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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 속 자유" 돈과의 싸움서 이기다

[웰빙에세이] 120만원에 한달 살기-4 : 1000원 남기고 행복하다

김영권의웰빙에세이 머니투데이 김영권 작은경제연구소 소장 |입력 : 2012.07.02 12:15|조회 : 14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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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예프스키. 1821년생. <죄와 벌>,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쓴 러시아 대문호. 그는 나보다 140년 먼저 태어나 1881년까지 61년을 살았다.

그는 중상층이었다. 아버지는 의사였고, 그가 아홉 살 때 말단 귀족인 8등 문관이 돼 어쨌거나 귀족 명부에 이름을 올린다. 그러나 도스토예프스키는 평생 돈에 쪼들렸다고 한다.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것도 아니고, 불운의 화가 고호처럼 평생 팔린 작품이 단 한 점이었던 것도 아니다. 그는 생전에 당대 최고의 작가 반열에 올라 명예를 누렸다. 그런데도 항상 돈에 쫒기고, 빚 독촉에 시달렸다면 왜 그랬을까? 그게 한마디로 너무 헤펐기 때문이란다. 그는 돈이 생기면 생기는 대로 펑펑 쓰고, 후하게 뿌렸다. 주변에 거둬야 할 사람은 다 거뒀다. 한때는 도박에 빠져 헤어나지 못했다.

◆돈의 심리학, 돈에 살고 돈에 죽다

그가 얼마나 돈돈돈 하며 살았는지 석영중 고려대 교수가 쓴 책, <도스토예프스키, 돈을 위해 펜을 들다>에 잘 나와 있다. 우선 그가 쓴 편지의 3분의 2는 돈 좀 꾸어 달라고 사정하는 것이다. 그가 쓴 소설은 하나 같이 선불을 받고 시한에 쫒기며 쓴 것이다. 그렇게 쓴 소설의 내용 또한 모두 '돈의 코드'로 풀려나간다.

그리고 보니 <죄와 벌>은 주인공이 돈을 위해 전당포 노파를 죽이는 것으로 시작한다.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3000루블을 매개로 욕망과 증오, 사랑과 치정, 살인과 음모의 방대한 드라마를 엮어 나간다. 어려서 이 소설들을 읽을 때는 몰랐는데 이제와 석 교수의 풀이를 보니 정말 다 돈 얘기다. 돈으로 본 요지경 세상이다. 돈을 통해 관계가 맺어지고, 드러나고, 엉키고, 꼬이고, 깨진다. 돈에 살고 돈에 죽는 인생, 돈에 의한 돈을 위한 인간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그것은 한 세기 반이 더 지난 지금 우리들의 이야기와 하나도 다르지 않다.

도 선생(지금부터는 이렇게 부르자)은 '돈의 심리학'의 대가였다. 그것은 도 선생 스스로 평생 돈과 한 치 양보 없는 전투를 벌인 결과이리라. 그는 돈의 생리에 정통하기 위해, 그것을 작품의 원단으로 삼기 위해, 스스로 진흙 구덩이 돈의 세계로 들어가 돈과 함께 뒹굴며 욕망의 촉수를 살피지 않았을까.

도 선생과 같은 시대, 같은 나라에 톨스토이(1828~1910)가 있었다. 그는 명문 귀족이고, 부호였다. 그 또한 당대 최고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아주 다르다. 톨스토이는 청빈과 금욕의 기독교적 이상주의로 갔다. 그는 가난한 농민들에게 자신의 재산을 나눠주려 하지만 아내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고민한다. 도 선생은 현실 세계에 단단히 뿌리 내린 리얼리즘으로 갔다. 그는 살뜰한 아내 덕분에 죽기 1년 전 가까스로 마지막 부채를 갚는다. 그가 볼 때 누구도 돈에 자유롭지 못하다. 부자라고 반드시 탐욕에 찬 것도 아니고, 빈자라고 반드시 영혼이 맑은 것도 아니다. 이 엄연한 현실을 제대로 알고 이해하고 넘어서야 구원도 기대할 수 있다.

