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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백만장자들에게 배 아파할 수 없는 이유

[유병률의 체인지더월드]

유병률의 체인지더월드 머니투데이 실리콘밸리=유병률 특파원 |입력 : 2012.05.21 05:50|조회 : 8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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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백만장자들에게 배 아파할 수 없는 이유
기자는 페이스북 상장의 피해자이다. 실리콘밸리 특파원으로 부임할 무렵 이곳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었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두 달여 앞둔 페이스북 상장 때문이었다. 조만간 흘러 넘칠 돈이 주택수요를 자극했고 월세도 끌어올렸다.

실리콘밸리의 중심 팔로알토(PaloAlto)에서는 월 4,000달러(약 470만원)에도 방 3개짜리 평범한 아파트조차 구하기 어려웠다. 집주인 기세도 등등해져 수십 여명 원서를 받아, 사람 가려서 집을 임대했다. 미국 내 신용기록이 없는 외국인은 거주의 자유도 주어지지 않는 셈이다.

실리콘밸리 집값상승에 크게 '기여한' 페이스북은 지난 17일(현지시간) 나스닥 상장으로 그야말로 떼돈을 벌었다. 직원의 3분의1인 1000여명이 가진 주식만으로도 200만~500만달러(약 23억~58억원)의 백만장자가 됐다. 거주의 자유를 침해 당한 기자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배 아파하는 건 당연할 수 있다. 그러나 가만히 들여다보면 절대 배 아파할 수가 없는 이유가 있다.

우선 억만장자, 백만장자들이 즐비하지만, 그렇게 부자티를 내지 않는 이들의 생활방식 때문이다. 월스트리트는 출근 첫날부터 에르메스 넥타이를 매야 하지만, 이곳은 면접 때도 아무렇게나 입는다. 실리콘밸리에서 패션으로 사치를 부리는 유일한 방법은 알록달록한 양말뿐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월스트리트 투자은행이 미술관을 빌려 파티를 한다면, 이곳은 스티브 잡스가 갔던 식당이나 내가 가는 식당이나 별 차이가 없다. 먹는 걸로 사치를 부릴 수도 없다. 또 이곳의 크고 작은 부자들은 주말이면 골프보다 자전거타기를 더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우리가 배 아파할 수 없는, 반(反) 1% 시위대가 월스트리트는 점령해도 실리콘밸리를 점령하기 힘든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돈 벌어 자신만을 위해 쓴다면 무시당하기 일쑤다. 자기가 성공했던 노하우로 다시 도전하고, 후배들을 키워야 인정받는다. 그래야 늙어도 주위에 사람이 많고, 노후도 아름답다. 페이스북은 물론, 유투브, 링크트인, 옐프 등은 지불결제회사인 페이팔 직원들이 회사매각으로 돈 벌어 창업했거나, 투자한 회사들이다. 또 현재 수백 명 전직 구글러들이 엔젤투자자로 활동하고 있다.

스티브 잡스가 "돈은 나에게 통찰력 있는 일도, 가치 있는 일도 아니다"라고 했던, 그런 정신이다. 잡스를 존경했던 마크 저크버그 역시 "우리는 돈을 벌기 위해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돈을 번다"고 했다. 그것도 자기 주식을 사줄 사람들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말이다.

어쩌면 돈 벌어도 배 아파할 수 없는 더 근본적인 이유는 IT의 진정한 속성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애플과 구글, 페이스북이 열어놓은 IT의 진실은 한마디로 플랫폼이다. '나로 인해서 네가 잘 되고, 네가 있기에 내가 더 성장할 수 있는' 구조라는 얘기이다. 성공하면 혼자 배부르고 실패하면 모든 사람들이 고통스러운 금융의 구조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전세계 9억명이 연결된 페이스북 경제안에는 미국에서만 8000개 기업이 먹고 산다. 징가(Zynga)와 스포티파이(Spotify)가 게임시장, 음원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페이스북 플랫폼 덕분이다. 페이스북이 지난 한해 만든 미국내 일자리만도 직접적으로는 5만3,000개, 간접적으로는 18만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애플과 구글의 플랫폼에서도 수많은 회사, 수많은 개발자들이 애플, 구글과 함께 성장한다. '진보는 IT에 있다'는 어느 책의 제목처럼 실리콘밸리 생태계는 그렇게 돌아간다.

그래서 이 곳에서는 페이스북 상장으로 수많은 백만장자들이 등장해도 그렇게 배 아파하지 않는다. 대신 이들에게 진심 어린 충고를 내놓고 있다. 현지언론은 "실리콘밸리가 자칫 꿈보다 돈에 집착할 수 있다"며 다소 들뜬 분위기를 가라앉히고 있다. 애플의 공동창업자 스티브 워즈니악도 "페이스북 주식을 가격 불문하고 사겠다"면서도 "주주들에게 (마크 저커버그가) 휘둘려서는 안 된다"고 충고했다.

만일 이런 우려가 현실화돼서 IT가 돈과 금융에 휘둘린다면, 물론 그때는 실리콘밸리를 배 아파하고 질투하는 수많은 대열이 생겨나는 것이 당연하다.
bryu@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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