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수입 반도체장비, 하나 둘 만들다보니…"

코미코가 자체 개발한 반도체 장비용 CVD(화학기상증착)히터.

반도체업계의 '치킨게임'이 한국업체들의 승리로 마무리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일본과 대만기업들은 한국과의 경쟁에서 밀려 사실상 손을 들었다.

이제 삼성전자 (78,600원 ▲3,100 +4.11%)와 SK하이닉스 (179,800원 ▲8,800 +5.15%) 등 한국기업들이 그 과실을 챙길 것이라는 낙관적인 관측도 잇따른다. 삼성전자 등의 선전에는 '음지'에서 경쟁력을 높인 반도체장비나 부품업체들의 땀도 적잖은 역할을 했다.


코미코 (10,150원 ▲350 +3.57%)도 한국 반도체산업의 조력자 중 한 곳이다. 지난 13일 기자가 찾은 코미코 안성공장은 세정 및 코팅부품 등이 출고를 앞두고 있었다.

◇세정에서 부품 생산으로＝SKC와 하이닉스 구매담당을 거쳐 반도체부품 수입업을 하던 전선규 코미코 대표는 1990년대 중반 세정사업부터 손을 댔다.

당시 국내 반도체회사들은 값비싼 수입산 세라믹부품을 1차례 사용한 후 버렸다. 세정 전문업체가 국내에 없는 데다 해외에서 세정해 다시 들여오기에는 비용부담이 너무 큰 탓이었다.

세라믹 반도체장비부품 세정 전과 후.

이 시장을 간파한 전 대표는 96년 코미코를 설립,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세라믹부품을 전담해 세정했다. 그는 단순 세정작업에 그치지 않고 항공기 엔진용 플라스마 코팅기술을 적용, 부품의 내구성을 높이는 '센스'를 발휘했다.

반도체 제조업체들은 부품교환을 위해 한번 챔버를 열면 24시간가량 해당 챔버를 멈춰야 한다. 그 횟수를 줄이려면 부품의 내구력이 뛰어나야 해 코미코의 코팅기술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후발주자들이 대거 이 시장에 뛰어들었는데도 코미코만 삼성전자 및 SK하이닉스와 동시에 거래한 것도 기술력 덕분이다.

이석윤 코미코 상무는 "코팅기술이 업그레이드되지 않으면 성장할 수 없다"며 "기술은 물론 코팅소재를 다양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산화, 독자기술 개발도＝코미코는 세정기술을 국산화한 데 이어 2005년 반도체장비의 핵심부품인 ESC(정전척)를 국내 처음으로 생산했다. 지난해에는 태양광웨이퍼 운반장비인 C/C트레이를 국산화해 주성엔지니어링 등 국내 장비업체에 공급했다.

올해는 숙원사업인 CVD(화학기상증착) 히터를 다시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이는 반도체용 웨이퍼판을 가열하는 부품이다. 이는 그간 연 1000억원가량을 수입에 의존해온 장비업체의 부담을 크게 덜어줄 전망이다.

코미코 안성공장 전경

코미코는 아직 상용화하진 않았으나 450㎜ 규모의 히터까지 개발을 끝냈다. 시제품도 내놓아 고객사들이 주문하면 언제든지 생산할 수 있다. 코미코는 이런 국산화에 힘입어 지난해 746억원이던 매출이 올해 1000억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기대한다.

이 상무는 "올해 1000억원 이상 매출과 10%를 웃도는 영업이익률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 목표를 달성할 경우 매출과 영업이익이 지난해에 비해 30% 가까이 늘어난다.

ESC의 소재를 세라믹으로 개량한 세라믹 ESC는 내년에 출시될 예정이다. 코미코는 올해부터 매출이 발생한 연료전지부품사업도 장기적으로 실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본다. 연료전지 내 질소저장공간의 칸막이와 이를 조립한 내부 패키지가 주력분야다.

전선규 코미코 대표(사진 왼쪽)가 최근 공장을 방문했던 황은성 안성시장(왼쪽 두 번째)을 안내하고 있다.

이 상무는 "이 패키지를 경동나비엔 보일러에 적용하는 국책과제가 지난해 시작돼 30억원가량의 연구비를 지원받았다"며 "보일러 상용화를 시작으로 각종 발전설비와 방산부문 등에서도 실적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미코는 인력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현재 750여명이 일하는 화성공장 부품본부 인원은 170명이며 이중 50명이 연구·개발 인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