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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또 자살…카이스트에서 무슨일이?

[웰빙에세이] 1등에 빠지면 1등에 죽는다

김영권의웰빙에세이 머니투데이 김영권 작은경제연구소 소장 |입력 : 2012.04.17 12:25|조회 : 23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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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빠지면 사랑에 죽는다. 돈에 빠지면 돈에 죽고, 인기에 빠지면 인기에 죽는다. 그러니 1등에 빠지면 1등에 죽을 것이다. 1등에 모든 걸 걸었는데 1등에서 추락하면 나도 추락하게 된다. 나는 모든 것을 잃는다. 존재의미를 잃는다.

카이스트 학생들의 연쇄 자살이 그런 것이다. 지난해 봄 이 학교 학생 4명이 잇달아 목숨을 끊더니 17일 또 한 명이 투신을 했다고 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이 5명뿐일까? 아마 죽지 못해 사는 학생들이 10, 100배는 될 것이다. 잠재적 자살대기층이 그 정도는 돼야 툭하면 목숨을 던지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 지금 당장 죽지 않았을 뿐이지 죽음에 이르는 마음의 병을 앓는 학생들이 아주 많을 것이다.

카이스트는 전국에서 과학 수재들을 모아 놓고 다시 경쟁을 시켜 1등 수재를 가려내는 학교다. 예선을 통과한 동네 수재들의 전국 경연장이다. 성적지상주의, 학점만능주의의 메카다. 선수들이 동네에서 남다른 성적으로 1등을 했을 때는 하늘을 찌를 듯 한 기분이었을 것이다. 남들의 부러운 눈총을 받으며 카이스트에 들어갔을 때는 무서운 게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꿈같은 기쁨은 잠깐! 진짜 살벌한 게임은 지금부터다. 어렵지 않던 1등이 갑자기 어려워진다. 전교 1, 2등을 하던 선수가 졸지에 반에서 20등, 30등으로 밀려나게 된다. 그걸 만회하려고 아무리 기를 써도 잘 안 된다. 지금까지는 성적 때문에 기를 펴고 살았는데 이제부터는 성적 때문에 기 죽어 못살겠다.

1등을 당연시했던 선수에게 2등은 충격이고 3등은 치욕이다. 그러나 카이스트에서도 1등은 오직 한명이다. 그러니 다른 곳에 가면 여전히 1등을 할 선수들이 줄줄이 치욕을 당하고 절망한다. 뼈아픈 패배감과 좌절감, 숨 막히는 압박감, 더 이상 빠져 나갈 틈이 없다는 절박함이 자살을 부른다.

성적 스트레스에 꽃 같은 젊음이 꺾이고 있다. 지금도 부모의 기대와 선생님의 압박과 라이벌들의 공격에 밀려 막다른 구석에서 비명을 지르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뼈아픈 패자가 된 승자들의 눈물이 느껴진다. 성적에 매몰되면 성적 밖에 보이지 않는다. 카이스트에 매몰되면 카이스트가 온 세상이 된다. 거기서 패배하고 굴욕을 당하느니 차라리 죽음이 낫다. 그 좁은 캠퍼스에서 한발만 걸어 나오면 드넓은 세상이 있는데 학교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한 채 죽음을 택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황당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카이스트 밖도 결코 안전하지 않다. 카이스트의 학점 경쟁에서 1등을 한 선수는 다시 한 번 하늘을 찌를 듯한 기분일 것이다. 마음은 더 높은 하늘로 비상할 것이다. 이런 선수들은 이제 세계무대로 간다. 거기서 재차 생사를 건 성적 전투를 치른다. 그래서 평소대로 1등을 하면 좋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그 역시 심한 자살 유혹을 느낄 것이다. 땅으로 떨어진 '공부의 신'은 충격적인 패배를 견디지 못할 것이다.

세계무대에서 1등을 해도 그것으로 끝은 아니다. 그라고 죽을 때까지 1등만 하라는 법은 없다. 사회에 나와 어쩌다 1등을 못하면 그 때 위기를 맞는다. 평생 1등만 해서 카이스트 교수가 되고 그 학교 교수 600 여 명 중에서 또 1등을 한 '올해의 카이스트인' 교수도 지난해 학생들의 연쇄 자살 와중에 목숨을 끊었다. 연구인건비를 마음대로 썼다가 적발된 사실을 견딜 수 없었다고 한다. 그 교수의 전공이 '생명공학'이었다니 그에게 생명이란 도대체 어떤 것이었는지 묻고 싶다.

재작년에는 카이스트를 나와 미국 스탠퍼드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삼성전자 부사장까지 고속 승진한 사람이 투신자살을 했다. 세계 최고의 D램 반도체회사에서 최고의 엔지니어 상을 받아 '삼성 펠로우'가 되고 반도체(플래시 메모리) 연구소장까지 지낸 그가 자살한 이유는 '인사발령에 따른 업무과중'이었다고 한다. 표현이 점잖지만 적나라하게 얘기하면 '물먹은 인사' 충격이 컸던 것이다.

카이스트로 가지 않은 수재들은 어떤가? 그들은 서울대만 바라본다. 거기에 갈 때까지 전투다. 공부, 공부, 공부, 더 열심히, 더 열심히, 더 열심히…. 학교 내에서는 서울대만 부르짖고, 학교들끼리는 서울대 입학생 수만 따진다. 어디를 가나 성적 전투를 피할 수 없고, 어디를 가나 사상자들이 수두룩하다. 수많은 학생들이 삶을 사랑하지 못하고 저주하고 있다.

학교는 지금 거대한 정신병원이다. 그래서 교육수준이 높아질수록 미친 사람들이 많아진다. 피 말리는 성적 전투의 고통을 견뎌내는 과정에서 심성이 망가져 버리는 것이다. 그들은 학점에 미치고, '스펙'에 미치고, 지식에 미친다. 성적이 오르내리고, 인생이 오르내리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세상 전체가 성적에 미쳐 돌아가는 곳에서는 성적에 매달리지 않는 사람이 미친 격이 된다. 다들 성적에 매달려 있으니 성적 무시하고 사는 사람들이 기인이고 괴짜다. 그러나 실제로는 성적에만 죽자 살자 매달리는 사람들이 기인이다. 어차피 한두 명만 승자인 곳에 재능과 취향이 없는 걸 알면서도 달려드는 것은 불나방과 다를 바 없다. 그들이 바로 기인이고 괴짜다.

카이스트에 모인 과학 수재라 해도 끼와 재능은 다 다르다. 이들에게 단 한 가지 형태의 경쟁을 시켜 그걸 감당하지 못하면 벌을 주고 뒤로 제쳐 버리는 것은 심각한 사람 낭비다. 모든 학생들을 상대평가 해서 무조건 한 줄로 세우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카이스트에서 이미 이런저런 자살방지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학점 하나로 승패를 가르고, 패자를 징벌하는 호전적인 경쟁시스템을 고수하는 한 미봉책에 그칠 것이다.

'카이스트'라는 TV 드라마도 있었던 것 같은데 이 학교를 미화하지 말라. 사람들은 제 나름대로 다 수재다. 제각각 1등이 될 수 있는 꽃씨들이다. 1등은 단 한 가지 색깔로 단 1명만 있는 게 아니라 수많은 색깔로 수 없이 있을 수 있다. 그렇게 수많은 1등을 만들어내야, 수많은 1등의 꽃을 피워내야 이 슬픈 죽음의 행렬을 끊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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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로그인Lyrin__  | 2012.04.18 18:01

읽을 가치도 없는 글이네요. 정신병원 수감자라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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