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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無 세종시'에 또 하나 없는 것, 팥소

[김준형의 돈으로 본 세상]

김준형의 돈으로 본 세상 머니투데이 김준형 산업1부장 |입력 : 2012.07.13 10:31|조회 : 25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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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대전 고속도로 '남세종 인터체인지' 푯말을 지나 몇분만 차를 달리면 '세종'이 모습을 드러낸다.

지난 1일 공식 출범한 세종시는 2030년이면 인구 50만명, 서울의 4분의3 면적을 자랑하게 된다.
아직은 사방에 타워크레인이 솟아있고, 파헤쳐진 흙들이 속살을 드러내고 있는 '공사중' 도시이지만 주민들이 입주하기 시작한 첫마을에서는 이미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긴다.

세종시 건설을 맡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관계자들은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세종시가 세계 최고의 '명품도시'가 될 것"이라는 말을 반복한다.
53%에 달하는 녹지공간, 인구밀도 1ha당 68명, 간선급행 버스(BRT)시스템, 폭 3.9미터 길이 354km에 달하는 자전거 도로...계획대로라면 10년 뒤쯤 세종시 모습은 '세계적 명품'까지는 몰라도 국내에서는 최고의 주거환경을 갖춘 도시가 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세종시는 한때 기업도시가 될 뻔했다.
이명박 정부는 2009년 세종시를 행정중심 복합도시가 아닌 '교육·과학·기업 중심도시', 다시 말해 "'행정' 빼고 다 갖춘 복합도시" 아이디어를 냈다. 세종시는 아산 탕정같은 기업도시가 됐어야 한다는게 정부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현장의 LH 책임자는 "기업도시 안된 게 천만 다행"이라고 했다.
기업도시는 생산시설을 중심으로 기업에 최대한 편리하게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아무리 친환경 기업도시를 지향한다고 해도 노른자위 한 가운데 땅에 호수와 녹지를 배치하고, 녹지율을 53%로 유지한다거나, 구역별로 도시 기능을 분업화하는건 힘들어진다. 기업이 없던 투자계획을 갑자기 만들어 내거나, 다른 지역 생산기반을 일시에 옮겨 올 수도 없으니 효율적인 도시계획 일정을 추진하기도 어렵다.
근로자들이 아이가 없는 젊은 독신층이 많다는 점을 감안해 주택이나 시설 등을 배치해야 하기 때문에 도시의 주거형태도 완전히 달라진다.

당시 정부는 토지 조성 원가에도 훨씬 못 미치는 평당 수십만원대의 가격에 토지를 제공하겠다며 대기업 유치에 나섰다. 삼성 등 몇몇 대기업이 마지못해 한 발을 들이밀었다. 하지만 정치적 논란 끝에 기업도시가 없던 일이 되자 기업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파격적인 특혜에도 불구하고 왜 기업들은 세종시 행을 꺼렸을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정부의 의중을 읽었기 때문이다. 당장은 '행정복합도시'를 되돌리기 위해 '기업도시'를 당근으로 내밀었지만 '눈엣가시'인 도시에 들어선 기업들에게 정부가 앞으로도 계속 혜택을 줄 지, 기업도시가 제대로 추진되기나 할 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돌아온 세종시는 5가지가 없는 '명품도시'를 꿈꾸고 있다. 전봇대, 쓰레기통, 담장, 입간판, 노상주차가 없는 도시이다.
그런데 '5무 세종시'에 꼭 있어야 하는데 없는 게 하나 있다. 바로 청와대이다. 이대로라면 모든 행정기구가 다 내려오는데 수장만 안 내려오는 기형적인 행정도시가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이제는 국민들의 기억도 아련하겠지만,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해 추진된 행정수도 이전의 발목을 잡은 건 '관습헌법'이었다. 서울이 수도가 된 조선시대 '경국대전'의 정신을 어겨서는 안된다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성문헌법 국가인줄 알았던 우리나라가 관습법 국가였고, 민주공화국을 하고 있는 줄 알았던 우리 나라가 조선시대 경국대전의 법치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깨우쳐 준 것이었다.
이젠 '경국대전 판결'을 냈던 헌법 재판관들이 은퇴했을 것이다. 위헌 결정은 살아 있지만, 대통령이 '지방 집무실'에서 1주일에 며칠을 일하면 위헌이고, 며칠 이상을 지내면 합헌인지를 따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물론, '있어야 할 것' 중엔 국회의사당도 있다. 다행히 세종시는 청와대나 국회를 수용할만한 넉넉한 공간을 갖고 있다.

노무현 정부때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세력이 가장 격렬히 반대했던 두가지가 행정수도 이전과 4년 중임제 개헌이었다.
생전에 수도 이전을 꿈꿨던 박정희 전대통령의 딸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후보는 'MB와의 차별화' 전략으로 세종시가 행정중심 복합도시로 되돌아오는데 기여했다.
새누리당 대선 후보들은 4년 중임 개헌 공약을 들고 나오고 있다.
세종시 이전을 극력 반대했던 한 중앙 일간지는 얼마전 세종시 출범에 맞춰 '명품도시의 탄생, 국격이 높아진다'라는 특집 기사를 게재했다.
단군 이래 최장기이자 최대규모 국가 프로젝트이자, 수하 공무원들이 모두 내려가서 일하게 될 세종시가 출범하는데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은 걸 보면 아직 대통령의 생각은 바뀌지 않은 것 같다.
몇 년 지나 행정부 주요 부처 이전이 이뤄진 뒤, 국회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때문에 공무원들이 매일 서울로 불려다니는 걸 국민들이 보다 보면 어차피 국회나 청와대 이전 여론이 드세질 것이다. 현장의 LH 관계자는 "세종시에는 막차가 없다"고 했지만, 새로 탄생할 대통령과 이제 갓 출범한 국회가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야 굳이 등 떠밀리듯 주요 기관중에 막차타고 내려올 필요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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