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 잡아야 하는데…" 기습 세금 폭탄에 '비상'

연초부터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 하향이란 '폭탄'으로 증권가 PB(프라이빗뱅킹)센터가 몸살을 앓고 있다.

소득세법 개정안이 지난해 말 국회에서 기습 통과되면서 올해부터 금융소득의 종합과세 기준금액이 종전 연간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대폭 인하된다고 발표된 후다. 당초 예상한 3000만원보다 낮은 2000만원로 과세 기준이 정해지자 고객들은 그야말로 '멘붕' 상태에 빠졌다.


지난해 유달리 힘든 '증시 보릿고개'를 넘기고 올해는 VIP고객을 중심으로 자산관리시장에 승부수를 던지겠다고 나선 증권사들도 예상보다 강도가 센 세금 악재에 한주간 진땀을 흘렸다.

◇나도 19만명에?…과세 기준 강화에 문의 쇄도＝올해부터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이 연간 2000만원 초과자로 확대되면 과세 대상자가 크게 늘어난다. 정부는 14만명 늘어난 19만명 정도 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가뜩이나 '쥐꼬리 금리'에 돈 굴리기가 그 어느 때보다 어려워진 상황에 세금부담마저 커진다는 소식에 은행·증권사 지점은 관련문의가 빗발치는 상황이다.


삼성증권 SNI코엑스인터컨티넨탈 이장웅 지점장은 "예상보다 과세기준이 강화돼 충격이 컸다"며 "세제개편안을 앞두고 '슈퍼리치'(거액자산가)들은 일찌감치 준비를 해 문제가 덜한데 5억~10억원 자산가들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들이 종합과세 대상에 새롭게 포함될 가능성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종합과세 대상에 포함되는 것을 일종의 '국세청 블랙리스트'에 올라가는 계기로 간주하는 사람들이 많아 금융소득을 줄이더라도 과세 대상에 포함되지 않겠다는 사람들이 상당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여전히 세금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강해 이번 과세 기준 강화 조치에 대해서도 사람들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며 "은행 예·적금에서 자금 유출이나 ELS같은 금융상품의 인기도 시들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자산관리 승부 띄운 증권사, '절세와의 전쟁'＝증권사들은 각종 비과세, 분리과세 상품 찾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비과세, 분리과세 등 절세상품을 개발하고 소득시기 분산을 통해 적극적으로 금융소득을 관리하는 것이 올해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세제 관련 PB교육을 강화하고 지점에서도 세제 관련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증권사 입장에서는 은행예금 고객 이탈은 새로운 고객 유입의 기회가 될 수 있어 절세상품 영업에 더욱 박차를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10년 이상 가입시 이자소득과 비과세혜택이 주어지는 저축성보험과 물가가 오르는 만큼 원금이 늘면서 물가상승분에 대해서는 과세하지 않는 물가연동국채를 추천한다.

2013년 1월 말로 예상되는 시행령 개정 전까지 가입 분에 대해서는 기존 비과세혜택 적용이 가능한 저축보험 및 즉시연금도 눈여겨봐야 한다. 이달 출시를 앞둔 유전펀드도 세제혜택이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인프라펀드는 세제혜택이 종료된 데 비해 유전펀드는 차별적인 투자매력이 있다 .

금융상품 대신 차라리 주식을 사겠다는 투자자도 늘고 있다. 이장웅 지점장은 "당장 주식에 뛰어들지는 않지만 블루칩 위주로 주식투자에 더욱 관심을 보이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며 "주식, 주식형펀드로 자금 유입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2001년 금융소득 종합과세제도가 재도입된 상시 국내 주식형펀드로 1조원 이상이 유입된 바 있다.