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합병추진 '왜?'

삼성전자 (77,600원 ▼2,000 -2.51%)가 삼성LED에 이어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를 합병키로 한 것은 대규모 투자를 통해 경쟁업체와 '초(超)격차'를 벌리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반도체와 액정표시장치(LCD)를 잇는 부품분야 차세대 먹을거리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올레드)와 발광다이오드(LED)를 삼성전자로 일원화, 효율성을 극대화하겠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잘 나가는 SMD 합병 이유?=삼성전자가 SMD를 합병하는 가장 큰 이유는 LCD에 이어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각광 받는 올레드 시장까지 확고한 1위를 고수하기 위해서다.

LCD와 마찬가지로 올레드 역시 연간 수조원이 꾸준히 투입돼야 한다. 이 때문에 투자 여력이 충분한 삼성전자로 관련 사업을 일원화, 앞으로 있을 대규모 투자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삼성은 지난해 OLED 분야에 4조원 이상을 투자한데 이어, 올해 디스플레이 분야에 6조6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올레드 부문에만 5조원 이상이 투자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올레드가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중소형 부문에 이어 이르면 올해 말부터 TV와 모니터, 노트북 등 대형 부문으로 적용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레드 채택이 늘어나면 생산량을 늘릴 수밖에 없고, 이를 위해 공장증설 등 투자금액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남들보다 한발 앞선 투자를 통해 2위와 격차를 키우는 '초격차'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며 "이번 합병 역시 삼성전자의 풍부한 투자 여력을 활용해 올레드 시장에서도 주도권을 확실히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SMD는 전 세계 올레드 시장의 98%를 점유하며 사실상 독점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LG전자가 연내 올레드 TV를 출시를 예고했고, LG디스플레이 역시 올레드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다.

이와 관련 SMD는 기존 중소형 부문에 특화된 5.5세대(가로와 세로 각각 1300㎜와 1500㎜) 공장에 이어, 대형 부문 생산에 유리한 8세대(가로와 세로 각각 2200㎜와 2500㎜) 공장을 기존 연구개발(R&D) 수준에서 양산 단계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예정된 합병, 남은 절차는=삼성전자와 SMD 합병은 삼성LED 때처럼 주주총회가 필요 없는 소규모 합병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높다. SMD 지분을 보유한 삼성전자와 삼성SDI가 이사회를 통해 합병 안건을 의결하고, 삼성전자가 삼성SDI로부터 지분을 사 들이는 형태다.

증권가에서는 SMD의 주당 가격을 10만∼12만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경우 삼성SDI가 보유한 지분 2417만3565주를 삼성전자에 모두 넘기면 3조원 이상 현금을 확보하게 된다. 하지만 실제로 주당 가격이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10만원 이하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삼성전자와 SMD간 합병 조짐은 지난해부터 여러 차례 관찰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초 기존 LCD사업부 명칭을 올레드를 포함하는 디스플레이패널(DP)사업부로 바꿨다. 3월에는 SMD가 추진한 유상증자에 단독으로 참여해 지분율을 종전 50%에서 64.4%로 끌어올렸다.

또 지난해 7월 반도체사업부와 LCD사업부를 통합해 디바이스솔루션(DS)사업총괄을 신설했다. 이 과정에서 권오현 당시 반도체사업부 사장(현 부회장)이 DS사업총괄 사장으로 선임됐다. 이후 삼성전자는 SMD와의 합병을 전제로 한 인력과 재무 통합작업에 착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