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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장 초토화 않고 어웨이에서 승리할 순 없다

[유병률의 체인지더월드]<25> 실리콘밸리 VC 트랜스링크의 음재훈 대표

머니투데이 실리콘밸리=유병률 특파원 |입력 : 2012.12.03 06:00|조회 : 28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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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재훈 트랜스링크 대표는 "한국이든, 실리콘밸리든 창업해서 당장 성공할 기회를 찾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창업에 필요한 경험을 쌓을 기회부터 잡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 팔로알토=유병률기자
음재훈 트랜스링크 대표는 "한국이든, 실리콘밸리든 창업해서 당장 성공할 기회를 찾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창업에 필요한 경험을 쌓을 기회부터 잡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 팔로알토=유병률기자
실리콘밸리에 한번이라도 관심을 가져본 창업가라면 가져보는 고민. “과연 내 아이디어가 실리콘밸리에도 통할까? 그렇다면 더 큰물에 도전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하지만, 음재훈 대표의 대답은 아주 야박했다. 그는 실리콘밸리의 삼성벤처스 대표를 거쳐 현재 한중일 합작 벤처캐피탈(VC) 트랜스링크를 운영하고 있다. “실리콘밸리는 초기단계 벤처가 올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한국이라는 홈그라운드를 초토화하지 않고 어웨이에서 승리한다? 백전백패입니다.” 한국시장과 실리콘밸리시장에 어중간하게 양다리 걸치는 포지셔닝으로는 성공확률 제로라는 얘기이다.

그렇다면 이건 어떤가? 아예 처음부터 실리콘밸리 스타일로 무장해서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하는 것은? “제가 희망을 걸고 있는 것도 바로 이쪽입니다. 한국의 벤처가 세계적 벤처가 되는 것은 어렵지만, 한국사람이 실리콘밸리 생태계 안에서 만든 실리콘밸리 벤처가 세계적 벤처가 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는 거죠.”

그러나 이 역시 그의 전제는 야박했다. “미국의 대학이 됐든, 구글 같은 대기업이 됐든, 아니면 잘 나가는 벤처가 됐든, 자신이 창업하려는 방향과 맞아떨어지는 아주 적절한 경험과 네트워크를 실리콘밸리에서 쌓은 뒤 창업을 하는 것, 저 같으면 이런 곳에 베팅을 합니다.”

실리콘밸리라는 밭에서 굴러보지 않고서는 실리콘밸리 벤처를 만들기 어렵고, 실리콘밸리 벤처가 아니라면 세계적 벤처가 되기 어렵다는 것이 그의 진단. 한마디로 “영어 좀 된다고 실리콘밸리 와서 창업을 하겠다든지, 한국서 장사 좀 된다고 바로 실리콘밸리로 진출하겠다든지”, 이런 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

사실 남의 돈을 굴리는 VC는 원래가 좀 야박하다. 멘토나 엔젤투자자가 어렵더라도 되게 만드는 쪽이라면, VC는 처음부터 될 것 같은 곳에 베팅한다. 하지만 그만큼 진단이 정확할 수 있다는 얘기.

한국회사를 만들 것인가? 실리콘밸리 회사를 만들 것인가?
그는 한국의 창업가들이 실리콘밸리에 와서 배우는 것은 무조건 옳다고 일단 전제했다. 단 교육적 차원에서 말이다. “비즈니스는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두 가지 트랙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한국시장에서 제대로 성공해서 해외로 진출할 것인지, 아니면 처음부터 실리콘밸리 회사를 만들 것인지 말이죠.”

한국에서 비즈니스를 시작한 스타트업이라면, 한국시장에서 승부를 보는 게 옳다는 얘기이다. “네트워크도 더 좋고, 시장 이해도도 더 높은 한국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한 상태에서 실리콘밸리로 온다면, 여기서도 성공할 가능성이 낮습니다. 확률 제로에 가까워요. 실리콘밸리에 진출했던 수백 개 크고 작은 한국기업들을 봐왔지만, 삼성전자 같은 글로벌기업을 빼면, 조금이라도 자리잡은 곳은 넥슨 등 2~3개정도 일뿐, 결국엔 대부분 철수합니다. 홈그라운드에서 충분히 자리잡고 와야만, 여기서 좋은 사람도 뽑을 수 있고, 펀딩을 받을 수도 있고, 펀딩을 못 받으면 자체자금으로도 비즈니스를 해나갈 수 있는 겁니다. 두 주먹 불끈 쥐고 덤빌 일이 아니라는 거죠.”

