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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웅진, 反面敎師 ②

성화용의인사이드 더벨 성화용 더벨 편집국장 |입력 : 2012.10.19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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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벨|이 기사는 10월19일(08:00) 자본시장 미디어 '머니투데이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기업이 재무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됐을 때 채권자(주로 은행)와의 관계는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채권자들로부터 신뢰를 얻고 그들로부터 도움을 받아야 그나마 활로를 찾을 수 있다. 채권자와 쌓은 '우정'이 없다면, 아예 그들을 한 몸으로, 공동 운명체로 엮는 것도 방법이다. 어떻게든 은행과 함께 가야 한다.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며, 금융의 생리를 이해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웅진은 지난해 이후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행보를 보였다. 뻣뻣한 자세로 일관했고 다신 안볼 것처럼 행동하기도 했다. 그나마 금융을 잘 아는 고위직 몇 명을 내보냈다. 비슷한 시기에 재무적인 위기를 맞은 다른 중견그룹과는 극단적으로 대비된다. S, D그룹 등은 채권단을 교묘하게 엮어 손을 뺄 수 없게 하거나, 아니면 철저히 채권단의 지시를 이행하고 굴종을 견뎌냄으로써 위기상황 속에서도 버텨냈다. 지금도 그러한 '대치상태'가 지속되고 있지만 그들이 쉽사리 무너질 것 같지는 않다. 이건 고도의 생존 게임이다

또 다른 D그룹의 오너는 채권은행으로부터 받은 모멸감을 삭이지 못하고 회의석상에서 눈물을 글썽였다는 일화도 있다. 그는 "그룹의 모든 부동산을 팔아서라도 빚을 갚고 거래은행을 바꿨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래도 결국 참아냈다. 때로 채권단을 설득하고 때로 위협도 해가며 버텨내고 있다. 자금난에 빠진 기업의 기업주나 경영자들에게 이런 사연들은 일상 다반사다.

기업은 자존심으로 하는 게 아니다. 세 불리를 인정하는 현실감각이 필요하다. 고개 숙일 때 숙여야 하고 때로 낯 뜨거운 비굴도 견뎌야 한다. 웅진그룹은 물론이고 윤석금회장 개인에게도 결정타가 된 서울저축은행 문제는 이러한 명제와의 괴리를 그대로 보여준다.

서울저축은행은 사실상 윤 회장이 개인적으로 인수한 회사나 마찬가지다. 웅진캐피탈이 구성한 사모펀드를 통해 인수했고, 웅진캐피탈 지분의 대다수를 윤 회장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인수 자체가 결과적으로 어이없는 결정이었다. 숨겨진 부실을 감안하면 '사기'를 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웅진그룹 내부에서는 인수 이후에도 몇 번이나 '고리'를 끊을 기회를 놓친 게 더 안타깝다는 얘기들이 나온다. 일부 측근들은 '저축은행을 버리자'고 몇 번이나 간언을 했다. 그러나 윤 회장은 그 선택을 못했다. "저축은행과 거래하던 서민들이 피해를 보게 할 수는 없다. 내가 좀 손해를 보는 게 낫다"는 게 요지였다. 그렇게 끌려가면서 윤 회장은 그나마 가지고 있던 돈을 거의 다 저축은행에 쏟아 부었다. 1000억원에 가까운 개인자금이 투입됐다. 웅진홀딩스 (2,625원 상승15 0.6%) 법정관리 신청 후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사채출연을 하고 싶어도 할 만한 재산이 거의 없다"고 한 건 이 때문이다.

말하자면 윤 회장은 냉정하게 이익을 좇기보다는 체면과 명예를 중히 여겼다. 위기가 기업의 숨통을 조여 오는데도 그랬다. 그게 현실감각의 결여인지, 낙관적인 천성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결국 그렇게 사재를 털었지만 저축은행은 여전히 부실하다. BIS비율은 마이너스 상태고 추가로 증자를 못하면 영업을 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돈은 돈대로 쓰고, 저축은행은 문을 닫게 생겼다. 도대체 윤 회장과 웅진은 뭘 한 건가.

냉정해야 할 때 냉정하지 못한 죄. 이건 전적으로 윤석금 회장과 그 주변의 경영자들이 책임 져야 할 몫이다. 저축은행 고객들에게는 할 만큼 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기업회생절차상 최후방에 있는 극동건설 협력업체들은 어떻게 할건가. 담보 없이 돈을 빌려준 회사채 투자자와 상거래채권자들에게는 어떻게 변명할 것인가.

역설적이지만 서울저축은행 처리 과정에서 드러난 '윤석금 스타일'은 그를 부도덕한 기업주로 몰기 어려운 증빙이 되기도 한다.

법정관리 신청 직전 가족(부인)의 주식을 처분하고 계열사 빚을 미리 갚는 등의 행태가 지탄의 대상이 됐지만, 적어도 윤 회장은 그걸 기획하거나 지시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윤 회장을 가장 잘 아는 측근들도 "윤 회장이 그렇게 몰리는 게 가슴 아프다"고 입을 모은다. 가족의 주식을 관리하는 임원이 따로 있었다는 건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본분에 충실한 건지, 과잉 충성을 한 건지는 모르지만 상황이 파국으로 치닫자 계좌관리자가 상의 없이 저질렀다는 것이다.

법정관리 신청 직전에 발생한 몇몇 '불순한' 금융거래 역시 윤 회장은 사실관계를 제대로 몰랐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그의 책임이 덜어지는 건 아니다. 그는 오너다. 모든 책임은 그에게로 귀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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