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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직원을 위한 변명

[김준형의 돈으로 본 세상]

김준형의 돈으로 본 세상 머니투데이 김준형 산업1부장 |입력 : 2012.03.23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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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군대 좋아졌네."
나처럼 군대 다녀온 사람들은 이 말이 갖는 위력을 알거다. 고참이 인상 팍 쓰고 한 마디 하고 사라지면 기합과 구타의 푸닥거리가 시작되는거. 사단장, 참모총장 명의의 금지 공문 한 장 달랑 내려온다고 이런 모습이 금방 바뀔거라 생각하는 순진한 쫄병은 뭘 모르는 '고문관'이지.
뻔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있는 '윗사람'들이 나중에 "어이, 표정들이 왜 그래, 뭔 일 있었나"하면서 내심 '이제야 뭐 좀 제대로 돌아가나'는 표정으로 지나갈 땐 때리는 고참보다 더 밉더라.

내놓고 시키지는 못하지만 알아서 해주기를 바라는 거...그게 "요즘 군대 좋아졌네"라는 공포의 반어법 아니던가. 나같은 졸병들은 배우지 않아도 조직내에 대대로 내려오는 '시그널'을 동물적으로 읽어낸다.

사회 나와 봐도 그 동물적 감각은 생존의 필수 도구이더구만
공개적으로 지시받지 않은 적 없고, 어디 업무수칙에도 나와 있지는 않지만 알아서 '충성'하면 귀여움 받는다는 것 쯤은 알고 있어야 회사 들어올 자격 있는거 아닌가.
그래서 "휴가, 다 찾아서 쓰라"는 말에도 "회사가 제일 편하죠"라는 대답이 절로 나오고, "먼저들 퇴근해"라고 해도, 발이 잘 떨어지지 않는 거지.

혼자 잘 난척 하다 회식자리에서 이사님이나 부장님한테 면전에서 "요즘 회사 참 편해졌어" 라는 귀에 익은 소리라도 듣게 돼 봐...그담부턴 왠지 회사 생활이 꼬이고, 자꾸 뒤로 처지게 되는 거지.

요즘 젊은 세대들은 다르다고 하지만, 모르는 소리. '계급이 깡패'인 사회에서 살아온 우리 부장 같은 구린 세대가 떡 버티고 있는데 하루아침에 세상이 바뀔 턱이 있나. 죽을동 살동 잡은 일자리인데, 한 순간에 훅 가지 않으려면 세대들은 더 동물적 감각을 갈고 닦을 수 밖에.

공정거래위원회 직원 앞을 막아서고, 그 사이에 우리가 서랍을 통째 들어 나르고 컴퓨터 파일을 지우는 폐쇄회로 TV 화면 모습은 내가 봐도 민망하긴 해.
동료들이 게시판에 "글로벌 1위 기업의 자부심이 여지없이 뭉개졌다"고 올린데 대해서도 할 말이 없네.
근데, 동료들도 그렇고, 다른 회사 사람들도 그렇고 '내가 저 자리에 있었다면...' 하고 아찔했을 사람들은 없을까. 난 그게 궁금해.

공정위 직원들의 조사를 방해했던 삼성전자 (43,900원 상승1300 -2.9%) 직원은 이런 독백을 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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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경영진들도 스스로 질책했듯이 이 일은 조직에 대한 '충성'이라는 인식에서 비롯됐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더하다.
'공정위 직원이 나서면 막아서라'는 당부가 없었더라도 그렇게 하는게 조직을 위한 것이라는 시그널에 대한 조건반사가 작동했을 것이다. 이전에도 비슷한 일들이 있었고, 거기에 대한 공개적인 반성과 제재가 명확치 않았던 기억도 잠재의식에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

급기야 이건희 회장이 불같이 화를 냈다. 최고 경영진들은 "있어서는 안될 일이 일어났다"고 입을 모았고 관련자를 더욱 엄중히 처벌하기로 했다.
무엇이 조직에 진짜로 충성하는 건지, 명확한 시그널을 주겠다는 의지를 총수의 입을 통해서 전달한 것은 진작하고도 진작에 필요했던 일이다. 이 회장의 분노는 잘못된 '시그널'을 방치 내지는 방조한 '조직' 전체에 대한 개탄이었을 것이다.

어디 삼성만의 일인가. 이 회장의 '시그널'은 다른 기업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돼야 할 일이다. 그동안 '조직'을 대신해 죄를 뒤집어쓰고 감옥에 갔다 와서 오히려 잘 되는 기업인들을 숱하게 봐 오다 보니 사회도 국민도 무뎌졌다. 언론사 데스크라는 나조차도 공정위 조사를 막는 CC TV 화면 모습을 지켜보면서 헛웃음만 지었을 정도니...

이회장은 딱 2년전 경영에 복귀하면서 "지금이 진짜 위기다. 10년 내 삼성의 대표 제품들이 모두 사라질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실제로 글로벌 기업들까지 무너지는건 상상이 아니라 현실이다.

'GM에 좋은 것은 미국에 좋은 것'이라던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 GM도 사실상 파산처지까지 몰렸었다.
삼성의 라이벌이던 대우그룹은 오래전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어제(22일) 창립 45주년을 맞아 한자리에 모인 대우맨들은 자신들이 쓴 회고록 제목을 '대우는 왜?'라고 달았다. 책 내용에 담겨있듯 직원들이나 CEO가 열심히들 뛰었는데 정부가 왜 망하게 만들었냐는 원망이 담겨있다.
하지만, 열심히 일하는게 다는 아니다. 세상이 급변하는데 옛날을 고수하는 기업은 버티기 힘들다.

기업이 버티지 못하면 국민들이 힘들어진다. 기업에 좋은 것은 대한민국에도 좋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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