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이 없어도 자녀에게 유산은 남기자

돈이 별로 없는 사람들은 자녀에게 남길 것이 없다며 상속에 대해선 거의 생각하지 않고 지낸다. 하지만 상속이란 재산을 남긴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물질적인 것 외에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적인 것도 자녀에게 남길 수 있는 유산이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최근 상속 계획에서 삶의 교훈을 유산으로 남기는 것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며 "물질을 넘기기 전에 가치를 넘기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소개했다.


금융자문 회사 레거시(Legacy, 유산)의 경영 파트너인 토드 피시언은 최근 4명의 자녀들을 위해 비디오를 찍었다. 그는 "내가 살아온 이야기, 인생에서 배운 교훈, 가정의 전통을 담았다"며 "대부분은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코넬대학의 칼 필러머 인간생태학 교수가 만든 유산 프로젝트(Legacy Project)도 정신적 가치를 후손에게 남기려는 좋은 시도이다. 이 프로젝트의 웹사이트(legacyproject.human.cornell.edu)와 유튜브 채널을 클릭하면 미국 노인들 수백명이 직업과 결혼, 자녀 양육 등 수십개 주제에 대해 자신들이 살아오면서 배운 교훈들을 소개하는 글이나 동영상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위험에 대해선 좀 더 과감하고 무모해지라는 조언이 많다. 필러머 교수는 "나이가 들어 후회하게 되는 것은 했던 일보다는 하지 않았던 일"이라며 "살아가면서 만난 기회를 붙잡지 않은 것도 죄악"이라고 말했다.


명절이나 기념일을 맞아 가족들이 모일 때가 집안 어른들의 지혜를 공유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이 때 중요한 것은 기억을 더듬어 옛날 일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일에서 배운 교훈을 전달하는 것이다.

필러머 교수는 "어른들에게 살아온 인생을 얘기해 달라고 부탁하되 그들이 얻은 삶의 지혜를 전달 받으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누군가에게 조언을 부탁한다는 것은 그들에게 힘을 부여하고 그 사람의 인생 경험을 명예롭게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레거시의 피시안은 인생의 가치를 후손들에게 남길 때 편안한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며 "많은 가족들이 오래 유지되는 유산을 전파하고 남기려 '옳은 방법'을 찾는데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이렇게 되면 아무 결실도 없다"고 말했다. 누구도 인생의 교훈을 남긴다는 것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편안한 환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자신의 인생을 자서전으로 쓸 수 있는 유어애프터라이프닷컴(yourafterlife.com) 같은 사이트도 도움이 된다. 갑부가 자신의 손자에게 이상한 방식으로 재산과 함께 인생의 교훈도 넘기는 과정을 담은 '최고의 유산 상속받기'의 저자 짐 스토벌은 "자손에게 정신적, 감정적, 정보적 기반 없이 물질을 남기는 것은 그들에게 사용설명서나 주의 없이 장전된 총을 넘기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필러머 교수가 쓴 '인생의 30가지 교훈'에서 제시하는 10가지 질문에 대답하면서 후손에게 남길만한 가치를 정리해보는 것도 좋다.

1. 살아오면서 배운 가장 중요한 교훈은 무엇인가.
2. 배우자를 선택할 때, 또 결혼생활을 해나갈 때 해주고 싶은 조언은 무엇인가.
3. 자녀 양육에 대해선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은가.
4. 성취감 있는 일을 발견하고 일에서 성공하기 위해 해줄 수 있는 조언은 무엇인가.
5. 역경 속에서 중요한 인생 교훈을 배울 수 있다는 말에 동의하는가. 그렇다면 직접 겪은 사례를 이야기해보라.
6. 인생의 경로를 바꾼 전환점이 되는 사건이나 경험이 있는가.
7. 20세에는 몰랐지만 지금은 알고 있는 행복하고 성공적인 삶을 위한 비결이 있다면 무엇인가.
8. 당신이 살아가면서 중시하는 주요한 가치나 원칙은 무엇인가.
9. 건강 유지와 관련해 배운 것이 있는가.
10. 늙어가는 것에 대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