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영도 찾는 年100억 디자이너, 과거엔…

성공했다고 모두가 행복한 것은 아니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것도 아니다.

누군가는 욕심을 부리다 어렵게 일군 성공을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리기도 하고, 누군가는 마음의 여유를 찾지 못해 스스로를 감옥에 가두고 괴롭히기도 한다.


'행복한 성공'은 자신의 재능과 부를 나누는 사람의 몫이다. 힘들게 일군 성공을 도움이 필요한 이들과 나눌 줄 아는 사람의 얼굴은 행복하다.

전직 나이트클럽 디제이, '바다이야기' 내레이터에서 연간 100억 원대 매출을 올리는 대한민국 대표 프리미엄 토털뷰티살롱의 주인이 된 현태 라뷰티코아 대표(사진·41)도 그런 사람이다.

◇"쇼윈도에 비친 헤어디자이너 모습이 자꾸 떠올라"

현 대표는 만석꾼의 아들인 아버지 밑에서 자랐지만 거듭된 사업 실패로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떠올려 보면 배고팠던 기억이 더 많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사회로 나왔다. 어린 소년에게 냉정한 세상은 제대로 된 일자리 하나 허락하지 않았다.


소년을 받아주는 곳은 오로지 유흥업소뿐이었다. 그나마도 운이 좋았다. 음악을 좋아했던 소년에게 나이트클럽 디제이 자리가 생겼다. 낮에 자고 밤에 일하는 힘든 생활이었지만 소년에겐 다른 길이 없었다. 그러다 정부에서 자정 이후 영업을 금지하면서 일자리를 잃었다.

먹고 살기 위해 찾은 다음 직장은 '바다이야기'였다. 디제이를 하면서 익힌 말솜씨를 인정받아 내레이터 자리를 구할 수 있었다. 당시 월급이 150만 원. 소년은 제법 많은 돈을 벌었지만 행복하지 않았다.

디제이, 내레이터를 하면서 종종 머리를 자르기 위해 들르던 미용실이 있었다. 소년은 손님들의 머리를 매만지는 헤어디자이너가 자꾸만 떠올랐다. 지나가다 쇼윈도에 비친 헤어디자이너의 모습을 보면 발걸음이 멈춰 섰다. 어떤 때는 잠도 오지 않았다. 처음으로 가슴 뛰는 일을 찾은 소년은 무작정 헤어디자이너의 세계에 뛰어들었다. 1990년 9월 1일. 현 대표는 그 날짜까지 잊지 않고 있다.

◇"연봉 9만 원 보조에서 연 매출 100억대 스타디자이너로"

무작정 헤어살롱에 취직한 현 대표는 바닥을 쓸고 손님의 머리를 감기는 일부터 하나하나 배워나갔다. 첫 월급으로 9만 원을 받았다. 방세 6만 원을 내고나면 밥값도 부족했다. 하루 한 끼만 먹고 버티는 날이 부지기수였다. 그래도 행복했다.

그렇게 4년이 지나 헤어디자이너로 자리를 잡아갈 무렵 현 대표의 연봉은 2000만 원이었다. 돈은 상관없었다. 머리 스타일을 연구하고 손님을 만나는 일이 현 대표에게는 즐거움이었다.

"헤어는 커트도 중요하지만 스타일 연출을 위해 열을 다루는 기술을 익혀야 합니다. 열을 손에 익히려고 진물이 나고 굳은살이 생기도록 맨손으로 연습하고 또 연습했죠. 열심히 하다 보니 기술이 생기더라고요."

맨손으로 뛰어든 지 5년여 만에 현 대표의 연봉은 2억 원대로 껑충 뛰었다. 연예계에선 현 대표의 손에 헤어스타일을 맡기려는 스타들이 줄을 섰다. 대종상 시상식이 있는 날이면 행사에 참석하는 톱스타들이 모두 현 대표에게 스타일링을 받겠다고 신경전을 벌일 정도였다.

전직 나이트클럽 디제이가 이영애, 고소영, 장동건, 이정재 등 톱스타는 물론 정치인, 기업인 등 주요 인사들의 헤어스타일을 책임지는 정상급 헤어디자이너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몸값도 덩달아 2~3억 원대를 훌쩍 뛰어넘었다.

"밤낮 없이 일하다보니 목 신경에 이상이 생겨 오른팔까지 움직여지지 않는 희귀병에 걸린 적도 있어요. 병원을 몇 군데나 찾아다니며 힘들게 치료했어요. 그래도 그때 생각하면 정말 드라마, 영화 같은 행복한 시간들이었습니다."

◇"고객의 마음까지 들여다보는 아티스트"

현 대표는 샤니고, 이경민, 조성아씨가 운영하는 뷰티살롱 스태프를 거쳐 2003년 라뷰티코아를 오픈했다. 헤어, 메이크업, 네일, 웨딩 관련 등 토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라뷰티코아는 10년도 채 안 돼 서울에 7곳, 경기도에 2곳, 부산에 1곳 총 10개 지점을 거느린 연 매출 100억 원대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현 대표의 라뷰티코아는 규모나 명성뿐 아니라 업계 경쟁자들과 뚜렷이 차별화된다. 헤어디자이너 스태프로 생활할 때부터 봉사활동을 다니며 '나눔'을 체득한 현 대표의 경영철학이 고스란히 녹아 있기 때문이다.

현 대표는 형편이 어려운 한 부모 가정 어머니들을 매장으로 초대해 직접 헤어 스타일링을 해주고 기부금을 전달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여성을 주 고객으로 하는 뷰티살롱에서 스스로를 돌볼 여유가 없는 여성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또 안면장애인과 저소득층 여성을 상대로 뷰티클래스를 진행하고 헤어메이크업쇼를 여는 등 다양한 이벤트도 진행했다.

"헤어디자이너를 시작하고 제 사업체를 꾸리면서 헤어스타일뿐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까지 치유하는 아티스트가 되겠다는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했습니다. 저의 작은 실천과 관심이 한 부모 가정에 꿈과 희망이 되길 바랍니다."

◇"아시아 최대 뷰티아카데미 설립이 꿈"

현 대표의 꿈은 재능을 나누면서 더 큰 가치를 창출하는 일이다. 조만간 싱가포르에 뷰티살롱 오픈을 추진 중인 그는 한류열풍을 타고 인기를 끌고 있는 'K스타일'을 아시아 각국에 전파하는 뷰티아카데미를 설립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미 아시아 7개국을 투어하면서 현지 헤어디자이너들에게 한국의 기술과 노하우를 선보여 큰 호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현 대표는 체계화된 교육을 해주는 기관이 없어 어깨너머로 기술을 배워 100~200달러에 불과한 낮은 임금을 받고 일하는 아시아 현지 헤어디자이너들에게 'K스타일'을 알리고 기술을 가르쳐주는 작업을 조금씩 실현해나갈 계획이다.

"현지 헤어디자이너들이 한국의 기술과 체계적인 서비스를 배우고 현지에 전파하게 되면 그들에게도, 우리에게도 좋은 일이죠. 제가 가진 기술, 노하우와 네트워크, 인프라를 의미 있는 곳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