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머니투데이 페이스북 머니투데이 트위터
통합검색

오늘의 증시

오늘의 증시
코스피 코스닥 원/달러
2100.56 702.13 1128.60
보합 8.16 보합 11.95 ▲0.1
+0.39% +1.73% +0.01%
양악수술배너 (11/12)조 변호사의 가정상담소 (10/18)
블록체인 가상화폐

역사가 흐를수록 존경받는 대통령이 되려면

[뉴욕리포트]

권성희의 뉴욕리포트 머니투데이 뉴욕=권성희 특파원 |입력 : 2012.05.29 17:14
폰트크기
기사공유
키웨스트는 미국 최남단의 작은 섬이다. 이곳에는 유명인이 살았던 저택 2채가 남아 있다. 하나는 미국이 자랑하는 문호 헤밍웨이가 살았던 집이고 다른 하나는 미국의 33대 대통령 해리 S. 트루먼이 휴가지로 애용했던 '작은 백악관'이다.

트루먼은 8여년의 대통령 재임기간 동안 키웨스트의 이 '작은 백악관'에 총 175일간 머물렀다. 트루먼은 감기로 고생하다 따뜻한 곳에 가 쉬라는 의사의 권고를 듣고 해군 장교들의 거주지로 쓰이던 이곳을 찾았다 반해 휴가 때마다 방문했다고 한다.

백악관이란 이름에 걸맞게 하얀 색으로 칠해진 이곳은 트루먼이 사용하던 그 시절 그대로 보존돼 있고 한쪽 일부만 트루먼 대통령의 업적을 소개하는 기념관으로 개조돼 이용되고 있다.

이 기념관 한 쪽 벽에는 미국 국민들에게 가장 존경 받는 대통령 10명의 이름이 붙어 있는데 트루먼은 에이브러햄 링컨, 조지 워싱턴, 프랭클린 루스벨트, 토머스 제퍼슨, 시어도어 루스벨트,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등에 이어 7위로 소개돼 있다. 굳이 '작은 백악관'의 소개가 아니더라도 트루먼은 매년 어떤 기관이 조사하든 미국에서 가장 존경 받는 대통령 10위 안에 빠짐없이 포함된다.

하지만 트루먼은 재임 당시에는 정말 인기 없는 대통령이었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국민적 영웅, 맥아더 장군을 해임한 직후인 1952년 2월에는 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22%까지 떨어졌다. 이 지지율은 2008년 금융위기 때 조지 부시 대통령이 깨기 전까지 미국 대통령 재임 시절 역대 최저 기록으로 남아 있었다.

트루먼은 한국전쟁이 한창일 때 맥아더 장군을 해임한 것 외에도 논란이 될 만한 결정을 많이 내렸다. 제2차 세계대전을 종식시키기 위해 일본에 핵폭탄을 투하했고 전쟁으로 피폐해진 서유럽을 지지하기 위해 마샬플랜을 수립했으며 아랍 국가들과 관계 악화를 걱정하는 비판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당시 막 수립된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했다.

내부적으로는 남부지역에서 지지율이 떨어질 것을 감수하고 1947년에 고용평등을 강화하는 법률 개정을 추진해 흑인들의 일할 권리를 보장했고 1952년 철강노조 총파업 때는 한국전쟁으로 안정적인 철강 공급이 절실하다며 철강공장 대부분을 접수하는 초강수를 뒀다.

키웨스트 '작은 백악관' 2층에 남아 있는 트루먼 대통령의 책상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 이 책상에는 트루먼이 평생의 인생 원칙으로 삼았던 문장이 새겨진 길쭉한 패가 놓여 있다. 그 패에 적힌 문장은 '패를 돌릴 책임은 여기서 멈춘다(The Buck Stops Here)'는 것이다.

이 문장에 사용된 영어단어 '벅(Buck)'은 포커를 칠 때 패를 돌리는 사람 앞에 놓는 표지를 말한다. 미국 서부 개척시대 땐 카드 패를 돌리는 사람 앞에 단도를 놓았는데 이 단도 손잡이를 동물의 가죽(Buck)으로 만들어 '벅(Buck)'은 카드를 돌릴 차례를 뜻하게 됐다.

당시엔 패를 돌리는 사람이 속임수를 썼다고 비난을 받거나 심하면 폭력에 휘말리는 일이 적지 않았다. 이 때문에 자기 차례가 돼도 패를 돌리지 않고 다음 사람에게 넘기는 경우가 많았고 이는 포커를 칠 때 일종의 관행으로 굳어져 '패를 돌릴 책임을 넘긴다(Passing the buck)'는 관용어까지 생겼다.

포커를 좋아했던 트루먼은 어려운 결정이나 책임을 남에게 미루지 않고 직접 담당하겠다는 의미로 패를 돌릴 차례가 됐다는 표지를 자기 앞에서 멈추도록 하겠다는 문장을 일생의 철칙으로 삼았다.

이제 몇 개월 후면 국가의 중대사를 결정하는 막중한 책임을 지는 대통령을 선출하게 된다. 당장의 인기에 연연하느라 중요한 결정을 미루거나 근시안적인 인기 영합적 결정을 내리지 않는, 그래서 트루먼처럼 시간이 지난 후에 더 존경 받고 사랑 받는 대통령을 선출하는 국민적 지혜가 발휘되기를 기대해본다.

  • 0%
  • 0%


오늘의 주요뉴스




종료된칼럼

베스트클릭

실시간 급상승

10.0초

5분간 수집된 조회수 기준

오늘의 운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