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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테스]빈곤함정의 덫

폰테스 머니투데이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상무 |입력 : 2012.04.02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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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테스]빈곤함정의 덫
카이젠. 토요타하면 연상되는 말이며, 더 나아가 일본 경제를 상징하는 단어이다. 카이젠(개선)의 사전적 의미는 '잘못된 것이나 부족한 것, 나쁜 것 따위를 고쳐 더 좋게 만드는 것'이다. 카이젠은 일본 경제를 부흥시킨 원동력이다. 일본은 무엇이든지 좋은 것이 있으면 모방을 했고, 더 좋게 개선했고, 또 상품화했다. 비디오, 팩스 모두 기술 개발은 미국이 했으나 시장 잠재력을 간파하고 소비재로 개발해낸 것은 일본이다. 카이젠 덕에 일본은 1990년대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급성장할 수 있었다. 그런 일본이 지금은 카이젠의 덫에 빠졌다. 1995년 미국 GDP의 70%에 육박하던 일본 GDP는 이제는 38.9%로 낮아졌고, 2위 자리도 46.4%를 기록한 중국에 확실하게 내주었다. 카이젠으로 세계 2위까지 이룩했지만, 이제는 카이젠 때문에 더 이상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카이젠, 즉 개선은 '모방'이라는 의미도 내재돼 있다. 있는 것을 고치는 것이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발명이 아니다. 사실 일본은 유사 이래 새로운 것을 발명한 것이 하나도 없다. 화약, 종이에서부터 철도, 전기에 이르기까지 세계를 한 차원 더 높은 새로운 세상으로 이끈 발명품 중에서 일본 것은 없다. 소니 워크맨, 닌텐도 슈퍼마리오, 토요타 자동차 모두 새로운 발명품은 아니다.

모방과 개선만으로 이룰 수 있는 경제 발전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부존자원이 거의 없이 수출만으로 일어난 경제는 더욱 그렇다. 한계에 부딪혔을 때 그냥 정체 현상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추락하게 되고, 한번 추락하기 시작하면 좀처럼 반전의 모멘텀을 찾기가 어렵다. 일본이 20년 추락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그런 이유다.
천연의 부존자원이 없다면 인공의 자원을 많이 만들어서 축적해야 한다. 인공 자원이라는 것이 많이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이나 R&D를 통해서 만들어 낼 수 있는 지식자원이다. 우리나라가 이만큼의 경제적인 실적을 달성한 기저에는 높은 교육열이 한몫을 했다. 우리의 대학 진학률은 80%,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런 교육열이 우리나라를 이만큼까지 이끌고 왔다. 그러나 교육 수준을 끌어올리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더 많은 국민을 대학 졸업자로 만드는 것은 모방을 잘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정도이기 때문이다. 아이폰이 그 단적인 사례다. 우리는 아이폰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다만 그것을 세계에서 가장 빨리 그리고 가장 성능 좋게 모방해내는 능력은 보유하고 있다. 일본이 한때 그랬던 것처럼. 그러나 모방능력에만 의지하다보면 우리도 언젠가는 일본처럼 빈곤함정의 덫에 빠지게 된다.

이제는 혁신형 경제로 이행해야 한다.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일이다. 그러나 실상은 퇴보하고 있다. 기초연구는 돈이 안된다는 이유로 전보다 더 홀대받고 있다. 우수 인재도 우리나라에서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연구 환경이 좋은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유럽처럼 수백년동안 축적된 지식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미국처럼 기초연구에 아무런 조건 없이 물쓰듯 연구비를 대주는 문화를 갖고 있지도 못하다.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국책연구시스템을 보유하고서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연구소 자립이라는 이상한 명분을 내세워 연구만 해도 모자란 귀중한 연구시간을 프로젝트 수주에 낭비하도록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국립연구기관들이 미국의 페르미연구소나 유럽의 파스퇴르연구소처럼 유명해지지 못하는 이유다.

우리도 이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기관을 만들어 내야 한다. 풍족한 연구비와 최신의 연구시설을 갖춘 곳이어야 한다. 집도 하나씩 대주고 연봉도 세계 최고수준으로 맞춰줘서 최고의 인재들을 끌어모아야 한다. 한때 대덕단지에 투자해놨던 것이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벤처의 모태가 되었다는 것은 아무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노벨상 수상자들이 모여서 연구하는 곳. 그런 꿈이 우리 수준에는 너무 과도한 사치에 불과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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