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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면칼럼]'조르바'의 위문편지

박종면칼럼 머니투데이 박종면 더벨대표 |입력 : 2012.07.31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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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지금 어디 있나요. 혹시 바닷가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나요. 그렇다면 알이 고운 모래를 한줌 쥐었다가 손가락 사이로 빠져 나가는 그 따뜻하고도 부드러운 촉감을 즐겨보세요. 손은 우리의 인생이 새어 나가다 이윽고 사라지고 마는 모래시계지요.

이제 바다를 바라보세요. 바다의 목소리를 들어 보세요. 그 순간 당신은 관자놀이가 뻐근하도록 행복할겁니다.

우리 인간이란 영혼이라는 이름의 짐을 지고 다니는 육체라는 이름의 짐승이지요. 당신은 아주 오랜만에 육체라는 짐승을 실컷 먹여주세요. 마른 목은 포도주로 축여 주세요. 그러면 음식은 피로 변할 것이며 세상은 더욱 아름다워 보일 것입니다.

[박종면칼럼]'조르바'의 위문편지
당신은 뭘 먹고 싶고, 갖고 싶으면 어떻게 합니까. 목구멍이 미어지도록 쳐 넣어 다시는 그 놈의 생각이 나지 않도록 하면 됩니다. 그러면 그 말만 들어도 구역질이 날 것입니다. 이게 사람이 자유를 얻는 도리입니다. 터질 만큼 쳐 넣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금욕주의나 이성 같은 걸로는 절대 안됩니다.

그런데도 현실은 그렇지 않지요. 당신은 늘 저울 한 벌을 가지고 다니지요. 매사를 정밀하게 달아 보지요. 어떻게 하는 게 더 이성적인지, 어떻게 하는 게 나한테 더 득이 되는지 하고 말입니다. 당신은 물레방앗간 집 마누라의 궁둥짝만도 못한 이성이라는 것에 왜 그렇게 매달립니까.

산다는 것은 감옥살이지요. 그것도 종신형으로 말입니다. 산다는 것은 전쟁이지요. 특히 먹는 짓거리는 가장 격렬한 전쟁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당신에게는 돈이 가득 쌓여 있는 방이 천당일지 모르겠네요. 아니면 이성을 숭배하는 당신에게는 책이 잔뜩 쌓이고 잉크가 됫병으로 놓여있는 방이 천당입니까.

그러나 진짜 천당은 이런 게 아니겠습니까. 벽에는 예쁜 옷이 걸려있고, 비누 냄새가 나고, 물렁물렁한 침대가 있고, 옆에는 사랑하는 사람이 누워있는 향긋한 방 말입니다. 당신 같은 가망 없는 펜대 운전사로선 전혀 이해 못하겠지만 말입니다.

당신은 매사를 그 잘난 머리로 이해하지요. 이건 옳고 저건 그르다, 이건 진실이고 저건 아니다, 그 사람은 옳고 다른 사람은 틀렸다. 늘 이런 식이지요.

그래서 어떻다는 겁니까. 당신이 그런 말을 할 때마다 당신의 팔과 가슴을 봅니다. 팔과 가슴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 지 아십니까. 침묵한다 이겁니다. 한마디도 하지 않아요. 그래, 무엇으로 이해한다는 것입니까. 머리로 이해한다고요. 웃기지 말아요.

당신이 계산 같은 걸로 씨름하고 있는 것을 보면 땅속 구멍에라도 기어들어가고 싶은 심정이 됩니다. 당신의 그 많은 책을 보면 불이나 싸질러 버리라고 말하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책을 불살라 버리면 가망 없는 펜대 운전사인 당신도 혹시 인간이 될지 모르겠네요.

당신은 머리와 영혼과 이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 반대입니다. 육신이 만족하면 영혼은 기쁨으로 전율합니다. 머리로 이해하기보다 가슴으로 이해하는 게 더 중요하고요.

이제 어제 일어난 일은 생각하지 말아요. 내일 일어날 일을 자문하지도 말고요. 중요한 것은 오늘 이 순간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키스를 하고 있다면 키스할 동안만이라도 딴 일은 잊어버려야 합니다. 이 세상에 두 사람 외에 다른 누구도 없다고 생각하고 키스나 실컷 하면 됩니다.

행복이 무엇입니까. 포도주 한 잔, 밤 한 알, 허름한 화덕, 바다소리 같이 참으로 단순하고 소박한 게 아니겠습니까.

모처럼 휴가를 얻어 어느 바닷가, 산과 계곡, 고향마을에서 쉬고 있는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그 뿐입니다.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데 필요한 것이라고는 단순하고 소박한 마음, 그것 하나면 충분합니다.

여름휴가를 보내고 있는 당신, 지금 이 세 마디를 소리 내어 외쳐보세요.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이므로.”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이윤기 역)’에 나오는 문장들로 칼럼을 써 봤습니다. 이번 칼럼은 조르바가 독자 여러분들에게 보내는 위문편지입니다. 즐거운 휴가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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