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처럼, 아이디어만 좋으면 투자받을 수 있다"

인터넷과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를 통해 자금을 모으는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제도가 국내에 도입된다.


기획재정부는 1일 경제활성화 대책의 일환으로 창업 초기 자금조달 물꼬를 터주는 '투자' 방식인 크라우드 펀딩 제도를 도입키로 했다고 밝혔다.

크라우드 펀딩은 개인이 사업 아이디어로 투자자를 모집해 다수의 기부, 후원, 투자 약정을 받아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사업 아이디어만 있고 제품을 상용화해 판매할 자본이 부족한 창업자나 벤처기업이 소규모 자금을 손쉽게 마련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 SNS가 활성화돼 사업 아이디어에 대한 홍보가 쉬워진 점도 크라우딩 펀딩 도입을 검토하게 된 바탕이 됐다.

그동안 단순 기부나 후원 방식의 크라우드 펀딩은 국내에도 있었다. 예술가나 사회활동가 등이 자신의 창작 프로젝트나 사회공익프로젝트를 인터넷에 공개하고 익명의 다수에게 투자를 받아왔다.

하지만 개인이 투자금을 지불하고 투자한 만큼 지분을 갖고 수익금을 받는 '투자' 방식은 처음 도입되는 것이다. 일종의 금융투자상품으로 자본시장법의 '투자중개업' 자격요건에 위반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크라우드 펀딩 도입을 위해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투자중개업'보다 완화된 자격요건인 '크라우드 펀딩업'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일정 요건을 갖추고 등록한 펀딩업자가 창업자나 초기벤처의 사업 아이디어를 홍보해주고 투자를 유치, 수수료를 받는 형태로 사업을 운영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별도로 창업지원법을 마련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논의되고 있다.

정부가 이번에 '투자' 방식 펀딩 도입을 추진하게 된 데는 미국에서 양원을 통과한 '잡스액트(Jobs Act)'가 한 몫 했다. 미국은 지난달 5일 제 2의 스티브잡스를 키워 내기 위한 이른바 '잡스액트'를 상원에 이어 하원에서 통과시켰다. 잡스액트는 1인 혹은 소수의 창업자가 다수의 투자자에게 크라우드 펀딩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펀딩을 통해 사업 건당 100만 달러 한도로 자금모집이 가능하도록 했다. 개인이 연소득 10만 달러 이하면 2000달러, 10만 달러 이상이면 연소득의 10%, 최대 10만 달러까지 펀딩에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미국 실리콘밸리처럼 아이디어만으로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같은 기업을 탄생시킬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보기 위해 잡스액트의 국내도입을 검토하게 됐다"고 말했다.

문제는 소액 일반공모로 펀딩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선의의 투자자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위원회도 이 점 때문에 1인 창조기업 육성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제도도입에 앞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파생증권 등의 거래를 금지하고 업체당 최대 중개규모를 한정할 방침이다. 또 모집금액 제한, 위험성에 대한 사전 안내 의무화, 펀딩업자의 건전성 유지 요건 마련, 개인 투자금액을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연구용역을 실시하고 해외사례를 검토, 관계부처 간 협의를 진행하는 등 구체적인 제도 설계를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큰 틀만 갖춰져 있는 미국 '잡스액트'의 세부 시행령이나 업무지침이 공표되면 이를 참고해 국내 적용도 모색할 방침이다. 제도 도입 여부는 내년 상반기에 가시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