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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도 수월성 교육을 허하라

[권성희의 뉴욕리포트]

권성희의 뉴욕리포트 머니투데이 뉴욕=권성희 특파원 |입력 : 2012.09.25 13:11|조회 : 5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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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킷리스트 중의 하나가 뉴요커로 살아 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뉴욕 특파원이 됐어도 뉴요커는 될 수 없었다. 뉴욕의 임대료가 비싸서만은 아니었다. 뉴욕도 맨해튼만 임대료가 비싸지 뉴욕의 퀸스나 브롱스, 브룩클린에서는 지금 살고 있는 뉴저지주 작은 동네보다 더 싸게 집을 구할 수 있었다.

뉴요커가 되기를 포기한 이유는 아이 때문이었다. 미국으로 오기 전, 퀸스에서 살까 고민 중이라고 하자 미국에서 살아봤던 모든 사람들이 뜯어 말렸다. 학군이 좋지 않다는 이유였다.

미국 공립학교는 지방 재정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잘 사는 동네와 못 사는 동네의 학교 수준이 천지차이라는 것이다. 뉴욕에 살려면 비싼 돈을 주고 아이를 사립학교에 보내야 할 거라는 주위 조언에 학군이 좋다고 소문나 한국인들이 많이 몰리는 뉴저지주의 지금 사는 동네를 선택했다.

그러다 우연히 뉴욕 퀸스에 사는 재미교포 부부를 만나게 됐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뉴욕에서 살고 싶었는데 애 교육 때문에 뉴저지주로 왔다고 했더니 그 분들은 모르는 소리라고 했다.

미국 대부분의 주에는 머리가 좋고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을 위한 특수 공립 고등학교가 있어서 아이가 공부만 잘하면 어느 동네에 살든 선발돼 좋은 공립고교에 입학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뉴욕에서는 스타이브슨트 고교, 브롱스 과학고교, 브룩클린 기술고교가 학문적으로 뛰어난 학생들을 육성하기 위한 대표적인 특수 공립고교다. 이 재미교포 부부는 딸이 셋 있는데 두 명은 스타이브슨트 고교를, 한 명은 브룩클린 기술고교를 졸업했다.

어떻게 그리 좋은 학교에 자녀 셋을 다 보냈냐고 물어봤더니 교사가 추천해줘서 시험을 보게 됐는데 아이들이 다 합격했다고 했다. 시험 준비는 어떻게 했냐고 물었더니 이민 와 에어컨 고치는 일로 먹고 사는데 급급해 애들 공부에 신경을 못 썼다며 애들 스스로 했다고 했다.

하긴 짧은 미국 생활이지만 주위에서 아이에게 공부를 억지로 강요해 많이 시키는 부모는 거의 보지 못했다. 에이미 추아 예일대 교수의 '타이거맘'이 엄청난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던 것도 미국에선 아이의 자율성보다 엄마의 타율성을 주입시키는 '타이거맘' 교육이 너무나 특이하고 생소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지금 살고 있는 뉴저지주 버겐카운티에도 사립학교 갈 형편이 안 되지만 머리가 좋은 지역 학생들을 선발해 교육하는 버겐 아카데미와 잉글우드 아카데미라는 공립고교가 있다. 버지니아주에는 USA투데이가 선정하는 공립 고교 학력 순위에서 매년 5위 안에 드는 토마스 제퍼슨 과학기술고교가 있다.

이런 고등학교는 모든 다른 공립학교와 마찬가지로 학비가 면제되는 것은 물론 집 부근까지 스쿨버스가 운행돼 가난한 집 자녀들도, 못사는 동네에 사는 아이들도 공부만 잘하면 얼마든지 다닐 수 있다.

한국에서는 '수월성 교육'이 마치 금기어처럼 되어 있지만 미국에서는 우등생을 위한 특수 공립고교는 물론 대부분의 평범한 공립고교에서도 학력이 뛰어난 아이들을 따로 모아 가르치는 '우등반(Honors class)'이 운영된다.

한국에서 우등반을 만들자고 하거나 스타이브슨트처럼 학문적으로 뛰어난 아이들을 위한 특수 고교를 설립하자고 하면 엄청난 반대에 부딪힐 것이다. 자녀를 우등반이나 한국의 스타이브슨트에 보내기 위한 한국 엄마들의 치맛바람이 한반도를 휩쓸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한국에서는 과학고등학교조차 과학영재들을 위한 학교가 아니라 사교육을 안 시키면 못 들어가는 학교가 되어 있다. 아이를 과학고등학교에 보내려면 늦어도 초등학교 3학년부터 다녀야 하는 학원들의 명단과 봐야 하는 교재들까지 엄마들 사이에서 일급 정보로 떠돌고 있다.

누구나 노력한다고 '강남스타일'의 싸이가 될 수는 없다. 타고난 끼와 음악적 재능이 있어야 한다. 학문적 성과도 타고난 머리라는 것이 분명히 있는데 한국 사회에선 그게 인정이 안 된다.

우리집 자식은 영재가 아닌데 옆집 자식은 영재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는 한 아마도 한국에선 공부 잘하는 돈 없는 집 자녀를 위한 스타이브슨트 같은 학교는 절대 못 만들 거다.

그러면 언제까지나 돈 많은 집 자녀가 남미 어느 국가로 국적을 세탁해 1년에 수천만원이 드는 외국인학교에 다니며 특수한 교육을 받는데 대해 평범한 서민들은 박탈감만 느끼고 있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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