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머니투데이 페이스북 머니투데이 트위터
통합검색

오늘의 증시

오늘의 증시
코스피 코스닥 원/달러
2068.05 671.56 1134.30
▼3.18 ▲0.71 ▲1
-0.15% +0.11% +0.09%
양악수술배너 (11/12)조 변호사의 가정상담소 (10/18)
블록체인 가상화폐

주식시장에 상상훈련은 없다

투자의 의미를 찾아서 <5>

투자의 의미를 찾아서 머니투데이 박정태 경제칼럼니스트 |입력 : 2012.04.27 12:10|조회 : 6046
폰트크기
기사공유
주식시장에 상상훈련은 없다
영화 '올드보이'에서 주인공 오대수(최민식 분)는 영문도 모른 채 독방에 갇혀 15년을 지낸다. 그는 5년쯤 지난 뒤부터 혼자 벽을 마주하고서 싸움을 한다. 자칭 '상상훈련'이라는 방식이다.

주인공은 10년간 그렇게 단련한 뒤 독방에서 나오자마자 동네 양아치들과 1대4로 연습을 해본다. 곧이어 그 유명한 망치로 내리찍는 장면이 나오는 1대50쯤 되는 엄청난 싸움을 벌인다. 영화에서는 상상훈련이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온다.

주식시장에서도 이게 가능할까. 독학으로, 그러니까 순전히 가상훈련만으로 주식고수가 될 수 있을까. 답은 아니다. 불가능하다. 주식격언에도 있지 않은가? 직접 돈을 걸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고.(You can't tell till you bet.)

그렇다. 주식투자란 자기 돈으로 직접 베팅을 해봐야 한다. 머릿속으로 가상의 투자를 아무리 많이 해본들 프로의 감각은 절대 익힐 수 없다. 수영 교본을 달달 외워봐야 물속으로 뛰어들지 않는 한 헤엄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자신의 판단이 맞는지 틀리는지는 자기 돈으로 증명해봐야 한다.

제시 리버모어의 말처럼, 자신이 가진 것 전부를 잃는 것만큼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제대로 가르쳐주는 것도 없다. 투자라는 게임은 게임을 통해서만 가르친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전재산을 걸 수는 없다. 그건 쪽박차는 지름길이다. 먼저 경험을 쌓아야 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작게 시작해 점차 투자 규모를 늘려가라고 하는 것이다.

여기서 슈테판 츠바이크의 소설 '체스이야기'를 보자. 화자는 뉴욕에서 부에노스아이레스로 가는 여객선 안에서 우연히 B박사를 만난다. B박사는 오스트리아가 히틀러에 의해 독일에 합병되자 1년 넘게 독방에 감금됐다 풀려난 인물이다.

그를 독방에 가둔 게슈타포는 아주 독특한 고문 방식을 사용하는데 누구와도 소통할 수 없는 '무의 감옥'에 가둬놓는 것이다. 독방에서는 읽을 것 하나 없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으며 창문 밖은 벽뿐이다. 신문을 받을 때만 겨우 사람을 만날 수 있다.

그러던 어느날 B박사는 신문 대기실에서 담당 장교의 외투에 들어 있던 체스 기보집을 훔친다. 그리고는 밤낮 기보를 연구하고 혼자서 자신을 상대로 체스를 두다 마침내 신경과민으로 쓰러진다.

다행히 병원에서 만난 의사의 도움으로 탈출하게 됐는데 여객선에서 세계 체스 챔피언 첸토비치를 상대로 체스를 둬 기가 막히게도 승리를 거둔다. B박사가 실전 체스를 둔 것은 20년 전 고등학교 시절이 마지막이었다. 이런 아마추어가 순전히 상상훈련 덕분에 세계 챔피언을 꺾은 것이다. 그런데 둘째 판에서는 상대의 심리전술에 말려 패하고 만다. 신경증이 도진 탓이었다.

그래도 희망이 있지 않은가. 아마추어가 프로를, 그것도 세계 챔피언을 꺾었으니 말이다. 비록 소설 속이지만 상상훈련이 체스에서 통한다면 주식시장에서도 어느 정도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B박사처럼 고립된 상황에서 오로지 주식시장만 생각하고 신경증에 걸릴 정도로 머릿속으로 투자를 한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그런데 '체스이야기'에서 내가 주목하는 대목은 B박사가 아니라 그의 상대로 나오는 첸토비치다. 그는 스무살에 세계 챔피언이 됐지만 열네살이 되도록 손가락을 써야 계산할 수 있었고 청소년기에도 책을 제대로 못읽었다. 그는 체스를 제외한 모든 것에 대해 전적으로 무관심했고 자신의 우스꽝스런 모습에도 무감각했으며, 체스판이 눈앞에 있어야만 둘 줄 아는 텅빈 머리의 소유자였다.

하지만 체스에만 적합한 재능을 지닌 특별한 천재였다. 이 재능은 집중력과 유연성이다. 다른 사람들이 체스 '게임'을 할 때 그는 '진지하게' 뒀다. 그는 체스에만 집중했고 다른 분야에서는 철저한 무관심과 무감각, 상상력의 부족을 드러냈다.

세계 챔피언이면서도 아마추어에게 지는 굴욕을 당했지만 곧바로 설욕했다. 패배했다고 흥분하는 대신 유연성을 발휘했다. 냉정하게 상대의 약점, 즉 신경증으로 인한 불안과 초조, 조급해하는 심리를 파고든 것이다. 주식시장에 상상훈련은 없다. 중요한 것은 집중력과 유연성이다.

  • 0%
  • 0%


오늘의 주요뉴스




종료된칼럼

베스트클릭

실시간 급상승

10.0초

5분간 수집된 조회수 기준

오늘의 운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