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을 바칠 곳만 찾으면 매직이 일어난다”

지난 2월 아시아계 최초로 미국 프로풋볼팀 구단주가 된 유기돈씨. 그는 야후와 유튜브, 페이스북에서 CFO로 일했다. 사진/ 샌프란시스코=유병률기자

“끔찍이 사랑할 수 있는 일을 찾아라. 그러면 매직이 일어난다.”
말은 쉬운데, 말처럼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미국 프로풋볼팀(NFL) 포티나이너스(49ers)의 구단주 유기돈(41)씨만큼은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충분이 되는 것 같다. 11일(현지시간) 포티나이너스와 세인트루이스 램스간 경기가 열린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 전용경기장에서 유씨가 한국기자들을 만났다.

그는 스탠포드대 산업공학과와 하버드 경영대학원(MBA)을 거쳐 야후 재무담당 부사장, 유튜브와 페이스북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역임한 뒤 지난 2월 아시아계로는 최초로 미국 프로풋볼팀 구단주가 된 한국계이다. 미국 프로풋볼의 인기를 생각한다면 아시아계가 구단주가 된 것은 엄청난 일. 그것도 갓 마흔 한 살에 말이다.


그는 자신의 성공비결에 대해 “열정을 좇았기 때문, 그리고 매일 1%씩 나아지겠다는 생각 때문인 것같다”고 말했다. “좋아하는 일을 찾아 절대적으로 사랑할 수 있다면, 그 어떤 것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이죠. 한꺼번에 크게 확 나아갈 필요도 없습니다. 계속해서 매일 조금씩 나아지는 것, 그러면 앞으로 가게 됩니다.”

한 살 때 이민을 와서 프로풋볼로 유명한 테네시에서 자란 그는 풋볼이 너무 좋아 대학 때까지 취미생활로 풋볼을 해왔고, 드디어 풋볼에 대한 꿈을 이루게 됐다고 말했다. “원래는 테크놀로지가 저의 전문비즈니스이고, 풋볼이 취미였는데, 지금은 풋볼이 내 비즈니스가 되고, 테크놀로지가 취미가 됐습니다. 둘 다 워낙 사랑하던 일이었기 때문에 이런 기회들이 오게 된 것 같습니다.”

11일(현지시간) 포티나이너스와 세인트루이스 램스간 경기가 열린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 전용경기장에서 경기진행을 협의하고 있는 유기돈씨.

포디나이너스는 지난해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데 이어 올해 강력한 우승후보로 지목되고 있다. 그가 포티나이너스에서 앞으로 하려는 일은 자신이 사랑하는 두 가지를 접목하는 시도. “사실 풋볼의 가장 큰 경쟁상대는 테크놀로지입니다. 고화질 TV, 모바일 디바이스가 발전하면서 굳이 현장에서 라이브를 볼 필요가 없게 된 것이죠. 집에서 더 편하게, 더 생생하게 볼 수 있게 된 거죠. 그래서 집에서 얻을 수 없는 스포츠의 감동을 경기장에서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테크놀로지와의 융합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그는 앞으로 경기장에서 와이파이 서비스를 하고, 모바일 앱을 통해 티켓을 구매하며, 경기장의 앉은 자리에서 앱으로 음식을 주문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스마트폰을 통해 경기장내 수많은 카메라들이 찍는 다른 각도의 영상을 즐길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스포츠 구장은 열정으로 만들어지는 소셜네트워크를 가장 잘 구현할 수 있습니다. 소셜네트워크가 꼭 트위터,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것만은 아니거든요. 경기장 관객들이 열정을 나눌 수 있도록 테크놀로지를 결합하겠다는 것이죠.”

그는 이를 위해 페이스북과 야후에 근무하던 직원들을 스카우트하기도 했다. “스포츠이든 테크놀로지 비즈니스이든 모두 유저 인터페이스, 유저 익스피어리언스가 중요합니다. 테크롤로지를 결합해 새로운 스포츠 경영을 만들어보고자 하는 거죠. 앞으로도 제가 있어야 할 곳은 두 가지가 만나는 지점이 아닐까 합니다.”

그는 한국 젊은이들에게 “(진로를 고려할 때) 기업의 네임밸류에 집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우리 부모세대는 이름을 들어본 회사, 대기업에 근무하기를 희망하지만, 실은 이름 없는 기업에서 시작해서 큰 기업을 만드는 것, 진짜 성공은 이런 데서 나오는 겁니다.”

유병률 기자 트위터 계정 @bryuvall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