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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하게 외쳐라 "나한테 몇 억만 주시오"라고

[유병률의 체인지더월드] '500 Startups' 데모데이 현장을 가다

유병률의 체인지더월드 머니투데이 실리콘밸리=유병률 특파원 bryu@mt.co.kr |입력 : 2012.07.23 06:00|조회 : 12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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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레슬러 가면을 쓰고 무대에 등장한, 실리콘밸리의 거물 데이브 맥클러. 그는 투자받는 과정을 펀딩게임이라고 했다. 투자를 하고, 받고가 이들에게는 축제였다.
멕시코 레슬러 가면을 쓰고 무대에 등장한, 실리콘밸리의 거물 데이브 맥클러. 그는 투자받는 과정을 펀딩게임이라고 했다. 투자를 하고, 받고가 이들에게는 축제였다.

록음악이 울려 퍼지자 멕시코 레슬러 가면에 슬리퍼를 신은 한 남자가 무대에 오른다. 엉덩이를 좌우로 흔들면서 신나게 외친다. “드디어 펀딩게임(funding game)이 시작됐다.”

뒤이어 27개 팀 젊은이들이 차례로 등장한다. “내 아이디어에 투자를 안 하면 후회할 것”이라며 더 신나게 외친다. 300여명 투자자들을 앞에 앉혀놓고 ‘왜 당신들이 나한테 투자해야 하는지’ 기가 막히게 설득한다.

정신이 멍해진다. 대한민국이 88만원세대의 우울모드에 다 같이 빠져있을 때 이들은 투자축제를 열고 있었다.

지난 17일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에 위치한 마이크로소프트 캠퍼스에서 열린 ‘500스타트업(Startups)’의 데모데이 행사. 500스타트업은 실리콘밸리의 슈퍼엔젤투자자 데이브 맥클러가 설립한 세계적 인큐베이터. 창업을 꿈꾸는 젊은이들을 어엿한 기업가로 만드는 곳이다. 창업 종잣돈까지 대주면서 말이다.

3개월 전 500스타트업에 입소한 젊은이들이 이날 드디어 투자자들 앞에 섰다. 데이브 맥클러는 “오늘 참가팀의 절반이 미국 밖에서 선발된 팀”이라고 소개했다. 그래서 멕시코식으로 치장하고 나왔다는 것. 멕시코 브라질 슬로베니아 이탈리아 호주 영국 중국 인도, 심지어 일본과 필리핀 팀까지 참가했다.

행사 전후와 중간 휴식시간에 참가자들과 투자자들이 뒤섞여 끊임없이 대화를 나눈다. 내빈석도 없고, 모두가 이름표를 붙이고 사람들을 만난다. 거물들을 설득하는 것, 자기 하기나름이었다.
행사 전후와 중간 휴식시간에 참가자들과 투자자들이 뒤섞여 끊임없이 대화를 나눈다. 내빈석도 없고, 모두가 이름표를 붙이고 사람들을 만난다. 거물들을 설득하는 것, 자기 하기나름이었다.
시작부터 격식과 군더더기라곤 없었다. 내빈소개도 없었고, 실리콘밸리의 거물 데이브 맥클러가 직접 사회를 봤다. 한 팀 한 팀 음악과 함께 춤을 추며 등장할 때마다 동료들의 응원함성이 이어진다. 자신의 아이디어와 회사를 소개하고, 투자를 받는 자리가 이들에겐 축제였다.

각 팀마다 주어진 프리젠테이션 시간은 고작해야 3분. 3분 안에 투자자들을 사로잡아야 한다. 발표는 압축적이었고, 다이내믹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들이 도전하려는 비즈니스 트렌드가 무엇인지 한눈에 들어왔다.

기자의 눈에 들어온 몇 개 팀을 소개하면 이렇다. 우선 무대에 오른 청년 창업가들 가운데 유일하게 넥타이를 맨 팀. 바로 넥타이를 빌려주는 사이트를 론칭한 팀이었다. ‘TieSociety’는 남성들이 최고급 브랜드 넥타이를 매고 싶을 때까지 대여해주는 서비스. 돈 주고 사기에는 아까워 넥타이를 바꿔가며 사용하던 젊은이들이 만들었다.

어떤 팀은 집단으로 대기업 횡포에 맞설 수 있는 서비스를 발표했다. 'PublikDemand’는 소비자들이 불만사항을 올리면, 비슷한 횡포를 경험한 사람들이 동참한다. 기업들은 불만을 확인하고 개선된 서비스를 제안하게 된다.

‘Bombfell’은 남성들이 여성들에 비해 쇼핑을 싫어한다는 데 착안한, 남성용패션쇼핑 서비스. 선호하는 브랜드와 체형, 취향 등을 올리면 매달 집으로 최적화된 옷 목록을 받게 되고, 쇼핑도 할 수 있다.

허니문 비즈니스도 있었다. ‘Wanderable’은 허니문 여행에 들어가는 비용을 크라우드펀딩으로 해결한다는 아이디어. 허니문 코너를 열면, 친구들과 친척들이 여행비용을 낼 수 있고, 이들 부부는 여행 전 과정을 소개하게 된다.

또 ‘TenderTree’는 노부모와 장애인 가족들을 돌봐주는 사람들을 구해주는 사이트. 구사할 줄 아는 언어, 전문기술, 경력은 물론 이용자들의 리뷰까지도 공유할 수 있다. 일본의 ‘TokyoOtakuMode’은 일본만화 주인공들에 대한 팬 커뮤니티 서비스를 소개했다.

참가자들에게 주어진 발표시간은 딱 3분. 프리젠테이션은 압축적이었고 다이내믹했고, 재미있었다. 중간중간 응원함성과 박수가 끊이지 않았다. 돈을 받으려는 사람, 주려는 사람, 모두 행사를 즐기는 듯했다.
참가자들에게 주어진 발표시간은 딱 3분. 프리젠테이션은 압축적이었고 다이내믹했고, 재미있었다. 중간중간 응원함성과 박수가 끊이지 않았다. 돈을 받으려는 사람, 주려는 사람, 모두 행사를 즐기는 듯했다.
이날 행사가 기자에게 충격이었던 이유는 꼭 사업 아이디어가 대단했기 때문이 아니다. 실리콘밸리 투자대회라고 해서 무슨 획기적인 사업아이디어만 있는 게 아니다. 얼마나 소소할 수도 있는가? 넥타이를 빌려주는 사이트, 허니문여행에 친지들 찬조금을 받는 서비스라니.

기자가 멍했던 이유는 이 젊은이들은 대한민국 88만원세대와 완전히 다른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이들은 ‘돈 달라’는 얘기를 너무나 당당하게 했다. 발표는 한결같이 '제대로 사업하려면 얼마를 더 투자 받아야 하는지'로 마무리됐다. 투자를 받냐, 못 받냐의 긴장된 순간에도 그들은 낙천적이었다. 오히려 즐기고 있었다. 아이디어와 열정만 있으면 투자 받고, 언론 타는 게 어렵지 않기에 가능한 일일 터. 위험한 길은 피해가며 살아야 하는 우리 생존문화와는 달랐다.

대회가 끝난 뒤 참가자들과 투자자들이 뒤섞여 나누는 대화를 들으며 기자는 내내 섭섭했다. 한국팀은 이번 4회째 행사까지 단 한 팀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 행사에 멕시코 레슬러 가면을 쓰고 나온 데이브 맥클러가 한복두루마기라도 걸치고 나오는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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