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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실현적 예언과 부동산 기대심리

[머니위크]청계광장

청계광장 머니위크 박원갑 국민은행부동산수석팀장(부동산학 박사) |입력 : 2012.09.24 11:27|조회 : 8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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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무지 반응이 없다. 정부가 융단폭격식으로 부동산 규제완화책을 내놓아도 시장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지난해부터 8차례, 올들어 2차례나 시장을 되살리기 위해 군불을 때고 있지만 여전히 찬 기운만 돈다. 왜일까.


여러 원인이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expectation)가 거의 사라졌기 때문일 것이다. 심리는 부동산을 둘러싼 변수의 총집합체다. 한두사람만이 집값이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러나 그런 생각이 집단적으로 나타나면 세상이 달라진다. 절대다수가 한쪽 방향을 확신할 경우 집단적인 예상 자체가 시장을 움직이는 큰 힘으로 작용한다는 얘기다.


이는 집단적 '자기실현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자기실현적 예언은 문자 그대로 경제주체들이 예상하는 방향으로 경제활동의 결과가 실현되는 것을 의미한다. 많이 알려진 그리스 신화의 '피그말리온'(Pygmalion)효과나 교육학의 '로젠탈'(Rosenthal) 효과는 자기실현적 예언의 일환이다.


경제에서 자기실현적 예언은 시장 참여자들의 집단사고화 경향과 연결된다. 어떤 계기로 시장 참여자들이 집단적으로 한쪽 방향을 예상하면 그 시장 자체가 자기실현적 예언의 상태에 빠지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펀더멘탈의 변화가 없어도 다수의 시장참여자들이 가격이 오르거나 내린다고 예상하면 실제로 가격이 급등락할 수 있다.


집단적 자기실현적 예언의 예로는 1930년대 영국 신문사의 '미인 투표',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투기', 1920년대 미국의 다단계 금융사기인 '폰지게임'(Ponzi game), 일본의 '토지 불패신화'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사례들은 자기실현적 예언이 상승쪽으로 치우칠 경우 집단적 광기나 투기적 버블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반대로 하락장일 때에는 매물이 매물을 부르는 투매로 나타날 수 있다.


부동산학계의 문헌을 보면 주택매매가격은 주택매매가격 그 자체에 의해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다는 연구가 많다. 미래에 대한 기대가 가격 상승과 하락의 가장 큰 요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없다면 소비자나 공급자 모두 주택시장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아파트처럼 단순한 주거공간을 넘어 시세차익을 노리고 사거나 파는 자산이라면 성격이 더욱 뚜렷해진다. 아파트가 온가족이 편히 사는 삶의 공간이라면 가격이 어느 정도 하락하거나 대출여건이 좋아지면 매입하려는 사람이 나타날 것이다. 그러나 투자자산을 매입하는 입장에서 가격이 더 떨어질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 손실회피(Loss Aversion)심리로 인해 아예 거들떠보지 않게 된다.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면 주식을 사지 않는 것과 비슷한 논리다.


심리학자에 따르면 인간은 이득을 보았을 때의 즐거움보다 손실에 따른 고통을 2배 정도 더 크게 느낀다. 손실에 대한 두려움이 팽배한 상황에서는 대출여건 개선이나 세금감면은 집을 살지 말지에 영향을 주기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가 9월10일 내놓은 활성화 대책은 양도세와 취득세라는 '쌍두마차'를 동원한 절박한 경기 부양책이다. 시장을 짓누르고 있는 급매물이나 악성매물을 걷어내 시장이 어느 정도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스퀴즈 번트'를 날린 셈이다.


그러나 시행 기간이 연말까지 3개월로 짧아 효과가 나타나더라도 반짝 효과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지금처럼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보다는 하락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큰 상황에서 보면 더욱 그렇다. 아마도 본격 회복세로 접어들기 위해서는 실물경기 회복으로 집값이 바닥이라는 신호가 어느 정도 나타나야 가능할 것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4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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