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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칼럼] 한국 '70세' 더 늙어 보이는 이유, 휴가 때문?

자연에서 배우는 일과 삶의 균형

그린칼럼 머니투데이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 |입력 : 2012.09.19 08:00|조회 : 7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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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칼럼] 한국 '70세' 더 늙어 보이는 이유, 휴가 때문?
기업의 고정자산에는 그 사용가능기간을 정한 내용연수라는 것이 있다. 일반적으로 기계 부품 등은 5년, 광업권은 20년, 댐 사용권과 같은 자산은 최대 50년에 달한다. 물론 기계부품의 경우 내용연수가 5년이라 할지라도 닦고 기름 치고 관리를 잘하면 훨씬 더 오래 사용할 수 있다.

그렇다면 기업에 있어서 인적자원, 즉 사람의 내용연수는 얼마나 될까. 사람의 기대수명이 늘어나면서 덩달아 같이 늘어난 것일까. 혹시 나라별로 사람의 내용연수가 다르지는 않을까. 기실 이 물음은 내가 런던에서 생활할 때 우리와는 다른, 하나의 특징적 현상을 목격하면서부터 일종의 문제의식으로 갖게 됐다.

영국에서 여러 컨퍼런스에 참여할 때마다 칠팔십 세의 노인들이 현역신분의 연사로 나서는 것을 많이 목격했다. 더 놀라운 건 이들의 발표나 질문내용들이 독사같이 예리하고 실제적이라는 점이었다. 찰스 핸디(Charles Handy)같은 경영의 구루는 나이 팔십에 예의 통찰력 있는 집필로 영국 경영학계를 선도하고, 존 파커(John Parker) 경은 칠순의 나이에도 '앵글로아메리칸'이라는 대기업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

이런 현상들을 접할 때마다 사람의 내용연수에 있어서 서구국가는 우리보다 훨씬 더 장기적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그리고 그 이유가 무엇일까 고민해 보기도 했다. 그 고민의 잠정적 결론은 서구사람들과 우리의 휴가문화가 매우 다른 데 기인한다는 것이다.

영국의 샐러리맨들은 보통 일 년에 6주 이상의 휴가를 사용한다. 장기근속자의 경우는 8주 가까이 휴가를 가기도 한다. 이들의 삶을 보면 일은 훌륭한 휴가를 즐기기 위한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닌 것 같았다. 따라서 이들 행복의 척도는 ‘휴가의 질과 양’에 달려 있는 듯 했다.

이에 비하면 우리의 일 문화에는 쉼이라는 것이 삭제되어 있다. 휴가를 가도 일을 생각하니, 일속에서는 다시 휴가를 생각하는 혼선과 비능률이 벌어진다. 여기에 ‘개인적 저녁이 없는 삶’이 평생 반복되다 보면, 당연히 우리 사회에서 인적 자산의 감가상각은 가속될 수밖에 없다.

이 탓인지 우리 사회에선 칠순 팔순은 고사하고 환갑만 넘기면 정신적으로 허리 굽은 늙은이가 되어 버린다. 원로들이 있지만 몇몇 예외를 제외하곤 그들에게서 독사 같은, 최신의, 실제적인 지식과 통찰을 기대하기 힘들다.

요즘은 가을의 정취가 피부로 느껴진다. 계절은 정확한 기억력으로 작년 이맘때의 가을을 복원하고, 우리들은 지난봄에 파종한 씨앗의 열매를 기다린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 모든 수확은 겨울이라는 휴지기가 있었기에 가능하다. 자연은 계절의 순환 속에서 생명을 잉태할 힘을 비축하고 그것을 발산하며 또 우리에게 수확이라는 선물을 가져다준다.

이런 자연의 섭리를 우리는 진지하게 관찰하고 거기서 레슨을 얻는다면 바로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는 것이 아닐까 싶다. 즉 겨울이라는 삶이 없었다면 땅은 뿌려진 씨앗을 충분히 받아 열매 맺지 못할 것이다. 이래서 자연보다 나은 선생님은 없는 것 같다.

성경에 근거하면 일은 원래 신의 명령을 거부하고 선악과를 따먹은 인간에게 주어진 일종의 형벌이었다. 따라서 중세시대까지의 일은 노예의 몫이었고 여기서의 일은 바로 ‘고됨(Toil)’ 그 자체였다. 종교개혁가들은 일을 신에게 영광을 돌리는 행위로 재정의했다. 여기서의 일은 바로 일(Work) 그 자체였다.

요즘은 펀(fun)경영이 중요한 화두로도 등장하고 있다. 현대에 들어 일이 즐김(Play)을 넘어 재밋거리(Fun)로까지 승화된 것이다. 즐길 수 있고, 재미가 있어야 생산성도 늘어난다는 주장이다. 이를 글로벌 기업들이 앞 다투어 도입하고 있다.

그럼에도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은 피곤한 근로자들에게 일 속에서의 재미와 즐김을 강조하면 그 자체가 새로운 고역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충분한 휴식을 전제로 펀 경영은 설 자리를 찾을 수 있고, 그러할 때 사람자산의 유효사용기간, 즉 내용연수도 더욱 더 길어진다. 또, 사람자산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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