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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폰' 계속 의심, 알고보니 月17500원씩…

[웰빙에세이]120만원에 한달 살기-8, 첨단에 선다고 행복도 첨단은 아니다

김영권의웰빙에세이 머니투데이 김영권 작은경제연구소 소장 |입력 : 2012.10.31 12:01|조회 : 64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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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폰' 계속 의심, 알고보니 月17500원씩…
신형 휴대폰을 공짜로 준다는 전화에 홀딱 넘어갔다. 이런 유혹에 끄떡하지 않았는데 이번에 제대로 걸렸다.

나만 좋다면 지금 바로 새 것을 보낼 테니 받고 전화해 달란다. 내가 부담할 돈은 한 푼도 없고, 요금제를 바꿀 필요도 없단다. 이동통신회사도, 전화번호도 그대로다. 달라지는 것은 오직 내 휴대폰이다. 갤럭시 S1에서 S2로.

◆ 공짜폰은 없다

그거 괜찮은 거래네. 나만 좋다면 그냥 주겠다는데 어찌 마다하리. 하지만 조금 이상하다. 그 비싼 갤럭시 S2를 왜 공짜로 줄까? 미심쩍은 마음에 이것저것 자꾸 물어보고 확인한다.

- 요금제를 바꾸지 않아도 되나요?
= 네! 지금 '44요금제'를 그대로 3년간 유지하시면 됩니다.
- 지난번엔 2년이었는데 이번엔 왜 3년이죠?
= 고객님이 추가 부담을 전혀 하지 않는 조건을 따져보니 3년이 됩니다.
- 3년만 유지하면 정말 내가 부담할 돈이 전혀 없나요?
= 그럼요. 없습니다. 가입비 4만원만 내면 됩니다.
- 그럼, 추가 부담이 있는 거잖아요?
= 고객님이 기존 휴대폰을 대리점에 반납하시면 4만원을 되돌려 드립니다.

나는 결국 오케이 한다. 새 것에 전화번호 등을 옮기고 옛 것을 반납하려면 조금 번거롭겠다. 그래도 잘했다. 진짜 완전 공짜라는데 이 정도 수고쯤은 달게 해야지. 하지만 마음 한켠이 계속 찜찜하다. 새 것이 꼭 필요한 것도 아닌데 헌 것을 버리고 새 것을 찾는 휴대폰 과소비에 휩쓸리고 말았다. 이 때 스치는 생각. 가만 있자. 요즘 내 휴대폰 요금이 3만 몇천원 아니었나? '44요금제'라면 기본요금이 4만4000원일 텐데 어째서 내 요금은 그 아래가 됐지? 가계부를 들춰보니 지난 6월까지 한 달에 5만500원 하던 휴대폰 요금이 7월부터 3만3000원으로 1만7500원이 내려갔다. 그러니까 지금 휴대폰의 의무 약정기한이 끝나고 일어난 변화다.

나는 서둘러 다시 전화한다. 그러나 연결이 어렵다. 한참 만에 가까스로 문답이 오간다.

- 제 요금제가 '44요금제' 맞나요?
= 맞습니다.
- 그런데 왜 제 요금이 3만3000원이죠?
= 그게 '스페셜 요금 할인'을 받아서 그럴 겁니다.
- 그렇다면 새 휴대폰을 받으면 이 할인은 어떻게 되죠?
= 그건 어렵습니다.
- 그렇다면 요금이 다시 5만원을 넘겠네요?
= 아마 그럴 겁니다.

그랬구나. 함정은 바로 여기에 있었구나. 미안하지만 새 휴대폰 얘기는 없던 것으로 하자고 했다. 돌이켜보니 공짜 휴대폰을 주겠다는 광고 전화와 문자가 자주 오기 시작한 것도 지금 휴대폰의 2년 약정이 끝나는 시점부터였다. 이동통신회사는 나의 소비자 정보를 손금 보듯 들여다보면서 가장 적절한 타이밍에 가장 적절한 마케팅을 펼친 것이다. 나는 그걸 뜨악하게 넘기다가 이번에 덜컥 걸렸는데 그 공짜폰의 비밀은 바로 '1만7500원'에 있었다. 한 달 1만7500원이 1년이면 21만원이고, 3년이면 63만원이다. 말이 공짜지 실제로는 요금을 올려 휴대폰 값을 다 챙겨가는 것이다.