도 선생은 작가적 오기로 평생토록 돈과 대적했다. 심리전을 펼치고, 전면전을 치렀다. 그것이 위대한 작품을 이끌어냈다. 도 선생은 '돈은 주조된 자유'라는 유명한 말을 남긴다. 오늘날의 버전으로 하면 '돈은 인쇄된 자유' 쯤이 되겠다. 자유를 인쇄해서 지갑에 넣고 다닌다! 돈은 얼마나 멋진 것인가! 확실히 지갑에 돈이 많으면 기분이 좋다. 든든하다. 그런데 아무리 해도 지갑에 돈이 차지 않는다. 나는 자유를 살 수 있을 만큼 지갑을 채운 적이 없다.

◆돈이 다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사실 나도 돈과 심리전을 펼친다. 돈의 유혹은 달콤하다. 착 감기는 여신 같다. 지갑 속에 들어온 자유 같다. 뿌리치기 어렵다. 그러나 나는 이 전투를 오래 끌고 싶지 않다. 종전이든 화해든 얼른 끝내고 평화로워야겠다. 그러려면 역시 돈의 생리에 정통해야 하리라. 달콤한 돈의 유혹이 얼마나 질긴지, 그 달콤함이 얼마나 치명적인 독인지 제대로 알아야 하리라.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돈을 무시하면 적을 알 수 없으니 돈에 당한다. 톨스토이를 따르고 싶더라도 기초는 도 선생에게 탄탄하게 배워라. 그래야 심리전에서 밀리지 않고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 평생 악전고투하면서 돈의 심리학을 설파했던 도 선생의 깊은 뜻을 깨달아 돈을 알고, 경계하라. 도 선생처럼 위대한 작품을 쓰지 못하겠다면 도 선생처럼 헤프지 말라.

120만원에 한 달 살기. 4라운드는 힘겨웠다. 자동차가 또 탈이었다. 1년에 한 번씩인 자동차검사를 받으러 갔더니 엔진 오일이 간당간당해 매연검사를 못하겠단다. 엔진 오일을 자주 바꾸는 것도 사치인 듯해서 미루고 미뤘더니 문제가 됐다. 엔진 오일 넣는데 6만7000원. 차가 2인승 밴이라 세금은 싼 데 소모품 비용과 정비료가 비싸다. 다 따져보면 득보다 실이 크다. 예상치 못한 지출에 경고등이 켜진다. 5월에 이월된 것을 합쳐 6월에는 수도료가 6만5000원이다. 이것으로 나는 한도 70만원을 넘긴다. 총 70만5000원.

70만원의 절반 이상이 자동차에 들어갔다. 자동차 보험료 19만7000원, 엔진 오일 6만7000원, 자동차세 2만7000원, 자동차검사료 1만7000원, 주유 5만원. 다 합하면 35만8000원이다. 너무 심하다. 남은 돈으로 의료보험, 핸드폰, 인터넷, 전기료 등등 내고 마지막 주 일주일을 지갑 닫고 버틴다.

동생도 빠듯하다. 50만원으로 부엌살림하고, 자기 용돈도 조금 쓰려면 여유가 있을 리 없다. 그래도 이달에는 5000원만 남겨보라고 당부한다. 동생은 그걸 맞춘다. 6000원을 남기고 선방한다. 네 달쯤 되니 손발이 척척 들어맞는다. 그래서 6월의 총지출은 119만9000원이다. 1000원 남았다.

120만원에 한 달 살기. 이건 실전이다. 6월은 버거웠다. 그러나 지지 않았다. 심리전도 괜찮았다. 나는 돈에 밀리지 않았다. 막판에 꽤 버텼지만 스트레스는 크지 않았다. 마음의 결핍은 없었다. 돈을 더 바라는 욕심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 나는 120만원의 공간 안에서, 그 경계선을 예민하게 느끼면서 나름 즐겁고 편안하게 지냈다. 아침에 공부하고, 점심에 일하고, 저녁에 쉬면서, 전체적으로는 노는 기분으로 널널하고 느긋하게 살았다. 그럼 이긴 거 아닌가.

도스토예프스키의 삶과 작품을 '돈의 코드'로 절묘하게 풀어낸 석영중 교수의 결론도 결국 소박하다.

"돈이 다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돈이 부족해도 행복할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돈이 부족해도 행복하게 살겠다고 결심한다면, 그리고 실제로 행복하다면, 그 자체가 행복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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