다 시급한 일들이 그다지도 널려있다는 건가?

안도현 시인이 말했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소방관들로 하여금 동료의 관 장사 하게 하지마라. 그대들은 누굴 살리려 뜨거운 불구덩이에 몸을 던져 봤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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