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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치게 부정적" 칼럼 연재 잘린 이유가…

[머니위크]청계광장 '거대한 오해와 참담한 진실'

청계광장 머니위크 김방희 생활경제연구소장 |입력 : 2012.06.18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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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초 한 온라인 매체 칼럼 연재가 중단됐다. 이 칼럼에서는 서브프라임 사태에 대한 경고를 3회에 걸쳐 게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나치게 부정적 전망이라는 이유로 2회 만에 그만둬야 했다. 그 후 1년여는 부정적 전망이 언제나 따돌림 대상이었다. 같은 해 연말에 이르러 '일하는 경제 대통령'이 탄생할 것이란 기대감에 낙관적 분위기는 더욱 고조됐다. 어느 강연에서는 아예 대놓고 강연 초청자인 건설업체 최고경영자(CEO)가 강연을 중단시키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우리 경제의 옛 황금기를 재현할 것이란 기대로 들뜬 이 경영자는 불확실한 저성장기의 도래를 장담하는 내 말을 한 마디도 참기가 어려웠던 모양이다.

유럽위기와 글로벌 경제의 파국이 임박한 상황에서 이런 에피소드는 먼 옛날 얘기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불과 5년 전 일이다. 당시만 해도 글로벌 금융시장에는 터무니 없는 낙관론이 팽배해 있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글로벌 금융 위기가 엄습하고 나서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낙관론은 한풀 꺾였지만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이나 유럽위기 등은 일시적 일탈로 여겨졌다. 지금 와서 돌아보면 글로벌 경제 전망에 대한 오해가 점점 더 커져간 것은 당시부터였다. 금융산업의 이상 비대와 타락과 맞물린 과도한 차입이라는 글로벌 경제 문제는 짧게는 십여년, 길게는 삼십여년 전부터 싹트고 있었지만.

오늘날 우리는 세가지 참담한 진실을 확인하고 있다. 첫째, 서브프라임 사태는 종합적인 결과물이 아니라 단지 실마리에 불과했다. 막연하게나마 현재까지도 많은 이들이 2008년 하반기 리먼 브러더스 붕괴 사태를 글로벌 금융위기로 여긴다. 그 후 지금까지 이 위기가 마무리 돼 가는 과정이라고 본다. 더 나쁘게 보더라도 현재는 금융위기에 이은 금융 불안 국면 정도로 본다. 하지만 리먼 브러더스 사태는 시작에 불과했다. 그 일을 시작으로 전 세계인들은 금융사와 국가의 연쇄 파산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문제가 되는 금융사와 국가들은 공통점이 있다. 빚이 지나치게 많다는 사실이다. 누군가는 어쩔 수 없이 빚을 져야 했다. 또 다른 누군가는 어설픈 월가 흉내로 부채가 급증하는 것도 모른 채 막대한 빚을 떠안아야 했다. 이것이 둘째 진실이다.

두가지 진실에 따라 달라질 것도 있다. 10여년 후 현재 쓰이고 있는 글로벌 금융위기나 금융불안이라는 표현은 용도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 이들 대신 쓰일 말은 훨씬 더 충격적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장의 불황.’ 모든 불황에는 원인이 있다. 그 원인은 불황을 수식하는 용어가 된다. 1930년대 대공황은 유효수요 부족으로 인한 불황이었다. 1970년대 장기 불황은 비용 인플레이션이 견인한 것이었다. 이번 불황은 더 이상 지탱할 수 없는 레버리지(leverage)가 초래한 금융사와 국가의 연쇄 파산 과정이다. 한마디로 금융 시스템의 붕괴로 인한 장기 불황이다. 이것이 세번째이자 마지막 진실이다. '큰 파도를 잔물결로 오인한 죄'.

그렇다면 그리스의 추가 구제금융과 긴축조치에 대한 막판 극적 합의나 주요 경제권의 경기 부양책이 이 사태를 되돌릴 수 있을까? 당장 유럽중앙은행(ECB),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심지어 중국이 통화 확대나 금리 인하와 같은 경기부양책을 동원할 기세다. 결론부터 말하면 어림도 없다. 당장 글로벌 금융시장을 어느 정도 진정시킬 수야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과다한 채무로 빚어진 글로벌 불균형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는 없다. 그 일에는 많은 시간과 국제적 공조 노력이 필수적이다.

사실 전망이야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있다. 하지만 파국에 이르기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낙관론으로 일관한 데는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상당수 경제 전문가와 금융시장 종사자들이 글로벌 금융시장과 경제의 구조를 들여다본 것이 아니라 기능적으로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더 이상 지탱할 수 없을 정도로 금융시장과 경제에 불균형 요소가 누적되면 필연적으로 이를 해소하고 넘어가야 한다. 그들은 이 점을 간과한 채 평상시처럼 경기나 금융시장 흐름을 전망하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말하자면 큰 파도를 잔물결 정도로 오인한 셈이다. 가끔씩 5년여 전 낙관론을 주도했던 이들에게 책임을 따지고도 싶어진다. 하긴 그럴 수 없을지도 모른다. 지금 와서 그들의 말이나 글, 전망은 또 얼마나 달라져 있을 것인가?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3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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