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적 빈곤 심해진 한국, 청년층은 불안하다"

지난해 2월 대학교를 졸업한 강주영씨(가명·27)는 3년째 행정공무원시험을 준비 중인 '고시생'이다. 졸업 전 기적같이 공무원 시험을 통과해 면접 기회를 얻었지만 고배를 마셨다. 강씨는 노량진에서 올 4월로 다가온 국가직 9급 행정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이다. 노량진에는 강씨 말고도 설 명절도 잊은 채 특별 수강을 듣는 20대와 30대 고시생이 줄잡아 수천 명이다.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은 1980년 1688달러에서 30년 만에 2만753달러로 12.3배 증가했다. 우리나라는 소위 '한강의 기적'을 일으키며 절대빈곤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우리 경제를 지배하는 신자유주의가 우리 사회에서 상대적 빈곤율을 높여 양극화를 심화시켰다.

기획재정부가 최항섭 국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에게 의뢰한 '2020년 한국사회의 질적 수준 제고를 위한 미래연구' 보고서는 "상대빈곤감은 계층 간 갈등을 유발하는 원인이며 사회통합을 저해한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자신이 경제적으로 '하위계층'에 속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 가운데 45.3%가 자신이 하층에 속한다고 답해 전년대비 2.9%포인트(p) 증가했다.

위 통계청 조사에서 전체 계층귀속의식을 살펴보면 상위계층이라고 답한 사람은 전체 응답자의 1.9%, 중간계층은 52.8%로 나타났다. 앞으로 10년 내에 하층귀속의식비율이 과반수를 넘긴다면 중산층이 사라진 호리병 계층구조 형태가 나타날 것이다.


양극화가 심해질수록 청년층은 미래에 더 나은 계층으로 이동하리라는 기대감이 점차 낮아진다. 미래연구 보고서는 "본인 세대에서 계층이동을 할 수 없다고 느끼는 국민이 2009년에는 전체의 48.1%였는데 2년 뒤에는 58.7%로 10%p 증가했다"며 "우리 사회가 양극화 고착현상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밝혔다.

상대적 빈곤을 느끼는 청년세대는 불안한 경제상황에서 직장을 고를 때 수입보다는 안정을 중시한다. '2011년 통계청 사회조사결과'에 따르면 만 13세부터 29세 청년층이 가장 선호하는 직장을 '국가기관'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28.7%로 대기업보다 6.1%p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연구 보고서는 "시장에서 소득분배가도 불평등을 일으키는 현상은 불가피하다"면서도 "빈부격차가 커지는 사회에서는 조세제도와 사회복지제도로 격차를 줄여야한다"고 조언했다.

정부는 복지 예산을 지속적으로 늘려 양극화 현상에 대응하고 있다. 2011년 복지예산 증가율은 6.4%로 전체 지출 증가율 5.5%보다 높다. 전체 예산에서 복지지출 비중은 2007년 25.9%에서 올해에는 28.5%로 2.6%p 높아졌다. 그러나 복지 혜택을 체감하기에는 아직 미미한 수치다.

미래연구 보고서는 2011년 3월부터 한 해 동안 전문가 42명을 대상으로 표적집단면접법(FGI) 등 심층 인터뷰와 일반인 인터뷰, 통계청 통계 등을 활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