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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검사와 변호사, 그 '부적절한 관계'에 대해

[웰빙에세이] 사랑에 불륜과 불법은 없어도 저질은 있다

김영권의웰빙에세이 머니투데이 김영권 작은경제연구소 소장 |입력 : 2012.06.20 12:15|조회 : 6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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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모의 여검사가 변호사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사건 청탁을 받아주다가 들켰다. 변호사는 여검사에게 벤츠 열쇠도 주고 샤넬 핸드백도 선물한다. 백을 고른 여검사는 문자를 보낸다 '백값 보내도! 368-**-**** 신한 540만'

지난해 시끌시끌 했던 '벤츠 여검사' 스캔들이다. 얼마 전 1심 판결이 난 이 사건을 지금 다시 검색해보니 시시콜콜한 뒷얘기가 다 나온다. 두 사람의 이름, 나이, 학교, 사진, 이력,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 변호사의 또 다른 애인관계 등등. 이른바 '신상 털기'에 당했다. 궁금한 분은 직접 챙겨보시라. 사실 나도 궁금하다. 동서고금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연애만큼 재밌는 주제가 또 있을까. 더구나 이번에는 잘 나가는 검사, 그중에서도 미모의 여검사가 주인공인데.

여검사와 변호사는 '부적절한 관계'였다. 그것은 무슨 뜻일까? 언젠가부터 이 '부적절한 관계'라는 말이 자주 쓰인다. 세계에서 가장 센 남자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 비서 르윈스키의 애정행각도,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의 한 다스의 애인 편력도, 신정아 씨와 변양균 대통령 비서실 정책실장의 은밀한 만남도 모두 부적절한 관계였다.

'부적절한 관계'란 불륜이나 간통의 다른 말이다. 대개 도덕적으로는 불륜이고 법적으로는 간통인 관계다. 간통도 죄인가? 그렇다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다는 사람도 있다. 나는 후자인데 법적인 결론은 아직 '죄'다. 그러니 '부적절한 관계'란 도덕과 법을 피하는 용어다. 불륜 관계, 불법 관계라고 하면 에누리가 없다. 두 사람은 크게 잘못하고 있다. 죄를 짓고 있다. 그러나 부적절한 관계라고 하면 다르다. 훨씬 부드럽다. 탄력적이다. 단박에 몹쓸 사람이나 죄인이라고 몰아붙이지 않는다. 무턱대고 돌부터 던지지 않는다. 하긴 요즘 같은 연애과잉시대에 누가 누구에게 돌을 던지랴.

'부적절한 관계'란 말은 도덕을 무력화한다. 도덕은 시대에 따라, 나라에 따라, 문화에 따라, 종교에 따라 다르다. 여기서 선한 것이 저기서 악한 것이 될 수 있다. 어제 선한 것이 오늘 악한 것이 될 수 있다. 사람에 따라서도 도덕적 기준이 까다로운 사람이 있고 느슨한 사람이 있다. 이처럼 도덕을 고무줄처럼 쓰는 상황에서 그나마 중립적인 표현이 '부적절한 관계'다. 이 말을 쓰면 대충 두루뭉실하게 넘어갈 수 있다. 먼저 당사자들에게 인간적인 숨통을 틔워준다. '사생활이다.' 개인적인 문제다', '그럴 수도 있겠다', '형이하학이다' 등등. 나도 돌을 던지는 것은 아니니 양심의 가책을 덜 받는다. 그러니까 거기엔 '자기 정당화'의 계책이 숨어있다. 솔직히 나도 돈 많은 애인이 좋고, 벤츠가 좋고, 샤넬이 좋은걸….

도덕적인 사랑! 어딘가 어색하다. 도덕과 사랑은 어울리는 관계가 아니다. 도덕으로 사랑을 가두면 사랑이 갑갑하다. 도덕은 좁은 울타리이고 사랑은 펄떡펄떡 살아 움직이는 생명의 기운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사랑을 도덕적인 차원에서 해방시키는 중이다. 사랑은 도덕보다 크다. 도덕보다 깊다. 도덕보다 본질적이다. 진정한 사랑은 모두 도덕적이다. 그러나 도덕적인 사랑이 모두 진정한 사랑은 아니다. 나는 어떤가? 도덕적으로 사랑하나, 아니면 또 다른 사랑을 쫒아 도덕을 따돌리고 있나?