2년 전에도 그랬다. 그때 내 휴대폰 요금은 3만원 안팎이었다. 그런데 회사에서 특별히 갓 출시된 갤럭시S를 무료로 준다기에 받았더니 요금이 바로 5만 원대로 올랐다. 요금명세를 살펴보니 휴대폰 값은 2년 할부로 받고, 대신 '44요금제'에서 특별할인을 해 주는 식이다. 그리고 2년 뒤 할부 값을 다 거둬들였는데 특별할인이 남아 요금이 3만 원대로 내려가자 새 휴대폰을 주면서 요금을 다시 5만 원대로 끌어올리려는 것이다. 휴대폰을 만드는 회사와 이동통신 서비스회사들이 아무리 공짜를 외쳐도 결국 소비자들의 주머니에서 받아갈 것은 다 받아간다. 그들의 현란한 마케팅 기술에 소비자들이 놀아날 뿐 봐주는 것은 없고, 공짜는 더더욱 없다. 어느 누가 손해 보는 장사를 할까?

◆ 첨단에 선다고 행복도 첨단은 아니다

내가 휴대폰을 공짜로 받는 것 같아도 사실은 내 주머니에서 그 돈이 다 나간다. 그게 아니라면 나 대신 다른 누군가가 '바가지'를 쓰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다들 공짜라고 착각하면서, 서로 바가지를 씌우면서 2,3년마다 휴대폰을 갈아치우는 과소비를 반복하고 있다. 그러지 않는 사람은 불량 고객이다. 아껴서 오래 쓰고 망가지면 고쳐 쓰는 사람은 바보다. 새 것을 공짜로 주는데 헌 것을 비싼 내 돈 내고 수리할 순 없다. 새 것이 비싸고 수리비가 싼 것이 정상이라면 우리는 지금 상당히 빗나갔다.

나는 결국 불량고객이 됐다. 하지만 나 역시 휴대폰 중독자다. 버스에서도, 전철에서도, 운전 중에도, 누구를 기다리는 중에도, 밥 먹는 중에도, 화장실에서도 틈만 나면 휴대폰을 만지작거린다. 전화나 문자를 주고받는 일보다 다른 일이 훨씬 더 많다. 뉴스를 본다. 정보를 살핀다. 메일을 확인한다. 블로그를 연다. 까페를 둘러본다. 검색을 한다. 날씨를 알아본다. 길을 찾는다. 게임을 즐긴다. 뱅킹을 한다. 달력을 본다. 메모를 한다. 얼마나 좋은가. 하지만 그것은 '편리'와 '재미'지 '기쁨'이 아니다. 나는 그 편리와 재미에 중독돼 있다. 붙잡혀 있다. 홍수에 가재도구가 몽땅 물에 잠긴 수재민도 맨 처음 하는 말이 "휴대폰도 못 갖고 나왔어요"다. 요즘 김연아 선수만큼 뜬 손연재 선수도 보물 1호가 무엇이냐고 물으니 휴대폰이란다. 모두들 휴대폰이 없으면 불안하다. 휴대폰 없인 못산다.

