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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지금, 오늘을 잡아라

[투자의 의미를 찾아서]

투자의 의미를 찾아서 머니투데이 박정태 경제 칼럼니스트 |입력 : 2012.03.30 12:35|조회 : 7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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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지금, 오늘을 잡아라
영화로도 만들어진 J R R 톨킨의 판타지소설 '반지의 제왕' 제1부에는 이런 시 구절이 나온다. '금이라 해서 다 반짝이는 것은 아니며, 헤매는 자 다 길을 잃은 것은 아니다.'

시장이 자신의 이해에 어긋나거나 투자한 주식이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을 때 사람들은 왜 자신만 이런 일을 당하느냐며 화를 낸다. 하지만 그건 불평할 일도, 불공정한 처사도 아니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갈파했듯이 정기적으로 찾아오는 손실의 고통을 아무런 불평 없이 감수하는 것이야말로 주식투자자의 의무다. 시장은 늘 그렇게 우리를 따끔한 매로 다스리며 우리의 한계를 인정하도록 만든다.

시장은 우리보다 훨씬 더 강력하다는 것, 우리는 연약하고 한시적이고 우리 자신보다 더 큰 필연성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는 것. 시장은 광대하고 무한하며, 때로는 캄캄하고 충격적이며, 항상 불확실하고 모호하다는 것, 그것이 시장이 가혹하게 가르쳐주는 교훈이다.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 솔 벨로의 대표작 '오늘을 잡아라'(Seize the Day)는 상품시장과 선물거래를 소재로 한 보기드문 소설이다. 물론 대단한 투자기법이나 성공담 따위를 전해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한 문장 한 문장 읽어가다보면 시장과 투자, 그리고 우리 삶의 의미를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주인공 토미에게 '바로 지금' 철학을 설파하는 탬킨 박사의 말을 들어보자. "사람들을 '바로 지금'으로 데려와야 해. 현실세계로. 현재 이 순간으로 말이야. 과거는 우리에게 아무 소용이 없어. 미래는 불안으로 가득 차 있지. 오직 현재만이 실재하는 거야. 바로 지금, 오늘을 잡아야 해."

탬킨 박사가 말하는 현재란 바로 시시각각 변화하며 끊임없이 우리를 유혹하는 시장의 모습이 아닌가? 토미는 직장을 잃고 가족에게도 버림받은 채 뉴욕 브로드웨이의 한 호텔에 투숙했다. 과거의 실패와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좌절한 그에게 탬킨 박사는 공동투자를 제안한다.

"자네가 증권시장이 돌아가는 상황을 모르기 때문에 월스트리트 사람들이 부자가 되는 거야. 하지만 그건 알 수 없는 수수께끼가 아니야. 돈을 조금 넣어두고 관찰로 알아낸 원리를 적용하면 돈을 손에 쥐기 시작할 거야. 그러려면 위험을 무릅쓰고 투자해봐야 해. 그래야 투자의 진행과정, 돈의 흐름, 복잡한 전체 구조를 피부로 느끼지. 우리는 단기간에 100% 이익을 남길 거야."

가짜 정신과 의사 탬킨 박사의 이야기는 재미있는 것 같으면서 재미없고, 진실인 것 같으면서 거짓이며, 자연스러운 것 같으면서 억지스럽다. 결국 토미는 그의 말에 넘어가 마지막 남은 전재산 700달러를 투자한다. 그 돈으로 라드(Lard·요리용 돼지기름) 선물을 사지만 닷새 만에 빈털터리가 되고, 탬킨 박사는 사라진다.

그는 행동을 취하기 전까지 많이 생각하고 망설이고 한 번 더 숙고하지만 결국 어떤 식으로든 행동해야 할 시기가 닥치면 하지 않겠다고 수없이 마음먹은 바로 그 길을 선택하고 만다. 이번에도 그랬다. 많은 투자자가 그러는 것처럼.

토미는 속은 것을 알고 탬킨 박사를 찾으러 거리로 나왔다가 우연히 장례행렬에 떠밀려 교회로 들어간다. 그리고는 관에 누워있는 죽은 사람을 바라보는 순간 뭔가 풍요로운 느낌을 받는다. 그는 복받치는 슬픔에 큰 소리를 내며 운다. 교회 안에서 우는 사람은 그 혼자뿐이다. 그는 눈물이 가져다주는 위대하고 행복한 망각으로 빠져들어간다.

이 작품에서 토미는 실패한 것 같지만 마지막 순간에 뭔가를 깨닫는다는 점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시사한다. 그는 상처 입고 고통받지만 주저앉지는 않는다. 그를 경제적 파탄에까지 이르게 한 탬킨 박사는 정체불명의 사기꾼 같지만 그를 현실에 눈 뜨게 해준 구원자이기도 하다.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도 모른 채 태어나 살아가는 게 우리네 삶이다. 주식시장도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이 투자하는 방법을 배우기도 전에 시장으로 뛰어든다. 그리고 인생이 늘 그러하듯 숱한 실수를 저지른 다음에야 비로소 자신의 잘못을 깨닫는다. 그런 깨달음, 그렇게 헤매는 과정이야말로 시장이 주는 진짜 황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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