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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철학으로서의 자연주의와 낭만주의

투자의 의미를 찾아서 <21>

투자의 의미를 찾아서 머니투데이 박정태 경제칼럼니스트 |입력 : 2012.12.07 10:01|조회 : 6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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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철학으로서의 자연주의와 낭만주의
갑자기 추워졌다. 긴 겨울의 시작이다. 기온이 뚝 떨어진 어제 아침 두꺼운 겨울외투를 꺼내 입다가 문득 고골의 '외투'가 떠올랐다. 러시아의 문호 도스토예프스키가 "우리는 모두 고골의 외투에서 나왔다"고 한 그 소설 말이다.

주인공 아까끼 아까끼예비치는 말단 서기로 새 외투를 장만하기 위해 1년간 저녁도 굶고 밤에는 촛불조차 켜지 않고 생활한다. 마침내 돈을 다 모으자 그의 심장은 고동치기 시작했고, 재봉사가 새 외투를 들고 오던 날은 그의 생애에서 가장 장엄한 날이 됐다.

새 외투를 입고 출근한 첫날 그는 어떻게 출근했는지 알지도 못하는 사이 어느새 관청에 도착했다. "어깨 위에 외투가 있다는 것을 매 순간 느꼈고, 몇 번씩이나 혼자 좋아서 싱긋 웃기도 했다."

그런데 바로 그날 밤 자신을 대신해 파티를 열어준 직장상사의 집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괴한을 만나 외투를 빼앗긴다. 그는 도움을 청하러 고위 관리를 찾아갔다가 오히려 호통만 듣고, 그 충격으로 눈보라 속을 헤매다 몸져눕고 결국 죽고 만다.

"비록 생을 마감하기 직전이기는 했지만 그에게도 외투의 모습을 빌려 인생의 소중한 순간이 찾아와 짧은 시간 동안 그의 고달픈 삶을 비춰주기도 했고, 견딜 수 없는 불행이 엄습하기도 했다."

한 가난한 인간의 비극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작품을 굳이 문예사조로 구분하자면 자연주의나 사실주의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자연주의의 특징은 인식하는 주체와 인식되는 대상 간의 대결에서 늘 대상이 주체를 압도한다는 것이다.

자연주의적 관점에서 보자면 합리성은 외부세계의 배타적 특권이다. 우리가 인식하는 세상과 사물은 그 자체로 전적으로 합리적이고, 모든 비합리성은 무지와 미신, 감정에다 때로는 광기에 사로잡히기도 하는 우리 인간에게 있다. 과학이란 미묘하면서도 섬세한 이 세계의 질서에 맞춰 인간의 비합리성들을 제거해나가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주식시장을 완전한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은 자연주의적 시각이다. "주가는 모든 것을 반영하고 있다"든가 "시장은 개인 투자자보다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있다"는 주장은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한 것이며, 시장을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의 철학적 기반은 여기서 출발한다. 누구도 시장을 예측할 수 없다는 랜덤워크 가설이나 효율적 시장 가설 역시 자연주의적 사고라고 할 수 있다.

자연주의의 대척점에 있는 게 낭만주의다. 낭만주의에서는 인식되는 대상보다 인식하는 주체가 훨씬 중요하다. 세상과 사물은 그것을 인식하는 주체가 있기에 존재하는 것이다. 따라서 전권을 쥐고 세상을 움직여 나가는 것은 대상이 아니라 인간이다.

빅토르 위고 같은 낭만파 대가들의 작품에서는 그래서 수수께끼 같은 인생의 비밀을 주인공 스스로 풀어나가고 깨우쳐간다. 운명의 희생자가 아니라 운명의 개척자로서 어떤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것이다.

주식시장에서 평균 이상의 수익률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모든 투자자는 따라서 낭만주의적 관점을 갖고 있는 것이다. 주가의 방향성을 포착해 투자 타이밍을 잡는 모멘텀 투자나 주가에 비해 내재가치가 큰 기업의 주식에 투자하는 가치투자는 모두 이런 사고를 바탕으로 한다. 가치투자의 아버지 벤저민 그레이엄의 책 제목에 등장하는 '현명한 투자자'는 다름아닌 시장에 휘둘리지 않고 시장을 이겨내는 낭만주의적 투자자라고 할 수 있다.

그러고 보니 12월도 벌써 일주일이나 가버렸다. 이맘때가 되면 늘 아쉬움뿐이다. 남아있는 나날은 얼마 되지 않는데, 돌아보면 한 발자국도 더 앞으로 나가지 못한 것 같다. 그렇게 한 해가 또 지나가고, 세월이란 그래서 참 무서운 것이다.

대선 열기에 묻혀서인지 올 연말 주식시장은 유난히 조용하다. 언제 다시 불붙을지 모르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차분하게 한 해를 돌아볼 좋은 기회다. 열심히 했지만 성과가 아쉽기 만한 투자자들에게는 '레미제라블'의 한 구절이 위안이 될 것이다.

"만일 대지가 의식을 가지고 있다면, 밀 종자를 뿌리려고 괭이를 파엎을 때 대지는 상처의 아픔밖에 느끼지 못한다. 싹이 틀 때의 설렘과 결실의 기쁨은 훨씬 나중에야 찾아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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