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차·룰라·NKOTB··이들로 가슴뛰는 당신을 위해

"아이고야~ 온 가족이 같이 오셨심까?" "아내에게 사랑고백 할 시간 좀 드릴게예, 자자 여기 마이크~"

공연시작 10분 전 배우 한명이 마이크를 잡고 객석을 돌아다니며 구수한 사투리로 새해 안부도 묻고 박수도 유도하며 관객과 친해진다. 설 연휴가 시작된 주말 낮 공연인데도 객석은 가득 찼다. 부모님을 모시고 온 젊은 커플들도 제법 눈에 띄었다.


막이 오르자 '젊음의 행진' 콘서트장 리허설 장면이 펼쳐졌고 박미경의 시원한 가창력이 돋보였던 '이유같지 않은 이유'에 이어 룰라의 '날개 잃은 천사'가 한판 신나게 무대를 채우자 타임머신을 타고 20년 전으로 돌아간 듯하다.

'젊음의 행진'은 80년대 최고의 인기 쇼 프로그램이자 이를 모토로 제작한 주크박스 뮤지컬로 2007년 초연 이후 4번째 앙코르 공연을 펼치고 있다. 천방지축 실수투성이 만화캐릭터 '영심이'를 원작으로 한 이번 작품은 33세가 된 오영심이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엮어간다. PD가 된 오영심은 콘서트를 준비하던 중 전기안전점검을 위해 공연장에 온 왕경태를 우연히 만나면서 학창시절을 추억하게 되고, 무대는 과거와 현실의 장면이 교차로 펼쳐진다.

나미와 붐붐의 토끼춤, 심신의 권총춤, 현진영의 화려한 댄스 등 시대를 풍미했던 다양한 춤이 나오자 관객들은 반가움과 즐거움으로 환호한다. 열광의 콘서트장이 따로 없다.


'어쩜, 이 순간에 저 노래가!' 전주만 듣고 이미 알아챈 객석은 놀라운 연결성에 깜짝깜짝 놀라며 빵 터진다. 남성 3인조 그룹 소방차의 '하얀바람', 이상우의 '그녀를 만나는 곳 100미터 전'을 비롯해 뉴키즈온더블럭의 '스텝 바이 스텝'까지 80~90년대 가요계를 휩쓸었던 주옥같은 노래 24곡이 극중 스토리와 함께 자연스럽게 버무려졌다.

뮤지컬이나 연극, 영화 등에서 '캐스팅'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보통의 캐스팅은 배우의 선발, 배역 선정을 의미한다. 그런데 '젊음의 행진'만큼은 배우보다 '뮤직 캐스팅'이 더욱 돋보이는 작품이다.

당시 수많은 가요 중에 24곡을 선정하는 일, 특히 그 노래 하나하나를 작품 속에 이토록 매끈하게 흡입시켜 관객들이 추억의 곡을 재발견하게 했다는 것은 새삼 놀랄 일이다. 극작가 추민주의 뮤직캐스팅 솜씨하며 김성수의 세련된 편곡, 빈틈없는 무대를 보여준 강옥순의 안무·연출력은 멈추지 않는 '열정의 행진'으로 이어질 것이다. 29일까지 코엑스아티움에서, 2월4~5일 원주 백운아트홀에서 공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