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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의 울림·파격의 떨림, 관객 간도 쏙 빼갈 무대

[이언주 기자의 공연 박스오피스]판소리 오페라 '수궁가'

이언주의 공연 박스오피스 머니투데이 이언주 기자 |입력 : 2012.09.07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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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 오페라 '수궁가'는 우리의 소리에 현대적이고 세련된 감각을 입혀 세계인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국립극장
↑판소리 오페라 '수궁가'는 우리의 소리에 현대적이고 세련된 감각을 입혀 세계인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국립극장
대형무대가 마치 화가의 작업실 같다. 커다란 흰 바탕 위에 펼쳐진 자유로운 드로잉, 자르고 오려낸 종이가면에 그린 익살스러운 표정, 높다랗게 세워진 조형물... 공연 보러 와서 미술작품을 감상하는 느낌마저 든다.

'창극'하면 어쩐지 고리타분하고 노랫말도 알아듣기가 힘들 것 같다. 명창이 끓어내는 소리의 맛에 매료될 수는 있겠으나 대형 뮤지컬이나 서양 오페라에서 보여 지는 스펙터클은 상상하기 어렵다.

그런데 이런 고정관념을 뒤엎는 작품이 지난 5일 국립극장 레퍼토리 시즌의 개막작으로 무대에 올랐다. 국립창극단(예술감독 김성녀)이 '판소리 오페라'라는 장르를 표방하며 만든 '수궁가'(Mr. Rabbit and the Dragon King)이다. 용왕이 병이 들자 약에 쓸 토끼의 간을 구하기 위해 자라는 세상에 나와 토끼를 꾀어 용궁으로 데리고 가지만, 토끼는 꾀를 내어 용왕을 속이고 살아 돌아온다는 이야기.

창극 세계화를 위해 전략적으로 기획한 이 작품은 지난해 9월 독일출신의 세계적인 오페라연출가 아힘 프라이어가 '한국의 소리'를 새롭게 재탄생 시켜 초연했다. 표현주의 화가로도 명성이 높은 아힘은 무대 막과 의상, 가면을 직접 디자인 했고, 이런 요소들은 획기적인 변화를 시도한 창극을 시각적으로 생생하게 보여줬다. 그야말로 동서고금이 뒤섞여 세계인도 공감할 만한 음악극이 창조된 것이다.

무대 위에 세워진 흰 바탕에는 크레용으로 아무렇게나 그린 듯한 드로잉이 넓게 펼쳐져 있다. 1940~50년대 미국 화단을 지배했던 전위적 회화기법인 '액션페인팅'이 연상되기도 한다. 토끼, 별주부, 호랑이, 메기 등 등장하는 동물과 생선의 특징을 따서 해학적으로 표현한 가면 역시 보고 있으면 웃음이 절로 난다. 전통과 현대, 유머코드까지 잘 버무려진 시각예술은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고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별주부가 토끼 간을 구해오겠노라며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토끼의 생김새를 그림으로 그려달라고 한다. 그러자 화공을 부르는 용왕의 입에서 "김홍도오~ 아이웨이웨이, 앤디워홀, (알브레히트) 뒤러, 피카소오~"라며 세계적인 화가들의 이름이 나오자 객석은 순식간에 웃음바다가 된다. 이 거장들이 그린 토끼의 초상화에는 실제 그들의 화풍이 묻어 있어 재미를 더한다.

그렇다고 새로운 볼거리 때문에 정작 중요한 '소리'를 놓치게 되는 것은 아니다. 인간문화재 안숙선 명창이 높이 3m의 거대한 치마를 입은 도창으로 등장해 작창을 맡았다. 한쪽 팔은 한복 저고리를 길게 늘어뜨린 채 다양한 발림을 하며 소리로 대극장을 가득 채운다. 그의 노래는 전통의 연결선상에 있으면서도 우리 시대의 정서를 가깝게 그려냈다.

도창을 뺀 다른 배우들은 모두 가면을 쓰고 있기 때문에 간혹 누가 소리를 하는 건지 헷갈리기도 하지만 그렇다 해도 소리가 주는 울림과 전달력, 객석과의 호흡은 훌륭했다. 판소리가 어렵고 지루하다고 느껴지지 않을 만큼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고 보여 진다.

전통 국립예술단체의 기량을 살리면서 낯선 이들의 눈높이에도 맞춰 소통하고자 한 이번 '수궁가'는 '법고창신'(옛 것을 본받아 새 것을 창조함)의 정신을 구현한 작품이 아닐까. 8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2만~9만원. (02)2280~4115~6


<용어 해설>
◇도창(導唱): 창극이 진행되는 동안 극중의 인물이 아닌 자가 판소리로 관객의 흥을 돋우고 해설자의 역할을 맡는 것. 수창(首唱)이라고도 함.

◇작창(作唱): 우리의 소리를 가지고 새로운 창(소리)을 만들어 내는 것.

◇발림: 판소리에서 소리의 전개를 돕기 위해 하는 몸짓이나 손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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