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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구름에 비 들었는지 찔러보지 않고는 모른다

[유병률의 체인지더월드] <23> 노정석 아블라컴퍼니 대표의 미국 진출기

유병률의 체인지더월드 머니투데이 실리콘밸리=유병률 특파원 |입력 : 2012.11.12 06:00|조회 : 14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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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블라컴퍼니가 출시한 '블레틴'의 미국시장 진출을 위해 실리콘밸리를 찾은 노정석 대표. 사진/ 마운틴뷰=유병률기자
최근 아블라컴퍼니가 출시한 '블레틴'의 미국시장 진출을 위해 실리콘밸리를 찾은 노정석 대표. 사진/ 마운틴뷰=유병률기자
다윈의 진화론이 창업과 무슨 상관이냐 싶겠지만, 그게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전설적 해커 출신인 노정석 아블라컴퍼니 대표가 미국시장에 진출하는 방식이 딱 이렇기 때문이다.

환경(고객)에 적합한 종(상품)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퇴화한 옛 것들을 버리고 수정하는 과정. 스틸사진처럼 정지된 것이 아니라, 때로는 비즈니스모델의 본질(유전자)조차 바꿀 수도 있는 변화의 연속.

최근 출시한 모바일 앱 ‘블레틴’을 들고 실리콘밸리를 찾은 노 대표를 지난 5일 마운틴뷰에서 만났다. 최근 한국에서 출시된 블레틴은 그게 광고이든, 구인구직이든, 결혼한다는 개인적 공지이든 자신이 알리고 싶은 글을 올려 친구는 물론, 친구의 친구, 그 친구의 친구에까지 입 소문을 낼 수 있는 서비스이다.

“어느 구름에 비 들었는지 미리 알 수는 없다”
그는 미국시장 진출을 위해 거창한 사업계획서를 들고 온 게 아니었다. 당장 내년 1월 론칭이 목표이지만, 디테일한 전략을 마련해온 것도 아니다.

“전략을 짜도 전략대로 움직이는 경우는 5% 미만에 불과합니다. 계획을 세우는데 많은 시간을 쓰기보다, 단 100명이라도 사용하게 되면, 이들의 피드백을 모아 거기서부터 조금씩 바꿔나가는 식으로 하겠다는 것이지요.”

흠 잡을 데가 없을 것 같은 완성품과 거창한 꿈을 가지고 미국진출을 도모하는 방식과는 반대이다. 최대한 가볍게, 그래서 최대한 빨리 검증하고 수정해 나간다는, 최근 스타트업(초기기업) 업계에서 각광받고 있는 ‘린 스타트업(Lean Startup)’ 방식으로 한번 부딪혀 보겠다는 것이다.

노 대표는 미국 현지인들을 만나면 블레틴에 대해 “(미국의 유명 무료 광고사이트) ‘크레이그스리스트(Craigslist.com)’의 모바일 버전, 하지만 친구와 친구들끼리만 볼 수 있는 소셜 버전”이라고 소개한다고 했다. 크레이그스리스트는 집 렌트, 구인구직, 중고물품 매매, 동호회 모임 등을 ‘지역별로’ 서비스하고 있다.

“실리콘밸리 인맥들에게 이 모델에 대해 설명하면, ‘그거 재미있겠다’는 사람도 있고, ‘그거 해서 뭐하게’라는 사람도 있습니다. 사실 둘 다 맞는 이야기죠.” 오히려 그에게 더 중요한 것은 밑바닥에서부터 고객들을 만나면서 이들과 주파수를 맞추며 수정해 나가는 과정.

“스탠포드 학생들이 됐든, 여기 스타트업(초기기업) 커뮤니티가 됐든, 발로 뛰면서 우리 제품을 알리고 발표하면서, 반응을 모으고 러닝을 얻어 수정해나가자는 것이지요. 론칭을 하더라도 정말 말도 안 되는 가벼운 형태, 무엇으로도 변할 수 있는 형태로 시작할 겁니다. 블레틴을 통해 중고물품 거래를 더 많이 이용하면 거기에 맞춰 가다듬고, 구인구직하는 데 많이 이용된다면 또한 거기에 맞게 바꿔봐야죠.”

