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속보
통합검색

머니투데이

현금지급기에 수수료 사전공지 아이디어, 누구?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블로그
  • 카카오스토리
  • 텔레그램
  • 문자

현금지급기에 수수료 사전공지 아이디어, 누구?

머니투데이
  • 이경숙 기자
  • VIEW 10,897
  • 2012.06.09 10:07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블로그
  • 카카오스토리
  • 텔레그램
  • 문자
  • 글자크기조절
  • 댓글···

[소셜디자이너 열전]<2>소셜디자이너 양성하는 희망제작소의 윤석인 소장

[편집자주] 사회를 바꾸고 싶다는 설계사들이 있다. 이들은 불평등·환경훼손·인권침해·동물학대 같은 사회 문제를 사회적기업·협동조합·비영리단체·기업의 사회적책임 같은 활동을 통해 해소하자고 나선다. 사회를 바꾸는 아이디어의 실행자, '소셜디자이너(Social Designer)'들을 머니투데이가 소개한다.
image
↑윤석인 희망제작소장 ⓒ이동훈 기자 photoguy@
현금지급기(ATM) 출금수수료가 얼만지 인출하기 전엔 미리 알 수 없던 시절이 있었다. 내 지갑 속 어느 카드로 인출해야 수수료가 덜 드는지도 미리 알 수 없었다. 불과 5년 전에만 해도 그랬다. 이 답답한 상황을 누가 바꿨을까?

2007년, 당시 가톨릭대 대학생이던 김형주 씨(31)는 학교 안 모 은행 ATM에서 A카드로 인출한 후 화가 치밀었다. 5만 원 인출 수수료는 1000원. B카드로 같은 ATM에서 인출했을 때보다 200원이나 쌌다. 미리 알았다면 당연히 수수료가 싼 A카드를 이용했을 터. 그는 그동안 더 낸 수수료 생각이 났다. 학생한텐 작은 돈이 아니었다.

그는 문득 '안내화면을 통해 수수료 액수를 보고 출금 여부를 선택하는 게 고객의 당연한 권리'라는 데에 생각이 미쳤다. 희망제작소 사회창안센터에 그 아이디어를 올렸다. 열광적인 찬성 글이 붙었다. 기사로도 실렸다. 그해 말, 은행권은 공동으로 자동화기기 공동망에 수수료 사전고지제를 도입했다.

◇"좋은 삶을 만드는 사회, 우리가 설계하자" = 지하철에 손잡이를 길이가 긴 것, 짧은 것 두 가지로 달아 어린이나 키 작은 어른도 편하게 잡게 해준 건 누굴까? 생리 기간 5~7일 동안 수영장을 이용하지 못하는 여성들에게 수영장 할인 혜택을 주자는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누굴까?

배가 나오지 않아 남들이 몰라보지만 유산 위험이 높은 임신 초기의 여성에게 '초기 임신부' 배지를 달아줘 버스나 지하철의 임산부석에 편한 마음으로 앉게 하자는 건 또 누구 생각이었을까? 희망제작소 연구원들? 당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였던 박원순 서울시장?

윤석인 희망제작소 소장(54)은 "시민들이었다"고 말했다. 2006년 3월, '모든 시민이 정책가다'라는 모토를 내걸고 시작한 희망제작소 내 '사회창안센터'엔 시민들의 아이디어가 3800여 개 모였다. 그 중 50여 개가 실현됐다. 윤 소장은 이렇게 아이디어를 낸 시민, 그걸 실현하기 위해 구체적인 변화를 일으킨 실행가들이 모두 '소셜디자이너(Social Designer)'라고 설명했다.

"디자인이란 게, 특정한 목표 혹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여러 가지 질료를 활용하고 엮어서 실체를 만들어내는 걸 말하잖아요. 사회적인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가진 것에서 해법과 대안들을 설계해서 구체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바로 소셜디자이너입니다."

◇소셜디자이너의 원조, 박원순과 안철수 = 윤 소장은 소셜디자이너의 원조로 '박원순과 안철수'를 꼽았다. 박 시장은 2005년, 약 5개월 동안 초기멤버들과 함께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토론하면서 '대한민국 희망 만들기 100대 과제'를 모았다. 이걸 구체적으로 설계할 사람을 모아 세운 곳이 희망제작소였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소셜디자이너 양성에 일조했다. 2009년 희망제작소와 함께 '안철수와 함께하는 소셜디자이너스쿨(SDS)'를 열고 청년들에게 '도전적인 기업가 정신'을 강의했다. '소셜디자인'이라는 말은 이때부터 우리 사회에 전파됐다.

'원조'들이 떠난 희망제작소는 요즘 어떨까? 윤 소장은 "원 빅 와이즈맨 시스템에서 리눅스 시스템으로 바뀌었다"고 표현했다. 박원순이란 한 명의 큰 소셜디자이너가 다른 소셜디자이너들을 이끌던 체제에서, 여러 명이 집단지성으로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체제로 바뀌었다는 뜻이다.

"여러 개발자가 참여해서 만든 컴퓨터 운영체제 '리눅스'를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겁니다. 사회적 과제라는 건 늘 넓은 범위에서 나타나는 법이에요. 우리는 그걸 복지·지배구조·문화 등 여러 과제로 잘게 잘라 여러 소셜디자이너들이 함께 사회 혁신을 설계해내려는 것이죠. 리눅스처럼요."