특히 아이폰과 갤럭시는 '물건'이다. 이번에야 말로 휴대폰과 컴퓨터가 제대로 만났다. 무전기에서 출발한 모바일 통신은 이제 '아이탭'과 '갤탭'까지 왔다. 데스크탑에서 출발한 퍼스널 컴퓨터는 고성능 랩탑(노트북)까지 왔다. 두 진영은 결국 손바닥(팜탑)에서 만나 하나로 통합될 것이다. 그것이 아직은 손에 쥐기 버거운 크기다. 주머니에 넣기도 애매한 그것을 들고다니며 뽐내는 것이 지금의 최첨단 풍속도다. 아마 나중에 보면 코미디일 것이다. 10년 뒤에는 액정을 두세 번 접어 신용카드만 하게 만들 것이다. 20년 뒤에는 접을 필요도 없이 신용카드만한 휴대폰에서 입체 홀로그램을 켜서 활용할 것이다. 그때 보면 지금의 아이탭과 갤탭은 얼마나 구식일까. 하긴 무전기만한 카폰이 최첨단일 때도 있었지.

첨단은 순간이다. 첨단에 선 순간이 구식으로 밀리는 순간이다. 첨단에 선다고 내 행복이 첨단이 되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다들 첨단에 서려고 애쓰며 산다. 순간의 첨단을 위해 평생 고단한 게임을 반복한다. 첨단을 쫒아 숨 가쁘게 달린다. 첨단 휴대폰을 2, 3년 단위로 20,30번 바꾸면 첨단 인생도 저문다. 바위덩어리를 산꼭대기로 밀어 올리고, 굴러 떨어지면 또 밀어 올리는 시지프스 같다. 몇 가지 통계를 보니 지난해 국내 소비자들의 휴대폰 구매비용이 1조4000억 원이라고 한다. 대수로는 2673만대다. 국민의 절반 이상이 휴대폰을 바꾼 것이다. 나머지 절반은 올해 바꿀 것이다. 결국 2년마다 휴대폰을 바꾸는 셈이다. 우리 국민의 휴대폰 교체주기가 26.9개월이란 것과 얼추 들어맞는다. '2년 약정'을 볼모로 한 이동통신회사들의 마케팅 주기와도 일치한다.

휴대폰은 통신과 컴퓨터를 내 손 안에 쥐어준다. 나는 언제 어디서나 '로그인'할 수 있다. 편리와 재미를 누릴 수 있다. 그렇다고 한 달 요금을 3만원에서 5만원으로 올리면서까지 휴대폰을 첨단화할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다들 2년마다 휴대폰을 바꾸지만 정말 때가 되어서 바꾸는 사람도 많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시급하지 않은 것이 우선순위로 가는 것만큼 우리 삶에서 방향 오류가 발생하고 있다. 바꾸지 않아도 될 것을 바꾸는 것만큼 불필요한 과소비가 일어나고 있다. 시급하지 않은 것을 시급한 것보다 먼저하고, 바꾸지 않아도 될 것을 바꾸면서 삶을 분주하고 번잡하게 하는 일들이 이외에도 여럿 있으리라.

◆ 편리와 재미 대신 기쁨을 누리다

10월은 아름다웠다. 창밖의 나무는 하루하루 색조를 바꿨다. 매일매일 가지를 비웠다. 아침에는 푸른 안개가 산허리를 감쌌다. 낮에는 햇살이 눈부시고, 바람이 상큼했다. 하늘은 깊고, 단풍이 짙었다. 노을은 붉었다. 강과 개울은 보석처럼 빛났다. 밤에는 더 없이 맑은 별이 돋았다. 나는 자연이 연출하는 황홀한 가을 드라마에 빠져 첨단을 잊었다. 편리와 재미 대신 기쁨을 누렸다. 가만있어도 충만하고 좋으니 돈 쓸 일이 별로 없었다. 추석도 9월에 치러 널널했다.

덕분에 10월은 여유 있게 흑자를 냈다. 내가 48만원을 써 22만원을 남기고, 동생이 45만원을 써 5만원을 남겼다. 합계 93만원. 27만원 흑자다. 한 달 생활비가 100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 8월 무더위에 보일러 기름을 한 드럼 넣고 겨울 대비를 했는데 10월에도 그렇게 했다. 그래도 5천원이 남는다. 춥기 전에 보일러 기름 탱크를 가득 채우고 쑥 올라간 눈금을 보니 마음이 한결 든든하다. 올 겨울은 춥지 않겠다. 따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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