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머니투데이 페이스북 머니투데이 트위터
통합검색

오늘의 증시

오늘의 증시
코스피 코스닥 원/달러
2339.17 827.84 1115.30
보합 15.72 보합 6.71 ▼5.1
메디슈머시대 (7/6~미정)
블록체인 가상화폐

[박종면칼럼]기업경영과 정치권력

박종면칼럼 머니투데이 박종면 더벨대표 |입력 : 2012.05.14 06:00
폰트크기
기사공유
언론의 자유나 월남 파병 반대를 주장하지는 못하고, 대신 50원짜리 갈비에 기름 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는 소시민적 자화상을 그린 김수영의 시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는 역설적으로 부조리한 현실과 타협을 거부한 저항의 시다. 중간쯤에 이런 대목이 있다.

“아무래도 나는 비켜 서 있다 절정 위에는 서 있지 않고/암만해도 조금쯤 옆으로 비켜 서 있다/그리고 조금쯤 비켜 서 있는 것이 조금쯤/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이 구절에 대한 후배 시인 안도현의 해석이 흥미롭다. “시인은 이렇듯 절정에서 조금쯤 옆으로 비껴서 있어야 하는 자이다. 종교가 진리의 절정에 도달한 정신의 영역이라면 문학은 진리의 위기를 포착하는 풍향계여야 한다. 종교와 문학이 손쉽게 화해하면 둘 다 망한다. 시는 종교를 무조건 따라가서는 안된다.”

안도현은 김수영의 시에서 종교와 문학의 올바른 관계를 찾았지만 우리는 김수영과 안도현에게서 정치권력과 기업경영의 바람직한 관계에 대해 힌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저축은행 사태, 파이시티 비리와 여기서 파생된 포스코 회장 선임 논란 등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난해 퇴출된 부산저축은행과 제일저축은행, 이번에 영업정지를 당한 솔로몬과 미래, 한국저축은행 수사과정 등에서는 어김없이 정치권 실세들이 등장한다.

이들 저축은행은 퇴출을 앞두고 구명작업을 위해 정관계 실세들에게 로비한 것만은 아니다. 평소에도 실세들에게 상시적으로 로비를 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골프장은 물론 대학과 교회까지도 줄을 댈 수 있다면 가리지 않고 찾아다녔다. 결국 회사는 퇴출당하고 오너 자신은 구속됐지만 마치 불나방처럼.

대학병원 영안실의 상가 집을 하루도 빼지 않고 찾아다녔던 그 열정으로, 외부손님을 배웅하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 출입구까지 직접 내려오곤 했던 그 정성으로 정관계 권력에 곁눈질하지 않고 저축은행 경영에만 전념했다면 어땠을까. 저축은행 업계의 독보적 1위 솔로몬저축은행 임석 회장의 몰락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기업경영에 권력은 독인가 마약인가.

세상은 서울 양재동 복합유통센터 파이시티 비리보다 포스코 회장 선임을 둘러싼 권력실세들의 개입에 더 관심을 보인다.

2008년 말 회장 선임 당시 안철수 박원순씨 등을 회장을 선임하는 사외이사로 뒀던 포스코는 외부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상황이 절대 아니었다고 주장하지만 권력 실세들이 개입했다는 증언과 물증은 계속 나오고 있다.

세계 3위의 철강기업에 외국인 지분이 50%를 넘는 글로벌 기업 포스코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정권실세들이 회장 선임에 개입했다면 그것은 내부 어딘가에서 그들을 끌어들였다는 의미기도 하다. 오너가 없는 태생적 한계라고만 치부할 수 있을지.

검찰 수사 등을 통해 외부인사의 개입이 사실로 드러나면 어떻게 될까. 포스코 회장은 언제까지 권력과 운명을 같이해야 하나.

다시 김수영의 시에 대한 안도현의 해설로 돌아가면 “시의 마음은 종교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함께 가되 시의 몸은 종교의 반대쪽을 향해 서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어깃장, 그 버티는 힘, 그 불화의 순간에 가까스로 시는 태어난다”고 말한다.

기업경영과 정치권력의 관계도 그렇다. 권력과는 어느 정도의 어깃장과 불화가 있어야 기업이 바로 설 수 있고 오래 간다. 한국적 정치현실에서 그게 몹시 힘들더라도 그렇게 해야 기업이 오래 산다. 그리고 권력에서 조금쯤 비켜 서 있는, 그래서 조금은 비겁한 최고경영자를 이젠 응원해야 한다.

  • 0%
  • 0%


오늘의 주요뉴스




종료된칼럼

베스트클릭

실시간 급상승

10.0초

5분간 수집된 조회수 기준

오늘의 운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