희망제작소는 전 임직원과 부서가 '소셜디자이너'다. 사회창안센터의 후신인 사회혁신센터는 "내가 원하는 세상은 내가 만든다"라는 모토 아래 시민들의 참여와 직접 행동을 이끌어내는 해법을 디자인한다. '시니어사회공헌센터'는 은퇴했지만 건강한 중장년, 노년이 삶의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를 공익적 활동에 쓸 수 있게 삶을 디자인한다. 이밖에 지역이 가진 것으로 지역을 살리는 뿌리센터, 행복한 공동체의 경제 운영방식을 연구하는 사회적경제센터, 공공리더를 키우는 교육센터가 활동하고 있다.

소셜디자이너들의 활동은 돼지감자처럼 뻗어나가 다른 소셜디자이너들을 낳았다. 영세소사업자를 지원하는 마이크로크레디트 '희망도레미', 전문가들이 돈과 시간을 함께 투자해 소셜벤처를 육성하는 소셜벤처파트너스(SVP) 서울이 한 예다. 완주군과 희망제작소가 함께 설립한 '완주 커뮤니티 비즈니스 센터'는 마을기업 육성의 성공사례로 국내 다른 지자체와 지원기관들의 벤치마크 1순위가 됐다.

◇"다른 이의 삶과 비교하지 말라" = 소셜디자이너 그룹을 이끌고 있는 윤 소장은 원래 언론인이었다. 한겨레신문 정당팀장과 법조팀장을 거쳐 2006년엔 한겨레신문 경영기획실장을 지내다가 2007년 희망제작소 설립멤버로 부소장 자리를 맡았다. 사회의 관조자에서 사회를 디자인하는 자리로 온 셈이다.

그는 "기자에서 사회운동으로 온 게 아니라 사회운동에서 사회운동으로 온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종교학과 졸업 후 그의 첫 직장은 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이었다. 소위 명문대를 나와 사회운동에 투신한 이유를 묻자, 그는 "어릴 때 고향(전라북도 익산)에서 힘든 삶을 많이 봐서", "전주고등학교 시절 써클 활동을 많이 해서"라고 답했다.

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이름 하나를 입에 올렸다. 고(故) 김정환 씨였다. 서울대 법대 67학번으로 윤 소장의 10년 선배였던 그는 시내버스 회사에 정비공으로 취직해 버스 운전사 자격증을 딴 후 노조운동을 이끌었다. 늦도록 일하고 밤에 술 마시며 토론하는 삶은 그의 생명을 갉아먹었다. 1982년, 간경화증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고 누운 김 씨는 윤 소장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처럼 사는 사람들은 절대 주변사람과 자기 삶을 비교하지 말아야 한다. 너의 길을 가거라. 서울대 출신이니 뭐니 해도 다른 이들의 삶을 부러워하지 마라.'

이때부터 윤 소장의 좌우명은 '비교하지 말라'가 됐다. 의미 있지만 남들과 다른 길을 걸어야 하는 소셜디자이너들에게 필요한 좌우명이기도 하다.

↑희망제작소에는 40여명의 소셜디자이너가 근무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상훈 사회적경제센터장, 곽현지 사회혁신센터 팀장, 윤석인 소장, 홍선 뿌리센터장, 권기태 기획홍보실장. ⓒ이동훈 기자
↑희망제작소에는 40여명의 소셜디자이너가 근무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상훈 사회적경제센터장, 곽현지 사회혁신센터 팀장, 윤석인 소장, 홍선 뿌리센터장, 권기태 기획홍보실장. ⓒ이동훈 기자

[팁]윤석인 소장이 말하는 소셜디자이너의 자세

▷존재론보다는 관계론에서 출발하라. 개인의 존재에 대한 문제를 많이 고민하기 보다는 개인과 개인의 관계,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해 고민하라. 그래야 우리 사회의 문제가 잘 보이고 해법도 잘 보인다.

▷소소한 문제를 주변 이해관계자와 함께 풀어보라. 명쾌한 해법 혹은 대단히 큰 주제의 고민을 단박에 푸는 해법을 찾다간 거대담론, 구조론에 빠질 우려가 있다. 우리 사회를 한 번에 다 바꾸는 디자인보다는 우리 주변의 작은 문제를 푸는 디자인부터 시작해라. 실사구시가 그런 것이다. 하찮아 보이는 소소한 일을 잘해야 큰 일도 잘 할 수 있다.

▷서로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라. 존재하는 모든 것은 대단히 다양하고 다르다. 서로 다른 건 아주 자연스러운 것이다. 서로 다른 것을 못 참는 경우가 많다. 소셜디자인을 하고 싶다면 서로 다른 것을 인정할 줄 아는 데서부터 시작하길 바란다. 이게 관계론의 출발점이다.



[사회적 경제의 숨은 히어로들]‘수능 상위 0.01%’부터 산동네 활동가까지 매료된 그것 더 보기



오늘의 꿀팁

  • 띠운세
  • 별자리운세
  • 날씨
  • 내일 뭐입지

많이 본 뉴스

메디슈머 배너_슬기로운치과생활 (2/1~)
남기자의체헐리즘 (1/15~)
블록체인

포토 /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