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투스, 미국서 잘 나가는 비결은

7년째 컴투스 미국지사를 맡고 있는 임동욱 지사장. 사진/로스알토스=유병률기자

미국에서 모바일 게임 좀 한다는 사람치고 컴투스를 모르는 사람이 별로 없다. 콧대 높은 애플도 컴투스 만큼은 본사에서 특별 관리한다. 운영체제(OS)를 바꾸기 전에 그 내용을 미리 알려줄 정도이다.

2008년 출시한 ‘이노티아’는 아이폰 앱스토어 RPG 게임장르에서 1위를 차지했고, 이어 2009년 출시한 ‘홈런배틀’도 크게 히트를 치면서 애플의 TV광고에도 등장했다. 2010년 퍼즐게임 ‘슬라이스 잇!’은 전미 게임분야 2위, 2011년 ‘타워디펜스’ 역시 전미 2위를 찍었다. 덕분에 올해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컴투스의 전체 매출 가운데 미국시장 매출이 거의 30%에 육박한다.


지난 10일 캘리포니아 로스알토스 사무실에서 만난 임동욱 지사장은 “플랫폼(아이폰)의 기능을 최대한 활용하는 게임개발 전략”을 비결의 1순위로 꼽았다. 2008년 7월 아이폰 앱스토어가 오픈된 직후 출시한 이노티아는 아이폰의 터치 UI(유저인터페이스)를 그대로 구현했다. 2009년 홈런배틀 역시 원래 피처폰에 있던 게임이었지만, 기울이고 젖히고 흔들어대는 아이폰의 틸트기능을 십분 활용했다.

“이노티아가 1위를 했을 때 애플에서 보자고 연락이 왔습니다. 아이폰 기능을 가장 잘 활용한 게임이라고 극찬하더군요. 관계가 아주 돈독해졌죠. 애플은 A버튼, B버튼 누르는 식을 아주 싫어합니다. 직관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UI, 아이폰의 고유기능을 최대한 살린 앱을 선호하죠. 덕분에 애플이 컴투스를 TV광고를 통해 소개해주고, 1만여 개 미국 애플스토어에 데모게임으로 깔아주기도 했죠. 브랜드를 확실히 알리는 계기가 됐습니다. 아이폰이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라 처음부터 판단하고 올라탔던 것이 적중했던 거죠.”

임 지사장은 또 “어려운 것이라면 질색인 미국인들에게 꼭 맞는 게임을 출시한다는 전략도 주효했다"고 말했다. ”미국 게임유저들과 한국 게임유저들은 정서적 간극이 큽니다. 한국 유저들이 더 스마트한 편이죠. 같은 게임도 한국유저들은 금방 소화하는 반면, 미국유저들은 어떻게 이용해야 할지 난감해하죠. ‘자~공이 날아옵니다. 어떻게 하세요’라고 손가락이 나와서 친절하게 설명하지 않으면 달아납니다.”


그래서 그는 지난해 타워디펜스 때는 미국의 게임기획자를 선발해 한국으로 파견, 한국 개발자들과 함께 게임을 개발하도록 했다. “의도적으로 한국에 대해 전혀 모르는 기획자를 선발해서 보냈습니다. 바이어스가 끼면 안되니깐요. 실제 그 기획자는 ‘한국에 가면 스타벅스가 있냐?’고 묻더군요. 미국 밖으로 한번도 안 나가본 친구였죠.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사용해본 미국인들 반응이 너무 좋았죠. 한국 개발자들끼리 모여 처음 개발했던 대로 출시했다면 미국시장에서 별 볼일 없었을 겁니다. 미국 기획자가 합류하면서 더 쉽게, 덜 진지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겁니다.”

컴투스 미국지사 사무실은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탈(VC)들이 주로 모여있는 로스알토스 샌드힐 거리에 있다. 컴투스에 투자한 스톰벤처스에 세 들어 있다. 그래서 실리콘밸리에 돌아다니는 정보를 파악하기가 수월한 편. “아무래도 현장에 있으니까 좀더 빨리, 더 정확하게 정보를 알 수 있죠. 특히 VC들을 자주 접하기 때문에 새로운 회사, 신기술을 검증하기도 쉽습니다. 덕분에 게임 애닐리틱이나 광고 솔루션, 동영상 캡처 같이 우리에게 꼭 필요한 기술을 재빨리 파악할 수 있어요. 이런 정보들을 큐레이션해서 우리 서비스에 접목하도록 하는 것 역시 미국지사 입장에서는 중요한 역할입니다.”

임 지사장은 미국에 살아본 적이 없다. 대학(고려대) 졸업 후 5년 동안 IBM 한국지사에 근무했고, 2006년 컴투스에 합류하면서 미국 지사를 맡은 것. “처음 왔을 때만 해도 아는 사람도 없고, 정말 막막했습니다. 컴투스가 성공할 수 있을까? 내가 과연 적합한가? 내 영어로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 의문들이 많았었죠. 지금껏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본사나 미국지사 모두 해외시장 진출은 절대 단기간에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서로 신뢰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