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비, 30%나 올렸다"...선박도 연비 전쟁

지난 7월 현대미포조선 (67,400원 ▲2,500 +3.85%)이 스콜피오 탱커(Scorpio Tankers)사에 5만톤급 PC선STI 엠버를 5척을 인도하자 해운업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이 배는 기존 선박과 동일한 속도를 유지하면서도 연비가 30% 개선된 놀라운 성능을 보여줬다.


배 1척당 하루동안 아끼는 연료량은 8톤가량으로 금액으로는 약 5000달러에 해당한다. 이 배가 하루 벌어들이는 운임수익은 1만7732달러. 절약된 연료비는 운임의 28%에 달한다. 고연비의 비밀은 전자제어식 고효율 엔진. 연료를 운항 속도와 환경에 따라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시스템이다.

1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해운업계가 운임 하락과 유가 상승 등 2중고에 내몰리면서 차세대 선박 시장 선점이 화두로 등장했다. 특히 내년부터 환경규제가 본격화 되면서 친환경 선박 건조 능력이 수주경쟁력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현대중공업 (118,600원 ▼800 -0.67%)은 디젤엔진에 액화천연가스(LNG) 연료공급시스템을 연계한 이중연료엔진 패키지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 엔진을 사용하면 배기가스를 줄이면서 싼값에 디젤엔진과 동일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

이중연료엔진 패키지는 LNG선을 비롯해 유조선과 컨테이너선 등 모든 상선에 적용할 수 있다.

삼성중공업 (9,570원 ▲30 +0.31%)이 개발한 세이버 핀(SAVER-Fin)은 선박 외판에 장착하는 구조물로서 선체 주변 물의 흐름을 제어해 연료를 줄여준다. 이 장치를 장착한 선박은 최대 5% 연비가 개선된다.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연 평균 유류비 400억원 중 20억원을 절감하는 셈이다.


대우조선해양 (32,500원 ▼800 -2.40%)은 지난해 5월 덴마크 만디젤과 함께 고압 천연가스를 주원료로 하는 선박용 추진 시스템을 개발했다. 만디젤의 가스 분사식(ME-GI) 엔진에 대우조선이 개발한 고압 천연가스를 주원료로 공급하는 시스템(LNG-FGS)이다. 대우조선은 이 시스템을 1만4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에 적용할 계획이다. 해당 선박은 연간 1200만달러가량 연료비를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STX조선해양 (0원 %)은 선종별 신개념 연료절감형 선형 설계를 하고 있다. 저진동 고효율 특수 엔진 프로펠러, 엔진 열회수 설계 등 개발을 진행 중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고효율 선박 건조기술은 이미 수주 경쟁력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강화된 국제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기술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내년부터 선박제조연비지수(EEDI) 규제를 도입한다. EEDI는 1톤의 화물을 1해상 마일(1.852km) 운반할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말한다. 규제안에 따르면 총톤수 400GT 이상 선박의 EEDI를 2015년까지 10%, 2020년 20%, 2025년에는 30%까지 감축해야 한다.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배는 운항을 전면 금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