그래서 실리콘밸리에서 상주할 직원 2명의 역할도 현지반응들을 종합하고, 한국 개발자들에게 피드백을 주는 것.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미션을 가지고 온 게 아닙니다. 감내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실패해보고 러닝을 쌓자는 것이지요. 러닝이 있다면 더 나은 상태로 가면 되는 것이고요.”

그러면서 그는 “어느 구름에 비가 들어있는지는 찔러 보지 않고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비가 들었을 만하다 싶으면 다 찔러보는 거죠. 일단 찔러봐야 1%의 확률이라도 있는 것이고, 안 해보면 확률은 0%이니깐요. 비가 들어있을 것 같다 싶으면 투자를 더 늘리는 것이고, 비 내리는 구름을 못 찾으면 그만둬야 하는 것이고, 설령 못 찾더라도 러닝은 남는 것이고…”

어느 구름에 비 들었는지 찔러보지 않고는 모른다
“비즈니스의 세계는 끊임없는 진화의 과정”
그가 미국시장 진출을 위해 확실하게 완성된 형태로 들고 온 게 있다면, 상품이 아니라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는 ‘가설’이다.

“문화를 많이 타는 상품을 가지고 와서 미국시장에서 성공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페이스북도 하버드에서 시작했으니깐, 트위터도 샌프란시스코의 앞서가는 엔지니어들이 시작했으니깐 ‘쿨함’이 유지가 될 수 있었던 겁니다. 우리가 ‘이거 정말 쿨하다’고 해봐야 사실 ‘듣보잡’인 거죠. 그래서 크레이그스리스트나 드롭박스와 같이 유틸리티 성격을 가지고 있는데, 소셜의 성격을 얹을 수 있는 것, 이런 작은 유틸리티에 기회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고, 우리가 이번에 해보려는 실험도 바로 이것입니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기업(테터앤컴퍼니)을 구글에 매각하고, 대표적인 엔젤투자자로 활약하고 있는 그가 플랫폼도 아니고 ‘한낱’ 작은 유틸리티 앱 서비스로 미국시장에 진출한다는 것은 너무 ‘쪼잔한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는 “거대한 진화는 바로 거기에서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싸이월드가 그랬던 것처럼 한국에서 성공한 문화라고 미국시장에 그대로 들고 오는 것은 다른 환경에서 살던 동물을 그냥 여기에 던져놓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여기 사람들이 ‘우리는 그런 문화로 살지 않았어’라고 한다면 적응을 못하는 것이죠. 그래서 무엇으로든 변할 수 있는 가벼운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이죠.”

그러면서 그는 진화론 이야기를 계속했다. “무언가 단일종이 되면, 어떤 환경적 변화가 닥쳤을 때 종이 확 다양화되는 분산과정이 일어나게 됩니다. 지금껏 구글과 페이스북이 지배적인 종이었지만, 모바일로 넘어오면서 이들의 채널력도 약해지고 있어요. 한국만 해도 네이버가 다 하던 것이 앱으로 엄청나게 넘어왔습니다. 이런 분산화 과정에서 새로운 적자(適者)가 생기는 것이고, 이 적자가 하나하나 카테고리를 확장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플랫폼이라는 것이 될 수 있는 것이죠.”

사실 방향성을 가진 진화라는 것은 세상에 없다. 그냥 벌어지는 것. 그는 “비즈니스의 세계도 그렇다”고 말했다. “누가 적자가 될지, 그 변화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겁니다.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사실, 그것뿐입니다. 구글이나 네이버가 보기에는 블레틴이나 포잉(아블라컴퍼니의 예약을 해주는 앱)이 하찮은 사업일 수 있죠. 하지만, 방어하고, 성장하면 새로운 적자가 될 줄 누가 알 수 있겠습니까?”

노 대표는 “내년 2~3월쯤이면 우리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망했는지, 아니면 어떤 과정을 통해 잘되고 있는지 말씀 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잘되든, 안되든 그 과정을 설명할 수 있다는 것. 그렇다면 실패해도 성공하는 것 아니겠는가. 실패를 해도 러닝은 남는다고 했으니 말이다.

[유병률 기자 트위터 계정 @bryuval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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