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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의 저주' 피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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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알려진 바지만 올해 1000만 관객 돌파라는 흥행 신화를 이룩한 영화 <광해>는 미국 정치 풍자 영화인 <데이브>와 놀라울 정도로 흡사하다. 왕이나 대통령의 대역이 등장한다는 설정부터가 그렇다. 그 대역이 기득권의 꼭두각시 대신 보통 사람들의 뜻을 대변한다는 반전도 마찬가지다. <스미스씨, 워싱턴에 가다>와 같은 정치 풍자 영화의 맥을 그대로 이어 받은 플롯이다. 기득권 대 보통 사람이라는 대결 구도가 주는 통쾌함은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통한 셈이 됐다. 이는 대통령이 보통 사람들의 뜻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가에 대한 대중적 의구심이 만연해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경영학에서 말하는 이른바 대리인 문제(agency problem)다.

대리인 문제는 회사의 주주와 그들로부터 경영을 위탁받은 경영자 사이의 필연적 이해 충돌을 근간으로 한 이론이다. 회사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 주주의 목표라면 경영자는 개인적 보상을 극대화하고자 한다. 국민의 의사를 대변하는 직업이라는 점에서 대통령 역시 경영자와 같은 대리인일 뿐이다. 미국 정치 풍자 영화의 한 획을 그은 <대통령의 연인>에는 이런 인식에 입각한 대통령직의 정의가 등장한다. "대통령은 나보다는 우리를 위하고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해야만 하는 일을 하는 4년 계약직."

대리인 문제에 대한 가장 효율적인 경영학적 해법으로는 주주와 경영진의 이해를 일치시키는 것이다. 만일 경영자가 사적 이해를 추구하는 것이 주주의 이해와 일치한다면 대리인 문제는 현저하게 줄어들 수 있다. 이 공식을 대통령에 대입해보면 개헌 이슈와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만일 대통령이 미국처럼 재선 가능성이 있다면 국민의 지지를 얻기 위해 더욱 노력할 수밖에 없다.

'승자의 저주'(winners' curse)라는 용어는 1950년대 미국 정유사들의 멕시코만 시추권 입찰에서 비롯됐다. 당시 최고가를 써내 입찰에 승리한 기업은 실제 매장량이 터무니없이 적다는 사실을 알고 경악했다. 그 후 입찰이나 경매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실제 가치보다 비싼 가격을 써내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른바 승자의 저주 상황이다.

민주적으로 선출된 우리 정부 역시 비슷한 상황에 처하곤 했다. 대선 승리를 위해 지나치게 현실과 괴리된 비전과 정책을 쏟아내는 것이 문제였다. 그 결과 대선 승리 직후부터 문제가 생긴다. 공약대로 가자니 현실적인 압박이 만만찮다. 현실적인 정책을 수용하자니 공약을 들어 비판 여론이 거세진다. 이도 저도 아닌 상태로 엉거주춤 대응하다가 임기 초반부터 대통령은 완전히 길을 잃고 만다.

다음 정부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당장 새 정부 출범 초기 대외 환경부터가 좋지 않다. 그리스 부도나 스페인 구제금융, 미국 재정절벽 같은 대외 여건이 도사리고 있다. 국내 가계부채 연착륙 문제도 간단치 않다. 성장압력이 점증하는 상황에서 현재 대선 후보들이 내건 경제민주화나 복지정책을 밀어붙일 수 있을까. 승자의 저주 상황을 피하려면 대선 후보가 승리 직후 비전 및 정책 실현과 관련한 로드맵이나 타임테이블을 만들고, 새 정부 출범 즉시 공개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 성공한 정치인이나 기업가 출신이 대통령으로서 실패하는 이유

성공한 사람들은 왜 새로운 환경에서 실패할까. 현대 경영학에서는 이를 '성공의 함정'(success trap)이라는 사고의 틀로 설명한다. 성공한 사람이나 조직은 성공을 거두는 과정에서 자기 나름의 성공 방정식을 개발한다. 하지만 그 방정식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바람에 새로운 방정식을 요구하는 새 환경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다.

역대 대통령들도 성공의 함정에 빠지곤 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은 훌륭한 정치인이었으나 성공한 대통령이 되지는 못했다. 모든 것을 건 도박사 기질로 정치에서는 성공했지만 국정운영에서는 불안감만 더 했다.

이명박 대통령 역시 성공한 기업가였으나 대통령으로서는 그에 못 미쳤다. 기업가로서는 성공 요인이었던 직관적이고 독선적인 결정방식이 국정 운영에 대한 소통 부재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현재 대선 후보들조차도 앞으로 성공의 함정을 우려하게 하는 요소들이 많다.

새로운 대통령은 역대 정부가 빠졌던 이런 함정들을 현명하게 헤쳐나갈 수 있었으면 한다. 이 함정들에 대한 우려가 한 경영 컨설턴트의 부질없는 기우로 끝나게 해주기를 바란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5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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