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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수에 대한 추억

[최규일의 왓츠 업 사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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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래전 얘기다.

전남 광양에서 백운기 전국고교축구대회 부평고-광양제철고의 결승이 열렸다. 후반 막판 승부가 부평고쪽으로 기울면서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이 펼쳐졌다. 부평고의 한 공격수가 코너 플래그 근처에서 상대 선수 2~3명이 달려드는 가운데 공을 요리조리 컨트롤하며 이른바 지연 플레이를 거듭했다. 공을 다루다 어렵겠다 싶으면 상대 선수의 몸을 맞춰 아웃시키기를 수차례 반복했다. 당하는 입장에서는 열불이 났겠지만 당시 취재진들은 그의 현란한 발재간에 하나같이 혀를 내둘렀다.

경기가 끝난 후 당시 전남 드래곤즈 단장은 그 선수를 찾아가 “어린 녀석이 어쩜 그리 공을 얄밉게 차느냐”며 혼을 냈다고 한다. 그리고 그날 밤 전남 코치진 중 한 명은 해당 선수를 찾아가 전남 구단 입단 여부를 조심스럽게 타진했다.

이천수에 대한 추억

짐작했겠지만 당시 그 선수는 이천수(31)였다. 튀는 행동과 거침없는 말투, 최근 누구나 알고 있는 대형 사고로 K리그에 발을 들이지 못하고 있는, 하지만 축구 기량만큼은 누구보다 출중했던 바로 그 선수다.

축구 기자로 20년 가까이 현장을 뛴 내게 지금도 많은 이들은 ‘그동안 본 선수들 중 누가 가장 뛰어난 기량을 지녔느냐’는 질문을 하곤 한다. 그때마다 내 대답은 ‘이천수’였다. 지금의 이천수는 갈 곳 없는 외기러기 신세지만 난 그가 ‘축구 천재’임을 확신한다. 그것도 타고난 천재가 아니라 후천적인 노력으로 천재의 반열에 올랐다고 말이다.

부평고 및 고려대 시절 그의 은사였던 임종헌 현 용호고 감독의 말을 들어보자.

“한마디로 연습벌레였다. 훈련이나 시합 중에 뭔가 지적을 하면 밤늦게까지 혼자 운동장에서 성에 찰 때까지 연습을 하던 선수가 (이)천수였다. 감각이나 센스도 최고인데다 훈련량도 그를 따라올 선수가 없었다. 승부욕이나 근성도 남달랐고 웬만해선 아픈 티도 내지 않았던 독종이었다.”

필자 역시 2002 월드컵 대표선수들이 단체 광고를 찍었던 2001년 혼자 축구공을 지닌 채 휴식시간 틈틈이 볼 컨트롤 연습을 하던 이천수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요즘 이천수의 K리그 복귀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그 자신 몇몇 매체를 통해 복귀를 희망한다고 했고, 이에 동조하는 의견과 반대의견이 동시다발로 표출되고 있다.
물론 현 시점에서 그의 복귀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2009년 이천수를 임의탈퇴시킨 전남의 입장이 여전히 강경하기 때문이다.

최근 어느 매체는 농구 스타 데니스 로드맨, 월트 체임벌린의 예를 들며 이들이 현역시절 온갖 기행과 폭행 사건 등을 일으켰지만 결국 미 프로농구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음을 상기시키며 이천수를 옹호하는 듯한 논조를 펼쳤다.

하지만 이들의 물의는 어디까지나 사생활이었을 뿐이다. 반면 이천수 케이스는 구단과의 계약을 깼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다. 이천수로 인한 경제적 정신적 타격이 아직도 가시지 않은 전남이 복귀 불가를 고수하는 것은 어쩜 당연한 일이다.

때문에 전남측에 '이젠 면죄부를 주는 게 어떠냐’는 식으로 압박을 주는 것은 사태해결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신 이천수가 좀 더 자신을 낮추고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전남 얘기대로 ‘외부로만 겉돌지 말고 진지한 사과의 자세를 보여야’ 해결의 실마리가 풀린다. 원인 제공의 장본인이 그 자신이기 때문이다.

이런 얘기를 하는 이유는 축구 선수 이천수의 모습을 더 늦기 전에 그라운드에서 다시 보고 싶기 때문이다. 우리는 한 때 ‘축구 천재’로 불리다가 슬그머니 사라진 많은 선수들을 목격해왔다. 이천수도 지금 그 갈림길에 서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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