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머니투데이 페이스북 머니투데이 트위터
통합검색

오늘의 증시

오늘의 증시
코스피 코스닥 원/달러
2339.17 827.84 1115.30
보합 15.72 보합 6.71 ▼5.1
메디슈머시대 (7/6~미정)
블록체인 가상화폐

[안동현칼럼] 과정의 공정성

안동현칼럼 머니투데이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입력 : 2012.12.26 06:45
폰트크기
기사공유
[안동현칼럼] 과정의 공정성
미국에서 인기있는 퀴즈 프로로 ‘Who Wants to Be a Millionaire'란 프로가 있다. 참가자에게 사지선다형 문제를 내고 정답을 맞추면 상금이 쌓이면서 난이도가 높아진다. 참가자는 정답을 모를 때 찬스를 몇 번 쓸 수 있는데 그 중 하나가 관객들의 투표를 참조해 답을 선택하는 것이다. 이 프로가 큰 인기를 끌면서 동 프로의 포맷은 다른 나라로 수출되었다.

그런데 재밌는 일화가 있다. 동 프로의 프랑스 판인 ‘Qui veut gagner des millions'에서 일어난 일이다. 한 참가자에게 ‘지구 주위를 도는 것은?’이란 질문이 주어졌고 답으로 달, 태양, 화성, 금성이 제시되었다. 그런데 참가자가 이런 수준 낮은 질문에 찬스를 사용해 관객들의 투표를 선택했다. 투표결과는 놀라웠다. 금성과 화성을 선택한 투표자가 2%였다. 재밌는 건 42%의 관객만이 정답인 달을 선택했고 무려 56%의 관객이 태양에 표를 주었다. 참가자는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이 해프닝은 좋은 가십 거리가 되었고 미국의 한 타블로이드 신문은 ‘프랑스에서는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돈다’라고 비아냥 거렸다. 물론 대다수의 프랑스 관객들이 초등학교 수준의 과학지식을 몰라서 오답을 지명한 건 아니었다. 태양을 답으로 지명한 대부분의 관객들은 이런 수준 낮은 참가자가 다음 단계로 올라가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해 일부러 오답을 준 것이다. 즉 무식한 참가자가 백만달러의 주인공이 되려 한다는 사실이 불공정하다고 느낀 것이다.

그런데 주관 프로덕션 회사가 이 해프닝 이후 미국에서 관객들의 투표 정답률을 조사했더니 90% 정도가 되었다. 이런 반면 러시아에서는 참가자의 수준에 관계없이 오답률이 매우 높았다. 이러한 행태는 수준 미달이라고 생각되는 참가자에게만 오답을 제시하는 프랑스와도 다르다. 이에 대해 런던대학의 Geoffrey Hosking교수가 다음과 같은 설명을 제시했다. 20세기 이전 러시아 농촌사회에는 공동책임이라는 원칙이 팽배했다. 세금이나 징집 심지어 범죄자 체포와 같은 책임까지 개인이 아니라 공동체별로 부과되었다. 그러다보니 한마디로 ‘튀는’ 사람에 대해서는 본능적 거부감이 생성되게 되었다. 한 개인이 가난하면 공동체에 부담이 되고 반대로 부자면 부정한 방법으로 부자가 되었을 것이라고 배척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애초에 백만장자가 되겠다고 퀴즈쇼에 나온 참가자 자체가 불공정하게 부자가 되려는 사람으로 인식되고 그런 사람을 도와줄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서 일부러 오답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위의 사례는 공정성이 지역의 문화적 배경에 따라 상이하다는 사실을 시사하는데 자세히 살펴보면 결과의 공정성 못지않게 과정의 중요성이 중요하며 이에 대한 인식이 나라마다 다르다는 것을 시사한다.

최근 과정의 공정성과 관련되어서는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미국에서 형사범들에 대해 재판이 공정했는지에 대한 설문을 했다. 그런데 많은 변수들 중 공정성에 미치는 요인으로 두 가지가 도출되었다. 첫째는 형량이었고 둘째는 변호사가 자신과 보낸 총 시간이었다. 전자는 결과변수이고 후자는 과정변수인데 응답자가 재판이 공정했다고 인식하는데 미치는 영향력이 비슷했다. 형량이 기계적으로 결정될 수 없다보니 공정함에 대한 시비는 피할 수 없는데 과정의 공정함이 이를 완화시키는 기재가 된다. 이때 과정의 공정성을 인식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로 의사소통 노력을 지적하고 있다.

19대 대선이 끝났다. 재집권에 성공한 여당은 ‘대통합’을 기치로 내걸고 있다. 이를 성공시키려면 국민과의 의사소통을 통해 과정의 공정함을 인식할 수 있게 해야 성공할 수 있다. 특히 현 정권의 가장 큰 문제가 일방적 의사 전달만 했지 상호 의사소통을 등한시했다는 사실을 반면교사로 삼길 바란다. 야당 역시 패배 요인 중 하나가 일부 의원 및 교수나 작가를 비롯한 과격한 일부 지지층의 독선적이고 교조주의적인 행태라는 것을 인식해야 다음 기회를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 0%
  • 0%


오늘의 주요뉴스




종료된칼럼

베스트클릭

실시간 급상승

10.0초

5분간 수집된 조회수 기준

오늘의 운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