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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은 돌고 돈다

[머니위크]청계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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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수만 마디보다 한 장의 그림이 더 많은 말을 할 때가 있다.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미국의 만평 하나가 그랬다. 이는 미국 테네시주의 지역 언론 <샤타누가 타임즈>에 실린 것이었다. 워낙 촌철살인이어서 미국과 해외 언론, 네티즌들이 잇달아 퍼날랐다. 만평 자체는 단순하다. 그림 한 가운데 은행(bank)이라고 씌여진 건물이 불타고 있다. 소방관들은 이 건물 불을 끄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사실 이 만평의 백미(白眉)는 소방관이 물을 끌어 쓰는 방식에 있다. 그들은 은행 주변 집 앞 급수관을 연결해서 쓰고 있다. 그 바람에 각 가정들도 모두 화재에 휩싸인 것이다.

이 만평은 단지 납세자 부담으로 부실화된 은행에 구제금융을 하게 된 당시 상황을 묘사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보다 더 한 진실을 담고 있다. 빚은 돌고 돈다는 진리다. 어느 한 경제 주체의 빚 문제를 풀자면, 다른 경제 주체를 희생해야 한다. 따라서 언젠가는 다시 그 경제 주체의 빚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

2000년대 초반 우리나라만큼 그 사실을 잘 보여주는 예도 없다. 외환위기 당시는 우리 부실 금융기관과 기업들의 부채가 문제가 됐다. 이들은 외국에서 달러를 빌려다 못 갚게 될 처지가 됐다. 이들의 부실을 메우느라 2년여 걸쳐 1백68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했다. 그것으로도 안심이 안 됐다. 제 2의 외환위기를 우려한 정부는 당시 금융기관과 기업을 돕기 위해 혈안이 돼 있었다. 내수 활성화 조치라는 명분으로 가계 소비를 장려한 것도 그래서였다. 실질적으로 금융기관에서 돈 빌려서 기업 물건을 많이 사 쓰게 했다.

결과는 우리가 아는 바 그대로다. 2년여의 지나친 씀씀이로 신용카드 사태가 닥쳤다. 400만명의 신용불량자가 양산됐다. 이 일에 더해 그 후 5년여의 집값 상승과 주택담보대출이 가계 부채를 급증시켰다. 외환위기 10여년 후 정부의 빚은 150조원에서 400조원으로 늘었다. 가계 부채는 186조원에서 900조원을 넘어섰다. 부실 금융기관과 기업에서 비롯된 외환위기는 결국 정부와 가계의 빚을 대거 늘려놓았다.

부실 금융기관과 기업에 이어 가계, 그 다음은 정부와 공기업, 지자체다. 그렇다면 왜 경제 주체 사이의 빚은 돌고 도는가? 어느 한 곳의 주머니를 털어 다른 주머니를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다시 만평의 비유를 든다면, 어느 한 쪽 급수관에서 물을 뽑아 다른 쪽 불을 꺼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오해가 생긴다. 최악의 순간이 오면 정부나 중앙은행이 마구잡이로 돈을 찍어내면 되지 않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그럴 수 없다. 단지 화폐량 증가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 때문만은 아니다. 오늘날 중앙은행은 중국과 같은 일부 예외를 빼고 나면, 대부분 채권을 발행하고 유통하는 방식으로 통화량을 조절한다. 한 마디로 돈을 찍어내려면 정부의 빚이 늘어나는 구조다. 무한정 통화를 늘릴래야 늘릴 수가 없다.

부실화 된 한 나라의 주요 경제 부문을 살리자면, 다른 부문의 희생이 따르는 것은 불가피하다. 결과적으로 빚이 이전된다. 미국의 경우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대형 금융기관들의 빚 문제를 풀어야 했다. 그 결과 그렇찮아도 문제가 있는 정부 부채의 심각성이 고조되고 있다. 재정절벽(fiscal cliff)마저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금융기관과 기업에 이어 가계 부채 문제로 골치를 않고 있는 우리 경우도 여기서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설령 가계 부채 문제가 연착륙하더라도, 또 다른 문제가 남는다. 다음 부채 문제의 주역들은 따로 있다. 우선 정부가 있다. 또 각기 정부만큼이나 많은 빚은 떠안은 공기업과 지자체가 있다. 조만간 이들의 빚 문제가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어느 한 부문의 빚 문제를 풀 때는 종종 잊어버리지만, 빚은 결국 돌고 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4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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