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금 2000만원 도로 갚고, 삼성전자 안가"

↑삼성전자 입사를 포기하고 창업을 택한 추승우 아이디인큐 개발이사.

삼성전자 (75,500원 ▼600 -0.79%), 그것도 매년 연봉의 절반 가량을 성과급으로 받는 '잘 나가는' 반도체 사업부 입사를 포기하고 창업을 한 20대 청년이 있다. 수천만원의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느냐고 휴학하는 대학생이 많아진 지금, 기껏 받은 장학금 2000만원을 되돌려주기 위해 힘들게 일한 청년이 있다.

편한(?) 길을 놔두고 어려운(?) 길을 택한 20대 청년은 추승우 아이디인큐 개발이사(25·사진)다.


대학 동기들이 삼성전자에 입사해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 반면 추 이사는 월세 보증금을 털어 고등학교 동창생들과 창업했다. 창업한 후 집(대학원 기숙사)에서 편하게 잠을 잔 날은 손에 꼽을 정도다. 추 이사는 아직도 '젊어서 고생은 사서 한다'는 옛말을 몸소 실천하는 중이다.

2003년 한국과학영재학교에 입학했을 때만 해도 추 이사는 누가 뭐래도 '엄친아'였다. 2006년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에 입학하면서 추 이사는 보통 '엄친아'처럼 대기업에 들어가 남부럽지 않게 사는 듯했다.

성균관대 반도체학과는 삼성그룹이 성균관대 재단을 인수한 후 반도체 분야에 즉시 투입할 수 있는 고급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만든 학과다. 일부 예외가 있으나 입학생 전원은 4년간 등록금 걱정 없이 학교를 다니고 졸업과 동시에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직에 입사한다.


하지만 대학에 입학한 추 이사는 이렇게 입학과 동시에 자신의 미래가 결정되는 것에 회의를 느꼈다. 대학을 졸업한 후 삼성전자에 입사하면 더 이상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아쉬움도 커져갔다.

고민 끝에 추 이사는 대학 3학년을 마친 뒤 삼성전자 입사를 포기했다. 추 이사 대학 동기 100명 중 삼성전자 입사를 스스로 포기한 사람은 3~4명에 불과하다. 게다가 대부분 치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는 경우이지, 추 이사처럼 일반 대학원에 진학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추 이사는 "삼성전자에 들어간 다음에 대학원에 들어가고 싶다거나 다른 일을 해보고 싶으면 바꾸기 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장학금으로 받은 돈을 돌려주기 위해 갖은 고생을 했지만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입사를 포기한 추 이사는 2010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에 진학했고 안철수 교수의 강의도 듣는 행운도 얻었다. 지난해 고등학교 동창생 2명과 함께 모바일 설문조사 회사인 아이디인큐를 창업하고 첫 대표이사를 맡기도 했다.

추 이사는 "어렸을 때부터 이것저것 만드는 것을 좋아했다"며 "아이디인큐를 만들어 제품을 만드는 것도 이것저것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어 "삼성전자 등 회사에 입사해서 만든 제품은 내가 만든 제품이 아니다"라며 의지를 불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