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외수 "22살 돌아가면 뭐하고 싶냐" 질문에…

나는 작가 이외수 선생의 120만 트위터 '팔로워' 가운데 한 사람이다. 이 선생께서도 감사하게 '맞팔'을 해주셨다.


얼마 전인가, 이 선생께선 22살 어느 젊은이에게 "자신의 나이로 돌아가면 뭘 하고 싶으냐"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선생께선 "너무 치열하게 살아서 22살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답하셨다.

의외였다. 나라면 22살로 젊은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은데. 물론 60대 후반인 이 선생과 40대 중반인 난 연배가 다르니, 당연히 젊은 시절의 고통이나 가난의 무게도 다를 터이다.

하지만 내 20대도 나름 꽤 힘들었다. 학비와 방값, 먹을거리를 전부 벌어야 했던 가난한 시절이었다. 늘 아르바이트를 달고 살아야 했고, 방학 땐 등록금을 벌기 위해 '노가다'에도 나서야 했다.

그런데도 20대로 돌아가고 싶은 건 그 때 너무 재밌게 살았기 때문이다. 우선 친구들과 어울려 영화를 정말 많이 봤다. 없는 돈에도 그걸 쪼개서 어떻게든 봤다. 그리고 그 느낌을 자취방에서 밤새 이야기했다. 영화지식은 별로 없었지만, 느낌을 나누는 데엔 아무 문제가 없었다.

음악도 많이 들었다. 70년대 올드 팝부터 헤비메탈과 블루스, 뉴에이지 음악까지 골고루 들었다. 들국화의 노래를 들으며 젊은 날의 불안을 위로 받았고, 비가 오면 술 대신 이문세의 노래에 취했다. 좋은 오디오는 없었다. 낡은 카세트 플레이어에 테이프 뿐 이었다. 그래도 좋았다.


책도 꽤 읽었다. 세 보진 않았지만 대학 시절 대충 적어도 300권 이상은 본 것 같다. 이것저것 그냥 손에 잡히는 대로 읽었지만, 특히 소설을 많이 봤다. '필'이 꽂힌 작가를 하나 발견하면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그 분이 과거에 쓴 책을 모두 찾아 밤새 읽었다.

숫기도 없고 생계에 쫓기다 보니 연애 한번 변변하게 못해본 젊은 시절이었지만, 나름대로는 정말 재미나게 살았던 것 같다. 문제는 대학졸업 이후다. 꽤 번듯한 직장에 취직했지만, 그런 살뜰한 재미를 모두 잃어버렸다. 직장 생활에 내 일상 전부를 바쳐야 했고, 어느 새인가 '재미'와는 담을 쌓고 사는 40대가 돼 있었다. 정작 부자가 되지도 못했으면서 왜 그렇게 재미없게 살았을까.

치열했던 젊은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지금이 더 좋다고 하시는 이 선생을 보며 정말 부러웠다. 그만큼 지금 내 인생이 재미없는 거다. 이 선생께서 젊은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하는 건, 단순히 그가 이룬 현재의 성취 때문만은 아니리라. 이 선생께선 트위터에서 세상 사람들과 활발하게 소통하며, 자연 속에서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을 재밌어 하시는 것 같다는 느낌이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이 선생께선 60대고, 난 40대이니 아직도 시간은 충분하다. 아무리 바쁘다 해도 지금부턴 소소한 재미로 내 일상을 채워가야겠다. 영화나 소설도 챙겨 보고, 체면 따지지 말고 '마눌님'을 비롯한 주위 사람들과 수다도 많이 떨어야지. 그런 차원에서 요즘 트위터와 페이스북도 열심이다.

어떤 면에선 일상의 소소한 재미를 잃어버리지 않는 것이 '돈 모으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노후 대비'가 아닐까 싶다. 해외여행 자주 다니고, 골프도 늘 칠 수 있을 정도가 안 된다면 더더욱 그렇다.

<지난 기사 보기>
2.남자화장실의 '유령', "우리를 사람으로 여겼다면..."
1.장모님께 직접 용돈 안 드리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