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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도록 아름다운..외딴섬 이발소집 딸들의 사랑

[이언주 기자의 공연 박스오피스] 정의신 연극 '봄의 노래는 바다에 흐르고'

이언주의 공연 박스오피스 머니투데이 이언주 기자 |입력 : 2012.06.22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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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희의 결혼식에 모인 가족 ⓒ남산예술센터
↑미희의 결혼식에 모인 가족 ⓒ남산예술센터
하늘하늘 산수유 꽃잎이 흩날리는 외딴섬. 이발소에 들어서니 세면대 위의 수건 삶는 통에선 김이 오르고 고장 난 라디오에서 음악이 흐르기 시작한다. 풀내음 스치는 훈풍과 함께 여름 바다의 먼 파도 소리가 철썩인다.

한가롭고 평온한 섬의 자그마한 이발소를 배경으로 한 무대만 보면 그저 평범한 서민들의 소박한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다. 하지만 시대 배경은 해방 직전인 1944년, 아직은 전쟁 중인 때에 남도의 어느 섬에서 이발소를 운영하는 한 가족과 그 곳에 주둔한 군인들 사이의 이야기를 그린다.

연극 '봄의 노래는 바다에 흐르고'는 '야키니쿠 드래곤'(2008년) '쥐의 눈물'(2011년) 등으로 한국 연극계에 새로운 충격을 안겨준 재일동포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정의신의 신작이다. 그의 이름 세 글자만으로도 기대감을 준다.

실제로 공연을 보면 '아, 역시!'라며 손뼉을 치게 된다. 정의신의 작품에 늘 녹아있는 삶의 '날 것'이 이번에도 여실히 드러나서다. 포근하고 애잔해 코끝이 찡해온다 싶으면 어느새 웃음이 터진다. 억척스럽고 생명력 강한 '어머니'를 중심으로 한 '가족애' 역시 다시 강조됐다.

연출가 정의신은 전쟁으로 상처 입은 한 가족과 함께 일본군 장교 시노다, 조선인 헌병 대운처럼 역사 속에서 악역을 맡아야 했던 인물들 까지도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봤다. 이 작품은 그가 아버지에 대한 기억에서 출발해 쓰게 됐다. 15세에 일본에 건너간 이후 일본군 헌병을 자원했던 그의 아버지는 고향을 그리워하면서도 마을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당할까봐 50년간 차마 고향에 돌아가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연극엔 아버지를 헤아린 그의 마음이 애잔하게 녹아있다. 또 일본군인과 조선의 여인이 사랑을 하게 되는 현실적으로 일어나기 힘든 상황까지 연출하면서 시대나 역사적 사실보다는 인간으로서 느끼는 감성과 사랑, 애틋함에 더 초점을 맞췄다.

↑큰딸 진희와 일본군 장교 시노다의 결혼을 반대하는 엄마 ⓒ남산예술센터
↑큰딸 진희와 일본군 장교 시노다의 결혼을 반대하는 엄마 ⓒ남산예술센터
한쪽 다리가 불편한 큰딸 진희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다리 한쪽을 잃은 시노다와 사랑에 빠진다. 이혼한 둘째 선희는 가수지망생으로 부대 클럽에서 노래를 하고, 셋째 미희는 갓 결혼했지만 남편에게 마음을 못주고 다른 군인에게 눈을 돌린다. 술을 좋아하는 막내 정희는 한량처럼 술독에 빠져 살지만, 사실은 항일 지하조직원이다. 극의 후반부에서 정희의 신분이 일본군에 발각되면서 총살당하자 전쟁의 비극이 이 가족에게도 비로소 피부로 다가온다.

정희의 죽음 앞에서 온 가족이 몸부림치며 비장하게 울부짖는 모습은 보는 이의 가슴마저 후벼 팠다. '쥐의 눈물'에서도 남편을 살리기 위해 나간 딸이 전선에서 총살되고 가족들이 비통에 잠기는 장면이 있다. 등장인물과 이야기 구조 등 기시감이 느껴지는 요소가 분명 여러 곳에 있다. 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정 연출의 색깔이 다시 한 번 또렷하게 드러난 작품이기도 하다.

가슴을 꽉 채워주는 감동과 진정성은 이 시대에 그가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가족'이란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해 보게 했다. '슬프도록 아름답다'는 어느 노랫말이 떠오르기도 하는 이 작품은 남산의 여름밤과 무척 잘 어울린다. 오는 7월 1일까지 서울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1만5000∼2만5000원. (02)758-2150



◇정의신은...

↑정의신
↑정의신
일본 효고현 히메이지 출신의 재일동포 극작가 겸 연출가다. 요코하마 방송영화전문학교 미술과를 졸업했다. 1983년 극단 '쿠로텐트'를 거쳐 1987년 극단 '신주쿠양산박' 창립멤버로 참가했다. 1993년 '더 데라야마'로 제 38회 기시다 구니오 희곡상을 수상하며 현대 일본 연극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기 시작했으며, 연극 영화 TV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수많은 화제작을 극작·연출했다.

그는 자신이 동경하는 억척스럽고 생명력 강한 '어머니'상을 작품 속에 자주 등장시킨다. 또 현대에서 사라져 가고 있는 '가족'이라는 공동체를 끄집어내 관객의 공감을 유도한다. 대표작으로 연극 '야키니쿠 드래곤' '쥐의 눈물' '아시안 스위트' 등이 있으며, 국내 소개된 영화 '달은 어느 쪽에서 뜨는가' '피와 뼈'의 작가로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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