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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칼럼]호텔판 기업형슈퍼(SSM)

CEO 칼럼 머니투데이 송동회 세종호텔 총지배인 |입력 : 2012.11.16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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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칼럼]호텔판 기업형슈퍼(SSM)
얼마 전 오피스 건물을 용도변경해 운영 중인 명동 인근의 한 호텔 객실을 둘러 볼 기회가 있었다. 당장 눈에 띈 것은 창문이 아예 없거나, 열악한 비상탈출 동선이었다. 화재라도 발생하면 바로 대형사고로 이어질까 우려됐다.

방한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며 객실난이 심화되자 정부와 서울시는 오랫동안 규제해왔던 신규호텔 공급을 적극 늘리고 있다. 7월말에는 관광숙박시설 확충을 위한 특별법이 시행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민간투자 활성화를 위한 지원으로 오피스를 개조한 '유사' 숙박시설과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체인호텔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무분별한 용도변경 호텔난립은 본래 취지와 다르게 관광객의 안전을 위협하는 시한폭탄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 또 저질 숙박 서비스는 오히려 관광한국의 이미지를 훼손하게 될 가능성도 높다.

벌써부터 대기업 호텔에 위탁경영을 의뢰하기 위한 건물주들의 문의가 줄을 선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호텔 업계에도 거대 자본이 투자되는 것은 반갑지만, 주요 입지마다 대기업들이 들어선다면 또 다른 형태의 SSM(기업형 슈퍼마켓) 진출인 셈이다. 이로 인해 오랫동안 묵묵히 한국 관광 사업에 기여해 온 호텔 전문 기업들은 생존을 크게 위협받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가운데 한국 최초의 민자호텔로 1966년 개관한 세종호텔은 개관 46년 만에 대대적인 리뉴얼을 실시했다. 명동과 충무로 등 일대에 무수히 생겨나고 있는 호텔들과 경쟁하기 위해서 전열을 재정비한 것이다.

리뉴얼에 앞서 새로운 콘셉트를 개발하기 위해 국.내외 유수의 호텔, 리조트를 직접 방문해 참조로 삼았다. 몇 개월의 시간을 투자해 호텔들을 직접 둘러보고, 때로는 각 호텔 관계자들과 의견을 나누며 앞으로의 방향을 심사숙고했다.

특히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방문했을 때, 도시의 역사와 함께 해 온 각 호텔들의 독창적인 외관과 시설이 인상적이었다. 오래돼서 ‘낡은’ 호텔이 아니라, 방문객들의 '전통'과 '추억'이 담겨 있는 소중한 공간으로 사랑을 받고 있었다. 그것은 세종호텔의 지향점이기도 했고, 앞으로 끊임없이 분발해야 할 부분이었다.

세종호텔은 특유의 공간으로 오래 전부터 입구 한 켠에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다. 100㎡의 작은 공간이지만 상점을 운영하고 싶다는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 세종호텔은 이를 마다하고 국내 유망 작가들에게 1~2주간 대여해주고, 비용으로는 (주고싶은)작품 한 두 점을 받는다. 그렇게 모인 작품이 현재 350여점에 이르며, 호텔 곳곳에 전시돼 있다. 고액의 소장 미술품을 장식하고 호텔 전체가 갤러리라고 자랑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세종호텔 방문객 가운데는 갤러리 운영을 비롯해 오랫동안 쌓아온 특유의 문화를 좋아해주는 팬들이 많다. 일반적으로 여행지를 처음 찾는 방문객들은 여행사의 추천이나 예산에 따라 호텔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찾은 이라도 그곳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좋은 인상을 받게 됐을 때, 몇 번이고 다시 찾는 ‘팬’이 된다.

세종호텔 뿐 아니라 서울에는 저마다의 팬을 가지고 있는 유서 깊은 호텔들이 여럿 있다. 한국적 호텔 서비스의 전통은 오랜 세월에 걸쳐 쌓아온 것이다. 1~2년 만에 지은 고층 오피스건물을 반년만에 뚝딱 호텔로 용도변경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객실 공급만 무작정 늘리기 위한 정부의 단기처방은 한국적인 호텔 서비스와 전통을 지켜온 이들에게는 위기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 ‘관광숙박시설 확충을 위한 특별법’의 취지는 좋지만, 그와 더불어 국내호텔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후속 정책 제시와 지원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호텔업이 수년 내에 모두에게 고통과 멍에가 되는 산업이 아니라, 외래객 유치를 통한 외화 획득과 고용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 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보다 전략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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