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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출자 규제와 경제주주화

-김준형의 돈으로 본 세상-

김준형의 돈으로 본 세상 머니투데이 김준형 산업1부장 |입력 : 2012.08.07 09:56|조회 : 8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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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방사수'를 못하고 스르르 잠들어버렸던 지난 일요일 새벽.
한국 축구가 처음으로 올림픽 4강진출을 확정짓는 순간, TV를 시청하던 주민들의 입에서 일제히 터져나온 함성에 잠을 깼다.

런던에서 연일 승전보가 들려오고 있다.
막대한 규모의 장기투자가 필요한 현대스포츠에서 경기성적은 경제수준과 얼추 비슷하게 간다. 런던 올림픽 목표를 '10-10(금메달 10개, 10위권)'로 잡고 있는 한국은 교역규모 기준 경제순위 11위이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지난달말 발표한 '50대 주요 품목 세계시장 점유율' 자료에서 한국은 스마트 폰 등 8개 품목에서 '1위'에 올랐다.

우리처럼 스포츠 시장이 작은 나라에서는 세계 시장에서 '금메달'감 제품을 만들어내는 글로벌 기업들의 지원이 절대적이다. 삼성 현대차 SK 한화같은 대기업 총수들이 런던으로 뛰어가고, 메달을 딴 선수들이 '회장님'을 덥썩 끌어안는게 자연스러운 일일 수 밖에 없다.

잇따라 전해지는 승전보에서 글로벌 한국기업의 파워를 실감하고 있던 일요일, 대기업들로부터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반발을 사고 있는 정책이 발의됐다.
새누리당 쇄신파 의원들이 순환출자 제한을 법제화하는 '경제민주화 3호' 법안을 발의한 것이다. 야당인 민주당도 기본 취지에 공감하고 있어 어느 쪽이 집권하든 순환출자 금지는 '현실'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경제민주화'의 이름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사실 '민주화'라는 단어는 현상을 제대로 표현하는 조어는 아니다.
백성(民)으부터 나와야 할 권력을, 정통성 없는 세력이 부당하게 독점하는 걸 바로잡자는게 '정치 민주화'의 의미이다. 그렇다면, 주식(株)으로부터 나와할 기업 지배권을 소수가 부당하게 독점하는 걸 막자는 의미라면 경제민주화보다는 '경제주주(株主)화'라는 말이 맞을 것이다.

원론적으로 상호출자는 '경제 주주화'의 원칙과 배치된다.
독일 프랑스 일본 등 대부분 국가들이 상호출자를 제한하는 것도 실체가 없는 자본으로 기업을 지배하는 게 경쟁제한적이라는 인식에 기인한다. 중간에 몇단계를 더 거친 순환출자도 결국은 상호출자의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 미국 영국은 법으로 금지하진 않지만 경쟁을 제한하는 경우 순환출자를 규제한다. 경쟁제한의 낙인이 찍히면 대가가 가혹하기 때문에 순환출자가 드물수 밖에 없다.

하지만 기업 현실에서 순환출자를 '선과 악'으로 평가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과거 정부 주도 구조조정 과정에서 기아차를 떠안은 현대차그룹처럼 순환출자의 형성 과정도 다양하다.
경제력집중과 양극화가 순환출자와 같은 한국적 지배구조의 탓인지, 글로벌 집중화 현상의 일부인지, 상관관계를 계산해낼 방법은 없다.
삼성전자, 현대기아차, LG화학 같은 회사들이 없었으면 그나마 한국이 금융위기를 버텨낼수 있었을까 하고 가슴을 쓸어내리는 사람들도 많다.
남들이 흔히 좌파로 분류하는 장하준 캠브리지대 교수같은 이도 한국의 재벌구조가 효용성이 있는데 순환출자를 해소해서 재벌의 지배력을 약화시키는 것은 글로벌 다국적 기업들 좋은 일 시키는 것밖에 안된다고 주장한다.

'좌파'가 재벌을 옹호하고, 보수 자본주의자들이 '경쟁 제한적인' 상호출자를 옹호하는 모순된 상황이 현실인 것이다.

결국 어떤 길을 택할 것인지는 선악의 문제라기보다는 시대적 상황에 따른 선택의 문제이다. 그 선택의 기준은 공정성과 효율성 두가지 모두이어야 한다.

몇년동안 순탄치 않은 정치 경제적 상황을 겪어오면서 기업이건 국가건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데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왔다. 그래서 '징벌'이 아니라 기업 리더십을 극대화하면서, 성과를 바탕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게 정책 목표가 돼야 한다.

룰(Rule)이 생기기 이전에, 혹은 정부 정책의 결과로 생긴 순환출자 구조까지 전면적으로 '범죄시'하고 이를 되돌리는 것은 시장을 다루는 경제정책이 갈 길은 아니다. 경쟁제한적 요소를 없앨 수 있도록 규제 여부와 범위를 고민하되, 의무공개매수제도나 차등의결권같은 경영권 방어책도 곁들인 포괄적 입법을 통해 기업의 리더십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는 지혜가 필요해 보인다.

기업 입장에서도 끊임없이 논란이 돼 온 순환출자에 바탕을 둔 지배구조는 이번을 넘기더라도 언제든 흔들릴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정치권의 포퓰리즘 탓만 하고 있을 게 아니라 경영성과를 바탕으로 리더십을 평가받는 시스템을 좀 더 치열하게 연구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정부와 기업, 정부와 기업, 이제부터는 이념논쟁이 아닌 실무적인 '합의'가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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