그러면서 그는 처음부터 실리콘밸리 창업에 도전해서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사례로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웹툰 스타트업을 시작한 타파스미디어의 김창원 대표를 꼽았다. 김 대표는 미국에서 대학을 나온 뒤 한국에 돌아가 삼성전자를 다니다 창업을 했고, 이어 다시 미국으로 건너와 구글 본사에서 4년여 근무한 뒤 최근 창업한 것. 김 대표처럼 실리콘밸리 생태계를 이해하고, 네트워크도 있어서, 실리콘밸리 스타일로 창업할 수 있어야 성공가능성이 높다는 게 음 대표의 설명이다.

“한국도 그렇지만,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한 창업가들을 보면 실은 대부분 준비된 사람들입니다. 대기업에서 경력을 쌓고, 자리잡은 중견벤처에서 또 경력을 쌓고, 그 경험을 살려서 창업을 하는 경우이죠. 대학생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는 예외적인 사례입니다. 환상을 가져서는 안됩니다. 한국 젊은이들이 실리콘밸리 창업을 하려면 여기서 유효한 경험을 쌓아야 합니다.”

비즈니스플랜에는 스토리텔링이 있어야 한다
또 하나 한국 창업가들에게 던지는 야박한 이야기는 “피치(투자유치를 위한 프리젠테이션)할 때, 제발 슬라이드 보고 읽지 마라”는 당부. “많은 한국 창업가들이 피치를 준비할 때 슬라이드 만드는 데 가장 공을 들이는 것 같아요. 실제 피치 때는 그렇게 공들여 준비한 슬라이드 읽기 바쁘고요. 그런데 더 공들여 준비해야 할 것은 스토리 텔링입니다. 슬라이드는 스토리를 말하기 위한 참조자료일 뿐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비즈니스 플랜은 곧 스토리 텔링”이라고 못박았다. “비즈니스 플랜은 세상에 어떤 문제가 있어서 이 비즈니스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Why’, 그래서 무엇을 하려는 지에 대한 ‘What’, 어떻게 비즈니스를 만들어 갈지에 대한 ‘How’를 정리해내는 겁니다. 이런 스토리가 준비되면, 상황에 따라 1시간짜리, 30분짜리, 5분짜리, 30초짜리 피치를 훌륭하게 해낼 수 있습니다.” 한 문장짜리 스토리를 이으면 30초짜리 엘리베이터 피치가 되는 것이고, 여기에 디테일을 붙이면 1시간짜리가 피치가 될 수도 있다는 것.

이런 스토리텔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만의 차별화 포인트. “이제 큰 카테고리에서 더 이상 그린필드는 없습니다. 게임분야만 해도 한국에는 수백 개, 여기서는 수천 개 업체가 덤비고 있어요. 오히려 기존의 분야라 해도 그 안에서 차별화 포인트를 찾는 것이 더 임팩트합니다.”

그래서인지, 트랜스링크는 다른 실리콘밸리 VC들과는 좀 달랐다. 한국 일본 대만 등 3국의 대기업이 실리콘밸리에 세웠던 투자회사 대표들이 모여 만들었고, 그래서 주된 역할도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을 자신들이 가장 잘아는 한중일 대기업들에 연결해주는 것. 그는 “아마 현지 VC들과 정면 대결했다면 백전백패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창업가들에 대한 음 대표의 충고 역시 다른 창업멘토들과 좀 달랐다. 한국이든, 실리콘밸리든 창업해서 당장 성공할 기회를 찾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창업에 필요한 경험을 쌓을 기회부터 잡으라는 것.

[유병률기자 트위터 계정 @bryuval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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