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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이 이 모양인 5가지 이유

[줄리아 투자노트]

줄리아 투자노트 머니투데이 뉴욕=권성희 특파원 |입력 : 2012.11.09 14:30|조회 : 19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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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 샌디로 6박7일간 전기 없이 지냈다. 오후 6시만 되면 캄캄해지는, 난방도 되지 않는 차가운 동굴 같은 집에서 6일 밤을 지내면서 왜 내 인생이 이 모양인지 깨달았다.

◆1. 상황이 좋아지기만 기다렸다=전기가 처음 나갔을 때는 하루 이틀이면 해결되겠지 했다. 전기가 다시 들어오기만을 기다리며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먹고 자고를 반복했다. 전기가 끊긴 상태가 사흘, 나흘이 되자 화가 났다. 그래도 전기가 없는 집에서 할일은 없었다.

전기가 나간 지 엿새째, 아이가 냉장고에서 냄새가 난다고 했다. 빛이 있는 낮에 냉장고 문을 열고 썩어가는 음식을 버리고 냉장고 안을 닦았다. 전기가 없어도 빛이 있는 동안 청소든, 요리든, 독서든, 나들이든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전기가 들어오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고 기다릴 필요는 없었다.

돌아보면 '고도를 기다리며' 하루 온종일을 길에서 허비하는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처럼 나도 언제나 '이것만 되면 무엇을 할 텐데'라며 행동하지 않은 채 무엇인가 이뤄지고 주어지기만을 기다려왔다.

◆2. 내 사정을 알아주기를 바랐다=전기가 나간 첫 이틀간은 미국 금융시장도 휴장했다. 하지만 시장이 재개장한 셋째 날부터는 기사를 써야 했다. 인터넷이 되는 곳을 수배하는 것도 문제였지만 이동하기 위한 휘발유를 얻는 것도 문제였다. 인근 대다수 주유소들이 전력이 공급되지 않아 문을 열지 못하고 있었다.

주위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필요 최소한의 일은 마칠 수 있었다. 회사엔 전기도 안 들어오고 인터넷도 안 되고 휘발유를 구할 수도 없고 이만저만 고생이 아니라고, 이 정도 일을 마친 것만도 대단한 거라고 엄살을 부렸다.

그러다 문득, 내가 '어려운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사정을 최선을 다하지 않은데 대한 변명거리로 이용하고 있지나 않는지 가슴이 뜨끔했다.

누구나 사정은 있다. 사람들은 웬만하면 '정말 어려웠겠구나'라고 그 사정을 공감해준다. 하지만 그뿐이다. 그런 사정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온전히 자신만의 책임이며 그에 따른 영향도 오롯이 자신만의 것이다.

◆3. 다른 사람과 비교했다=전기가 들어오는 순서는 무질서했다. 행정구역이 다른 바로 앞집에는 전기가 들어와도 우리 집은 안 들어왔다. 바로 앞집은 전기가 있는데 나는 없는 상황은 불행했다.

같이 전기가 없을 땐 동병상련을 느꼈지만 인근에서 나만 전기가 없을 땐 짜증이 났다. 전기가 없는 현실은 변함이 없는데 다른 사람과 비교가 현실을 더 비참하게 만들었다.

아는 사람의 집에 전기가 들어오면 그 집에 가서 휴대폰과 노트북을 충전할 수 있고 몸을 녹이며 저녁식사를 신세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다른 사람이 잘됨에 따른 혜택보다는 나에게 없음으로 인한 박탈감이 더 컸다.

다른 사람과 비교를 통해 박탈감을 느끼고 은근한 경쟁의식으로 다른 사람의 잘됨을 진심으로 축하하지 못했던 것, 그것이 내 인생이 높이 날아오르는 것을 방해한 족쇄인지 지금껏 몰랐다.

◆4. 남들과 똑같이 생각했다=전기가 며칠씩 들어오지 않았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비슷했다. "최강대국이라는 미국에서도 이런 일이 다 있네"라거나 "전기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에서 전기가 일주일씩 끊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들 앞으로 내 인생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정전은 살면서 굳이 경험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다. 혹은 전기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고 해서 내 인생이 얼마나 많이 바뀌겠는가. 고작 전기를 절약해 전기요금을 조금 아끼는 것밖에는 안 된다.

어떤 상황에서든 남들과 똑같이 생각하고 똑같이 반응하고 그래서 간신히 평균 수준의 삶을 유지하는 것. 그것이 내 인생이었다. 남들과 다르게 생각해야 다른 삶을 살 수 있다. 같은 상황 속에서 다른 생각으로 다른 경험을 이끌어 내는 것이 부족했다.

◆5. 대책 없는 낙관론에 기댔다=허리케인 샌디가 매우 강력할 것이란 사실은 미리 예고됐다. 뉴욕 주식시장도 미리 2일간의 휴장을 결정했다. 하지만 경고는 들었어도 대비는 하지 않았다.

자동차에 기름 넣어야지, 촛불을 준비해야지, 먹을 것을 좀 사놓아야지, 빨래를 미리 해놓아야지 등등. 대비할 것은 많았지만 생각뿐이었다.

전략적 사고가 중요하다고 머리로는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허리케인 피해가 큰들 얼마나 크겠어'라는 대책 없는 낙관론과 '피해가 엄청나면 대비한다고 뭐가 달라지겠어'라는 무책임한 게으름이 행동을 지배했다.

앞으로 예상되는 각각의 상황에 따라 어떻게 대처할지 계획을 세우고 실제 실행에 옮기는 전략적 사고 대신 닥쳐야만 반응하는 반사적 사고를 해온 결과가 오늘날 내 인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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