불법 사랑! 이 말은 더 이상하다. 법과 사랑도 어울리는 관계가 아니다. 이것이야 말로 적절치 않은 관계다. 여검사와 변호사는 관계를 불법으로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사랑은 불법으로 만들 수 없다. 사랑에는 불법이 없다. 간통죄도 없애는 게 맞다. 검찰이 '벤츠 여검사 스캔들'에 놀라 특별검사를 임명하고 생쇼를 했는데 이것도 관계에 대한 특별 검사지 사랑에 대한 특별 검사는 아니다.

결혼을 하면 사랑은 법 안으로 들어온다. 법적인 부부관계가 생긴다. 그들의 사랑은 법의 보호를 받는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사랑은 법의 굴레에 안주하지 않는다. 사랑은 제 마음대로 움직이고 시시때때로 변한다. 설령 법이 뒷덜미를 잡더라도 몸과 마음이 끌리면 사랑은 법을 뿌리친다. 그래서 '불적절한 관계'라는 말에선 사랑을 함부로 단죄하지 않는다. 누구나 애인을 사귈 수 있으므로. 그것은 천부적인 권리이므로. 지금 우리는 사랑을 법적인 차원에서 해방시키는 중이다. 사랑은 법을 넘어선다. 사랑은 법보다 본질적이다. 진정한 사랑은 모두 초법적이다. 나는 어떤가? 합법적으로 사랑하나, 아니면 또 다른 사랑을 쫒아 법을 따돌리고 있나?

법정 앙숙인 검사와 변호사도 남녀로 만나 사랑을 한다. 그 사랑이 도덕적이고 합법적이고 적절하면 좋겠는데 꼭 그런 것도 아니다. 그들의 사랑이라고 남다르지 않다. 유별나지 않다. 오히려 더 이중적인 것 같다. 겉만 고상하고 속은 범속한 위선 같다. 그들의 일 자체가 1인2역, 1인3역의 역할 바꾸기 게임 같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士' 중의 '士' 판사, 검사, 변호사. 그들의 변신 연기는 연예인 뺨친다. 겁나게 죄인을 추궁하던 검사가 갑자기 변호사가 돼 지극정성으로 죄인을 두둔한다. 추상같이 형량을 따지던 판사도 옷을 벗고 변호사가 되면 돌연 죄에 물렁물렁해진다. 그들은 자리를 바꿔가며 때로는 좋은 척만 하고, 때로는 안 좋은 척만 하고, 때로는 공평한 척만 한다. 그 변신이 얼마나 천연덕스러운지 저 변호사가 그 검사였는지, 그 판사였는지 헷갈린다. 그는 진정 누구인가? 그는 어느 얼굴로 사랑을 하나? 요즘에는 변호사가 꼭 창녀 같다. 화대를 낸 사람의 정의에만 복무한다. 그는 법을 정신을 파는 장사꾼이다. 검사도 다르지 않다. 그는 권력 있는 자에게만 복무한다. 내 눈엔 다 그렇게 보인다. 말만 아니라고 할 뿐이다. 그들의 영혼이 정말 그렇게 물들었다면 그들의 사랑은 한치도 속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사랑의 에너지는 밑에서 위로 오른다. 섹스 센터에서 시작해 가슴으로 오르고 영혼에 이른다. 사랑은 섹스와 영혼을 잇는 사다리다. 그 사다리를 거쳐 성 에너지는 한없는 기쁨이 되고 행복이 된다. 해방이 되고 은혜가 된다. 사랑이 섹스 센터에 갇히면 주기적인 배설로 끝난다. 그것은 가장 저급한 것이다. 그 사랑에 욕심과 욕정을 담아 상대를 내 것으로 만드는데 골몰한다면 그 사랑도 저급한 것이다. 떠나간 사랑을 도덕과 법의 이름으로 붙잡고 있다면 그 사랑은 다 죽은 껍데기다. 변심한 사랑을 증오로 바꿔 서로 옥죄고 괴롭힌다면 그 사랑은 병든 것이다. 요즘 세상에 만연한 '부적절한 관계'가 대부분 그렇고 그런 게 아닐까?

여검사와 변호사의 사랑이 부도덕한 사랑이 아니고 불법 사랑도 아니라고 애써 변호했지만 그렇다고 두 사람의 사랑이 저급이 아니라고 변호한 것은 아니다. 사랑의 사다리를 타고 올라 가슴을 두드리고 은혜의 문을 여는 것은 전적으로 사랑하는 두 사람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거기엔 한 치의 에누리도 없다. 그러니 '부적절한 관계'란 말이 세상의 모든 저급한 사랑, 병든 사랑까지 덮어주는 면죄부가 되어선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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