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 입으면' 아동음란물?…영화 '은교'는?

"음란물 심의 기준에 따라 19세 이상 성인물로 판정 받은 건데 다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아청법) 적용을 받을 수 있어 혼란이 많습니다. 경찰 쪽 가이드라인도 불분명하니 일단 서비스를 중단할 수밖에 없죠"

검찰과 경찰 등 사법당국의 아동음란물 단속 강화에 웹툰·유료 만화를 제공하는 포털사이트와 출판사가 서둘러 몸단속에 나서고 있다. 포털사이트와 출판사는 이전보다 모니터링을 강화해 아청법에 위반될만한 콘텐츠를 미리 삭제하는 한편, 추가로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나오기 전까지는 서비스를 '잠정 중단'할 방침이다.


일부 네티즌들도 인터넷 상에서 다운로드 받은 '교복'을 입은 등장인물이 나오는 성인물 웹툰이나 만화를 삭제하면서 아청법 단속 대상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이런 만화의 등장인물 대부분은 아동이나 청소년으로 '인지'될 수 있는 탓이다. 때문에 분명한 단속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만화 출판사, 포털사이트 '교복 입은 청소년' 나오는 만화 서비스 '잠정 중단'

ⓒ네이트 화면 캡처

포털사이트 다음의 경우 최근 100여 종에 이르는 유료만화를 서비스중지 했다. 다음 측은 '만화속 세상'의 공지사항을 통해 서비스 종료되는 유료만화 목록을 게시하면서 '9월16일부터 시행되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3,4항에 의거해 서비스 중지되는 작품이 일부 포함돼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포털사이트 네이트는 만화 21개 작품을 최근 서비스 목록에서 제외했다. 네이트 관계자는 "청소년 유해물에 관련해 자체 기준을 강화했고 제작사에서도 신경을 쓰고 있다"며 "출판사와 협의해 서비스를 중지했다"고 알렸다.


이와 관련해 만화 잡지 전문 업체 대원씨아이 관계자는 "뭐가 되고 뭐가 안되는지 누구도 명확히 말 못하는 상황이라 교복이 나오고 등장인물을 아동으로 볼 수 있는 작품은 다 내렸다"고 전했다. 대원씨아이는 아청법 개정 후 포털사이트 만화 서비스를 대거 중단했다.

그는 "작품 수가 워낙 많아 몇 개라고 헤아리기 어려운 정도"라며 "문을 닫을 정도는 아니지만 숫자로 환산할 수 없는 피해를 봤다"고 하소연했다. 대원씨아이 측은 만화와 관련해 정확한 사법당국의 가이드라인이 나오기 전까지는 서비스를 '잠정 중단'할 방침이다.

◆강경하지만 애매한 대검찰청과 경찰청의 가이드라인. 네티즌 "나도 잡혀가나?"

아청법 적용 논란은 대검찰청이 강경한 처벌 원칙을 내 놓으면서 촉발됐다.

대검찰청은 지난 4일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단순히 소지하기만 해도 전원 기소하는 한편 음란물을 다운로드 받았다가 바로 삭제한 경우도 '소지'로 간주한다고 발표했다. 또 아동이나 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 성적 흥분을 유발하는 장면에 등장한 경우는 모두 아동·청소년 음란물에 해당한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이를 바탕으로 경찰이 14일 발표한 단속 가이드라인을 보면 △아동·청소년이나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사람 혹은 표현물이 등장해 △성교 행위, 유사 성교 행위, 신체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접촉·노출하는 행위를 하는 △필름·비디오물·게임물 또는 컴퓨터나 그 밖의 통신매체를 통한 화상·영상 등이 아청법 관련 단속 대상이다.

네티즌들은 '컴퓨터나 그 밖의 통신매체를 통한 화상·영상'이라는 사항에 만화나 웹툰도 적용되는 것인지 설왕설래하고 있다. 아청법 적용의 형평성과 가이드라인이 모호해 어떤 콘텐츠가 적용대상인지 분명하게 알 수 없다는 비판이다.

◆'17세 여고생'이 성적 대상화 된 영화 '은교'는 아청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

교복을 입은 등장인물이 나오는 콘텐츠가 문제가 되자 인터넷상에서는 영화 '은교'도 처벌 대상이 되느냐와 관련해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경찰청 사이버기획수사팀 관계자는 "영상물등급위원회(영심위)에서 청소년 관람불가로 심의한 영화의 경우 고의성을 따질 때 아동음란물 제작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영심위의 판단을 거쳤기 때문에 2중 제재는 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출판사 관계자는 "서비스 중지한 만화 대부분은 음란물 심의 규정에 따라 19세 미만 관람 불가 판정을 받은 것"이라며 "'경찰이 맞다면 맞고 아니라면 아니다'라는 말로밖에 해석이 안 돼 정확한 기준을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만화의 경우도 한번 심의를 받은 만큼 형평성에 맞게 아청법 단속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경찰이 더 구체화 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출판사도 마음 놓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며 "최근 10년 이내로 이렇게 위축된 적이 없었는데 만화 출판사가 '악의 온상'으로 매도될까 걱정 된다"고 토로했다.

한편 경찰 측은 추가 가이드라인을 내놓기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경찰청 사이버팀 관계자는 "사안에 따라 판단해야지 현재 발표된 가이드라인을 더욱 구체적으로 한정 짓기는 어렵다"며 "웹툰 관련 가이드라인은 추후 공표하는 것이 맞는지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