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0억 차세대시스템, 체납-탈세꼼수 안통한다"

↑ 임수경 국세청 전산정보관리관

국세청이 2300억원을 투입하는 차세대 TIS(국세행정시스템)를 구축한다. 지난 1997년 구축된 TIS가 노후한데다 급변하는 세무환경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이 프로젝트는 국세청 개청 이래 최대 규모사업으로 주목받았다. 국세청 최초의 여성국장(개방직)으로 화제를 모았던 임수경 CIO(전산정보관리관)는 이 사업의 밑그림을 그린 인물.


임 국장은 "2010년부터 차세대 TIS에 상당한 준비를 해왔다"면서 "2300억원짜리 공공프로젝트는 그 자체가 굉장히 어려운 도전"이라고 말했다. 막대한 세금이 투입되는 만큼 재정수입 확대라는 명분과 논리가 분명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와관련, 임국장은 지난해 이현동 국세청장에게 차세대 TIS 구축 프로젝트를 보고할 당시 영화 '트랜스포머'와 '리얼스틸'을 사례로 들었다는 일화를 꺼냈다.

트랜스포머의 변신로봇은 통합과 유연성이 핵심이다. 법제도가 자주 바뀌고 체납, 탈세 이슈가 많은 세무 역시 레고블럭처럼 컴포넌트화(부속덩어리)해 빠르게 변신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는 "현대자동차의 경우 과거 한 라인에서 한 모델만 생산했지만 지금은 소형, 중형 라인 각각 8종이 나온다"면서 "수요가 없다고 라인을 놀리는 것이 아니라 다른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게 플랫폼이자 차세대 프로젝트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차세대 TIS를 구축하는 현실적 이유도 있다. 현재 홈택스나 각종 민원증명은 아침 8시부터 오후 6시까지만 발급받을 수 있다. 시스템 구조가 유닉스와 메인프레임으로 나뉘어있기 때문이다. 밤 9시부터 아침 6시까지는 한쪽 시스템의 자료를 넘겨받아 변환하는 배치작업을 해야 한다. 연말정산이나 종합소득세 신고기간에는 집계에만 한 달가량 걸리는 것 역시 이런 구조 때문이다. 재신고시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과태료가 오납되는 문제도 많다. 임 국장은 차세대 TIS가 이런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기대한다.


임 국장은 오는 9월로 임기 3년이 마무리 되간다. LG CNS에서 기술대학원장, U엔지니어링사업개발부문장 등을 거친 IT전문가인 임 국장의 '공무원' 생활은 어땠을까.

임 국장은 "2009년 9월 처음 임명장을 받았을 당시 국세청에서 서비스 지향의 정보화를 이루고 업무프로세스 개선과 정보보안에 역점을 두겠다고 말했는데 3년간 성과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세무IT는 공급자 위주여서 국민 불편이 적지않았는데 최근 수년간 납세자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연말정산이나 종합소득세 신고시 일일이 자료를 찾지않아도 되도록 시스템을 개선한 게 큰 보람"이라고 덧붙였다.

임 국장은 "전문가의 영역이라 어려움이 있었지만 CIO는 프로세스를 잡는 사람이라는 생각으로 일해왔다"며 "국세청의 혁신분위기도 업무추진에 도움이됐다"는 고마움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