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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손실 혐오

성화용의인사이드 더벨 성화용 더벨 편집국장 |입력 : 2012.06.20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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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벨|이 기사는 06월19일(10:06) 자본시장 미디어 '머니투데이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경제적 관점의 선택이 상식 밖으로 불합리한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전 세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그리스만 봐도 그렇다. 총선 개표 결과 신민당이 제 1당을 차지함으로써 그리스는 일단 유로존에 잔류하며 긴축안을 수용하는 수순을 밟게 됐다.

그러나 뚜껑을 열기 전까지는 긴축 반대와 구제금융 재협상을 주장하는 급진 좌파 '시리자'의 득세를 예상하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 됐다면 그리스는 유로존 퇴출, 자국 통화 평가절하, 디폴트, 수퍼 인플레이션, 교역 규모와 관광수입의 급감으로 이어지는 엄청난 경제적 충격을 겪었을 것이다. 과거 디폴트를 선언했던 아르헨티나는 명목 GDP가 절반 이하로 떨어졌었다. 산업구조가 취약한 그리스는 그보다 훨씬 더 심각한 국면을 맞게 됐을 것이다.

이런 상식선의 예상에도 불구하고 그리스 사람들은 심정적으로 시리자에 상당 부분 동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총선 결과도 신민당과 시리자에 대한 지지율 차가 얼마 되지 않는다. 유로존 탈퇴에 대해서는 다수가 동의하지 않으면서도, 긴축안에 대한 극도의 거부감을 버리지 못하는 이율배반의 함정에 빠져있는 것이다.

그리스 사람들의 이 같은 태도는 '손실 혐오(loss aversion)'라는 키워드를 대입할 때 어느 정도 해석이 명료해진다. 미국의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이 '전망 이론'에 등재시킨 개념이다. 대개의 사람은 잃는 것을 과도하게 혐오하며, 그래서 손실을 실재화하는 선택을 꺼린다는 것이다.

그리스 의회를 통과한 긴축안은 33억 유로(GDP의 1.5%)의 추가 재정삭감을 골자로 한다. 여기에는 3억 유로의 연금 삭감과 최저임금 22% 삭감, 공공부문 일자리 1만5000명 감원 등이 포함돼 있다.

이 긴축은 그리스 사람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정량적, 확정적 손실이다. 긴축안을 받아들이지 않았을 때 예상되는 파국은 그로 인한 손실의 기대치가 월등 크지만, '그렇게 되지 않을수도 있다'는 막연한 믿음을 병립시켜 스스로를 위안하도록 만든다.

예를 들어 1억원의 손실이 확정된 A안과 2억원의 손실 가능성이 55%, 손실을 전혀 입지 않을 가능성이 45%인 B안이 있다면, 다수가 B안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주류 경제학의 입장에서 보면 B안의 기대값(예상 손실 추정치)은 1억1000만원의 손실에 해당하므로, 당연히 A안을 선택하는게 합리적이다. 그러나 사람들의 실제 선택 패턴은 그렇지 않다.

카너먼은 이 이론을 토대로 행동경제학을 주창해 심리학자로는 처음으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손실 혐오'가 먼 나라 얘기가 아니라는 건 우리 생활을 통해서도 쉽게 알 수 있다.

아파트값이 속락하고 있는데 매입가 이하로는 내놓기 싫어하는 사람들이 다수다. 부동산을 현금화해 대기하는 게 합리적 선택이지만, 여간 냉정하지 않으면 하기 어려운 일이다.

들고 있는 주식을 손절매 하는 일은 또 얼마나 버거운가.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회복하기 어려운 중상을 입은 후에야 체념하듯 던지는 일이 다반사다. 카너먼이 얘기한 '느린 이성'은 이처럼 작동하기 어렵다.

기업의 최근 사례로 보자면 외환은행 (7,010원 상승430 -5.8%)을 들 수도 있겠다. 하나금융에 인수된 후에도 외환은행은 고집스럽게 '독립'을 외치고 있다. 5년을 보장받았다고 하지만, 그게 과연 합리적 선택인지는 의문이다. 여전히 말 섞는 걸 싫어할 정도의 극단적인 기피. 채용과 연수는 물론이고 영업상의 교류와 그룹차원의 행사도 거부하고 있다.

이 역시 '손실 혐오'의 부산물 아닐까. 하나금융에 섞이는 데 따른 눈 앞의 손실. 주도권 잃고, 월급 줄고, 고용조정도 불안하다고 여기는 것이다. 최소한의 시간과 비용으로 융·통합을 앞당기는 게 큰 그림으로 볼 때 당위임을 알면서도 그 선택을 하기가 힘든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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